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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니어들 /셔터스톡
지난해 12월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사회)’에 진입했다. 은퇴 이후의 삶과 노후 대비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중요 이슈가 되었다.
개중 실버타운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한 이래 ‘나이 들어 좋은 실버타운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를 고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에 진입한 일본의 사례는 어떨까?
조선일보 경제·금융 전문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는 신미화 교수(일본 이바라키 기독교대학)와 함께 일본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실버타운 관련 산업을 살펴보았다.
◇ 입주금이 60억원인 초호화 실버타운
실버타운이 초라하고 적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신 교수는 도쿄 도심 ‘금싸라기 땅’이라고 일컬어지는 니시아자부에 위치한 ‘파크웰 스테이트 니시아자부’를 소개했다.
사우나·도서관 등 고급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각국 정상이 방문했을 때 묵는 최고급 호텔 ‘데이고쿠 호텔’의 주방장이 상주하며 요리를 맡는다. 입주민이 원하는 음식을 지정하면 그때 조리해 준다.
초호화 실버타운 시설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캡처
약 6억 2천만엔(한화 60억원)에 달하는 입주금을 선불해야 하며, 매달 한화로 500만원 정도의 이용료가 매겨진다. 그러나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400호 중 180호가 계약을 완료했고 현재는 입주율이 65%나 된다.
◇ 실버타운도 ‘가성비’
물론 입주금과 월 이용료가 훨씬 저렴한 실버타운도 많다. 신 교수는 실버타운이라고 해서 다 같은 실버타운이 아니며, 개인의 소득·취향·건강 상태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실버타운이 14종류나 된다고 밝혔다.
일본 전역에는 다양한 주거 형태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타운이 이미 5만 7천개소나 있으며, 실버타운 입주자는 약 234만 세대에 달한다.
값이 싸면서도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례로 신 교수는 도치기현의 한 실버타운을 소개했다. 폐교한 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을 개조해 설립한 곳으로, 입주금은 한화 약 1억 2천만원이고 매월 이용료는 한화로 37만원 정도이다.
다양한 이벤트와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명절에는 함께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점점 증가하는 일본 실버타운 현황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캡처
◇ 일본 시니어들이 실버타운을 선호하는 이유
한국에서는 자식이 결혼하면 집을 사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일본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좀더 독립적일 뿐 아니라 자식이 더 빨리 자립한다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이에 나이 든 부모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걱정 없이 ‘내 돈은 내가 다 쓴다’는 생각이 강하다.
자식들 역시도 부모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일본의 시니어들이 실버타운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낙상이나 질병 등으로 아플 때 가족에게 수발을 맡기는 것보다 전문가들이 상주하는 실버타운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자신이 직접 투어해 본 실버타운의 예를 들며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욕조에 들어가 스스로 씻을 수 있는 자동 목욕 시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휠체어에 앉아 스스로 욕조에 들어가 씻을 수 있는 자동 목욕 시설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캡처
딸이나 남편, 며느리에게 부탁해서 씻어야 할 때는 일주일에 한 두 번밖에 못 씻지만 실버타운에서는 매일 자신이 원할 때 목욕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자신이 들어갈 실버타운을 미리 정해 두겠다’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실버타운 버스 투어를 하는 여행 상품도 있다. 참여 비용이 하루에 약 20만원 정도인데도 인기가 높다.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실버타운 문화가 한국에서도 활성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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