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독이 만든 성인멜로영화이다. 이와 비슷한 류의 영화 속에서의
여자 연기자는 늘 타자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남성중심적인 시선 속
에 '자기'를 감춘 채 그저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어 남자 주인공을 유
혹하고, 성적 대상화로서만의 역할을 해왔을 뿐이다. 밀애처럼 여성이
주도하는, 여성 스스로 '성'을 탐닉하고, 도발적이고, 자신의 성을 즐
기는 영화는 없었다. (외국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은 없었다).
평화롭던 가정이 남편의 한때의 지독한 바람으로 인해 깨져버렸다. 그
는 '신성한 결혼의 의무와 부부로서의 책임'을 유기했다. 그리고 남편
은 말한다. '실수였어!' 남편의 어린 애인에게서 그녀는 테러를 당하
게 되고, 그 파편이 그녀 뇌 속에 깊숙히 박혀 늘 그녀를 괴롭히며 그
녀의 일상을 침범한다.
1. 미흔, 인규 만나다
그리고 게임을 제안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 이 게임
의 규칙이다. 실패한 적 있어요? 네..딱 한번이요..
그들은 서로의 몸을 만지고, 느끼고, 서로의 몸과 성을 즐기기 시작하
면서 '뭔지 모를 불안함'을 안고가기 시작했다. '애아빠만 빼고 다 알
게 된' 그들의 위험한 관계.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스캔들이
되버린 것이다.
남편은 미흔을 거칠게 대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저질렀던 지난 시간의
바람을 정당화시키고, 스스로 합리화한 그 함정에 빠져 버린 채 미흔
을 '나쁜 여자', '남편 아닌 다른 사내와 배 맞고, 눈 맞은 방탕한 여
자'로 그녀를 그렇게 대했다. (통제불능의 발기된 성욕의 남성들이 취
하는 그런 태도와 생각이겠지..)
2. 미흔과 인규 떠나다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인규는 세상을 떠난다. (그전에 뭔가 암시가 있
었을텐대 그게 뭐였을까..)
단독비행에 성공한 미흔의 일상이 소개된다. 이렇게 살고, 저렇게 자
고, 그렇게 지낸다..그전까지 미흔을 괴롭혔던 파편들이 더는 괴롭힐
명분이 없다고 느껴 사라졌을 것이다. 그건 미흔이 홀로섬으로써 얻어
낸 생애 하루뿐일 특별한 날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을까 한다. 만약 이
영화가 마지막 결말에서 미흔과 인규의 맺어짐으로 끝냈다면 칙칙했었
을 것이다.
김윤진 - 96년, MBC 미니 시리즈 '화려한 휴가'의 드라마 음악을 맡았
던 이창규 아저씨가 우리에게 '김윤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굉장하다
고, 장난 아니라고, 드라마 할 때 꼭 보라고 했었다. 그 드라마에서의
김윤진은 소름이 끼쳤다. 신인일텐대? 드라마 연기는 처음일텐대? 어
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그녀를 볼 때마다 내 심장은 두근두근거
렸고, 가슴은 벌렁벌렁 거렸었다. 이번 영화 밀애를 통해 전사의 이미
지를 벗어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걸 볼 수 있었다. 미흔이 되려고
아주 많이 노력을 했구나..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그녀가 좋다
변영주 감독 - 낮은 목소리 1을 보면서 서럽게 펑펑 울었다. 행여 누
가 볼까 숨어서 끅끅거리며 울었었다. 모 카페에서 처음 만난 변영주
감독은 내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헉! 저렇게 클 수가, 저렇게 등발
이 좋을 수가..여자야? 남자야? 말을 섞기 시작하면서 변영주 감독만
의 아줌마스러운 매력이 좋았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감히 다가갈 수
없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뭔가 눈에서 불똥이 튀어나오면서 도망가
게 하지는 않을까...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했었다. 변영주 감독이 만
든 '밀애'는 변영주 감독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는 아니다. 나도 너희
들처럼 상업멜러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의 시발점이었으며, 통보였
던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앗~! 변영주가 상업영화를? 그것도 멜로를? 이럭헤 스스로에게 질문
하지 않았을까?
#. 질투는 나의 힘
와우~ 이 영화를 보면서 '질투..'가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봤다. 그전에 한가지 해둘 말이 있다. '나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지만,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나쁜 영화가 나올 수 없
다' 이 말은 영화계의 정석처럼 내려오는 전설이 담긴 말이다.
이 영화의 힘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대담하고, 자연스러움을 읽어낼만
큼의 배우들의 연기와 디테일하게 묘사할 줄 아는 감독의 신선한 연출
력과 일상적 생활의 대사와 감정선들이 잘 살아난 생활속의 발견에 있
다...영화 '편지'의 경우, 예쁜 영화였다. 집도 예뻤고, 사람들도 예
뻤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느껴지지도, 보여지지도 않았다.
저렇게 사는구나..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어? 우린 이렇게 하는데 저
사람들은 저러네? 삶의 디테일한 면이 살아나지 못한 영화들이 꽤 있
다. 그냥 그저 그렇게 예쁘게만 보이고, 예쁘게만 사는 것 같고, 그
저 그런 영화들..나중에 더 자세한 얘기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에게는 그리도 대단한 것이다.
그들의 삶이 뼈 속까지 전달이 되었다. 그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사랑
하고, 배신하고, 섹스하고, 밥 먹고, 술 먹고, 일하고, 만나고, 떠나
고...하는구나...안정된 그들의 연기와 그들의 호흡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이 영화의 힘이라는 것을 한번 더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열정없이 그저 상품적인
가치로만 증명이 되었던 고소영, 김희선, 한고은, 한채영, 한은정, 최
지우, 김사랑 등과 같은 '연예인'은 절대로 그런 연기는 할 수가 없다.
(권상우, 조인성, 김재원...). 그들에게서는 어떠한 삶의 철학도, 삶
의 가치도, 삶에 대한 진지함과 신중함과 함께 고민도, 삶의 다양함과
그 느낌을 발견할 수 없고, 그들은 이러한 것들을 보여주고, 말하기에
는 정말로 역부족이다.
배우는 연기로 승부하고, 연기로 말한다. 외모는 그 다음이다.
배종옥 - 그녀가 곧 박성연이었다. 자다 일어난 부시시한 머리를 관객
에게 보여줄 용기도 있고(한국 여자 배우들은 예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안 된다), 탄력있게 대사를 내뱉는 그녀의 천
연덕스러운 연기..그녀가 가장 돋보인 영화였다.
박해일 - 허허.....박해일 맞아? 어리둥절했었다. 신인배우가 세 편의
영화에 그것도 너무도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있다는 것은 그
렇다면 박해일은 머리가 대단히 비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호흡이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감정선도 잘 조절해가면서 연기를 했다. 어
쩜 이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이제서라도 대중 앞에 나타나준 그
가 고마웠다.
#. 광복절 특사
작년 개봉했던 날 아침에 봤다. 그냥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정말 아
무 생각없이 그냥 뭇기만 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봤다. 강성진이 교도소를 장악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은 왜 그가
그런 무모한 일을 감행했는가에 대한 개연성도 부족했고, 내러티브도
약했다. 오늘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거의 한 시간을 잤다. 그리고 깨
고나서도 웬일인지 웃을 수가 없었다.
슬랩스틱식의 코미디, 과장된 몸짓과 건질 것 없는 대사들, 너무도 작
의적인 장면들이 그저 허탈하게 씁쓰레한 미소만 짓게 해줬다.
설경구 - 그를 내가 처음 본 것은 몇년 전 지하철 1호선에서였다. 미
친듯 연기하는 그가 한동안 내 정신을 잠식했었다. 누구는 이 영화에
서의 연기가 너무 오버였다고 하고, 어떤 이는 리얼하다고 한다. 그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이다. 그래서 그를 믿는다..(어제 영화를
보면서 공공의 적에서의 설경구가 그리워졌다..)
(난 지금까지 '동승'과 '질투는 나의 힘'을 최우수작품상으로 찍었다.)
6/1 (일)
오전 10시-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 시켜줘
오후 1시-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오후 3시- 챔피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