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신부의 기도레슨
먼저 떠난 아들을 위한 기도
지난 달 [생활성서] ‘편집자에게’코너로 한 애독자께서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을 보내 주셨습니다.
짧은 사연이었지만 짙은 슬픔과 심연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서른 살 난 아들을 심장마비로 하늘나라에 보냈습니다.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요즘 세상이 팍팍하다보니 요절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만 갑니다. 덩달아 자식을 앞세운 분들이 늘어갑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육신을 벗어 버린 본인이야 이것저것 다 떨쳐 버리고 한 마리 산새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 특히 부모의 마음은 그저 죄스럽기만 합니다.
자녀를 먼저 떠나보내신 분들, 참으로 힘드시겠지만 빨리 일어서시기를 바랍니다.
큰 죄책감도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인명은 재천’입니다. 인간의 목숨은 하느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분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단 한순간도 지탱할 수 없는 것이 사람 목숨입니다.
이제부터는 그 깊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빨리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눈물과 탄식보다는 기도와 사랑의 실천을
포클라레 운동의 창시자 끼아라 루빅 여사의 말씀을 한번 귀담아 들어보십시오.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저 세상의 문턱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사별의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이 세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저 세상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또 다른 삶이 있으며 그 삶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우리의 발걸음을 계속해 가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나날을 그분 사랑의 손길로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부디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남루한 세상의 옷을 벗고 불멸의 갑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근심도 걱정도 눈물도 없습니다.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의 품에 안겨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언젠가 하느님 아버지 품에 한 가족으로 다시 우리와 만날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아직은 어렵겠지만 눈물보다는 기도를 바치시기 바랍니다.
죄책감으로 인한 탄식과 통곡보다는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눈길을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크게 생각해 보면 사실 그는 우리보다 잠시 먼저 떠난 것뿐입니다.
앞차로 먼저 출발해서 자비하신 하느님의 품에 안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관건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우리들입니다.
먼저 떠난 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사별의 충격에 늘 애통해하면서, 늘 가슴아파하면서, 늘 괴로워하면서, 식음을 전폐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원할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을, 빨리 원기를 회복해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바랄 것입니다.
자신들이 세상에 있을 때 미쳐 못 다한 이웃 사랑의 실천을 대신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살이에 바빠 자신들이 못다 했던 기도를 대신 바쳐주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먼저 떠난 이들의 위한 일상적 기도
우리 가톨릭 교회는 매일의 미사와 일상적인 기도, 그리고 특히 연도를 통해 산 이와 죽은 이들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사별의 깊은 슬픔에 잠겨 헤어나기 힘드신 분들, 매일의 미사와 기도 안에서 그를 만나십시오.
그의 영혼이 하느님 자비의 품 안에 정착하도록 열심히 기도하십시오.
아울러 언젠가 우리의 몫이 될 죽음을 묵상하면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이승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그의 부재가 감당이 안 되시는 분들에게는 다른 무엇에 앞서 매일 바치는 평일 미사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미사 시작 전에 그가 세상에서 지은 모든 죄의 용서와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지향을 마음으로 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미사 중에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순간,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옵게 하소서.”) 더 정성껏 마음을 모아 가도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떠난 분을 위해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기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삼시세끼 식사하고 나서 ‘식사후 기도’를 하는 순간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식사후 기도 맨 마지막 구절을 통해 죽은 이들을 기억합니다.
습관적으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 기도문(“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을 외우면서
아드님 영혼의 안식을 기도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느껴진다면 가톨릭기도서에 수록되어 있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연도’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정성껏 바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떠난 아드님은 이제 자비로운 하느님 손에 맡겨졌습니다.
이제 아드님은 아버지의 따뜻한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울며 애통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계속해서 그를 하느님 자비에 맡겨드리는 일, 그가 지상에 못다 한 이웃 사랑의 실천을 내가 대신 해 주는 일,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힘을 내서 살아가는 일이 우리 앞에 남아 있는 과제입니다.
양승국신부의 기도레슨/생활성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