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놀면뭐하니> 에서 여성 가수들을 모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12명의 여자 가수들이 선발되었는데 블라인드 면접으로 노래 실력 하나 만으로 뽑았기 때문에 실력은 있지만 인기가 없었거나 뜨지 못했던 가수들이 대거 발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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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베이비 복스출신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윤은혜도 포함되었다. 12명에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뜨고 싶냐?"는 질문에 12명 중에 11명이 뜨고싶다는 바램을 이야기 했고, 자신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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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는 이미 인기를 누렸고, 다시 또 뜨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11명의 간절한 소원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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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의 바람이 진짜 소망이지 않냐. 그게 느껴지기도 하고 모르겠다. 그냥 계속 눈물이 났다. 이걸 통해서 모든 분이 더 잘되고 더 사랑받고 더 많이 누리고 행복한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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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1명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졌다는 부분에서 나도 울었다. 교회를 개척하고 많은 개척교회 목사님들을 만났다. 대형교회 부교역자 시절에는 주로 중,대형교회 부교역자들과 교제권을 나누었기 때문에 개척교회의 현실을 잘 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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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바르고, 성실하고, 실력있는 귀한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들의 열악한 삶의 환경을 보면서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도 여전히 교회를 개척해서 힘들게 뒹굴고 있지만 정말 맨땅에 해딩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고생같은 고생을 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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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로나 당시 자영업자들이 다 힘들다는 시기에, 화장품 회사를 다니는 교인이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로 마스크, 물티슈 같은 것이 많이 팔려서 더 호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다들 힘든 시기지만 그 시기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버는 회사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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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게 코로나 특수를 누린 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들을 나누어야 세상은 좀 더 공평해지지 않을까? 요즘도 정유회사는 특수를 누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함께 나누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더욱 삭막해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가속화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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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개척해서 힘든 사람들은 수준의 문제도, 소명의 문제도 아니다. 정말 실력있는 목회자인데 유명세가 없어서 원석들이 묻혀있을 뿐이다. 개교회가 잘되는 것은 목사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하나님의 섭리가 작용한다. 좀 더 세상적으로 말한다면 운이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교회가 성장하는 이유를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는 것은 그 원인이 목사 자신에게 또는 인간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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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를 누렸다면 나누어야 한다. 교회가 성장한다면 나누어야 한다. 더 많은 교회들이 모두 건강해질 수 있도록 생각을 넓히고 마음을 넓혀야 한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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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교회를 개척하고 8년 가까이 지났지만 월세를 내지 못해서 보증금이 다 없어졌고, 어쩔 수 없이 나와야했다. 다른 곳을 갈 곳도 없었고, 또 개척한지 1-2년도 아니고, 10년 가까이 했는데 월세도 내지 못한다면 목회를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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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소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여러가지로 도와준 손길들이 없었다면 지금 나도, 지금 우리교회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3년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목회가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10년 이상 교회가 부흥되지 않아도, 잘 버티면 그래도 목회가 잘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내 삶과 우리교회를 통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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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리고 모든 것이 은혜임을 기억하며, 나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그리고 우리교회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나누고 흘려보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주위의 힘든 교회들을 섬기라고 주신 것임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싶다. 개교회의 부흥은 우리교회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며, 사명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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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때, 그 죄목은 가난하고 소외된 고아와 과부를 돌보지 않은 것이었다. 이스라엘이 말씀에 순종하는 공동체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바로미터는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의 복지이다. 초대교회는 말씀이 흥왕했고,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많기도 했지만, 가장 큰 특징은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행 4:34) 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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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교회의 부흥과 은혜를 자신들만의 잔치로 전락시킬 때, 어쩌면 구약의 이스라엘같은 특권 선민의식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소외된 곳을 돌보아야 한다. 단순한 개교회의 구제사역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서 지역의 개척교회들을 연합하여 도와야 한다. 그래서 재야에 묻혀있는 수많은 고수들을 발굴해서 지원해야 하고, 그들의 은사가 드러나서 하나님 나라에 귀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각교회의 또 다른 사명이 될 때 각 교회도 자연스럽게 미셔널처치가 되어서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