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점에 들렀다가 새 앨범으로 나온 [Viva! Jazz Diva!]를 구입했다.
재즈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클림트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앨범이 너무 맘에 들었다.
하여, [이 달의 나의 소장목록 1호]로 선정!
재즈를 잘 모르는 나도 [비바! 재즈 디바!]에 담긴 세 재즈 가수들의 이름(빌리 할리데이, 사라 본, 엘라 피츠제랄드)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접속”, “글루미 선데이” 등의 영화들을 통해 귀에 익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커버로 해서 3장으로 이루어진 앨범 셋트.
재즈사에서 가장 빛나는 세 여자 가수의 앨범을 클림트의 그림으로 감싼 컨셉.
그래, 클림트는 여자의 시대를 예고하며 주로 여성을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렸던 화가였었다.
박스 디자인은 내가 “키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클림트의 그림인 “물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집에 와 박스를 열자 석 장의 예쁜 엽서가 담겨 있다.
클림트의 “모자를 쓴 여인”, "물뱀",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엽서 속의 그림들을 앨범 커버로 한 각각의 CD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이건 그림책이 아니라 앨범이지, 하면서 침대 맞은 편 낮은 책장 위에 올려져 있는 미니 콤포넌트에 먼저 빌리 할리데이의 CD를 올려 놓은 후
음악 평론가 성기완의 글이 담겨 있는 북클릿을 읽으며 노래들을 감상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홀리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우수에 젖은 허스키 보이스다.
블루스가 재즈의 정수라면 그녀는 재즈의 정수이다. 온 몸으로 재즈였던 빌리 홀리데이.
문득 창 밖을 쳐다 보았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창 밖으론 구름이 더 느릿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고, 봄비가 그녀의 목소리 사이로 간간이 스며들곤 했다.
이어서 두번째 CD인 엘라 피츠제랄드를 들을 차례다.
격조 있는 상쾌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녀. 신이 부여한 재능과 목소리를 지닌 가수, 자신이 가진 몸과 목소리만으로 전부가 될 수 있었던 가수.
엘라는 재즈 싱어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음악적 자질의 한 "기준점"이었다.
그녀가 1996년 세상을 뜰 때까지, 아무도 그러한 엘라를 대신할 수 없었고 그 이후 십 년 가까이 흘렀지만 ‘엘라 피츠제랄드’라는 기준은 여전히 확고부동하다.
다시 눈을 뜨니 바람이 커튼을 툭툭 친다.
마지막으로 사라 본을 들을 차례다.
아마도 그녀는 이 박스 셋트에 담긴 여자 재즈 가수들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가수일 것이다.
설령 그녀의 노래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영화 "접속”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석규와 전도연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를 기억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실상 로맨틱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녀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만큼 잘 어울리는 건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희망과 함께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지는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해가 지고 있다. 나른하고 몽롱한
그림이, 그리고 재즈가 너무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