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를 관람하고
며칠 전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영화 「모가디슈」를 관람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정말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 들러 120여 분간의 상영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보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오후 1시 상영시간인데 입장객이 단 3명뿐이었다.
이 영화는 1991년도 아프리카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의 동시탈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당시 한국대사였던 강신성(姜信盛:84) 대사가 소말리아 내전의 실상을 쓴 장편소설 「탈출(2006년 출판)」을 근거하여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소말리라 수도 ‘모가디슈’와 비슷한 해외 아프리카 모로코 ‘에사우이라’에서 4개월간 머물면서 100% 촬영했으며, 롯데 엔터테인먼트 배급에 제작비도 240억 원이나 들었다 한다. 원래계획은 작년 여름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간 미루다가 지난 7월 28일에 개봉하였다. 다행히도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이 줄고 개봉영화까지 줄게 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국 상영관협회와 한국 IPTV 방송협회가 함께 영화제작비 50%를 회수할 때까지 영화티켓 매출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필자는 강 대사님과 같은 시기에 주(駐)태국한국대사관과 주일본한국대사관에서 국방무관을 역임한 전임 외교관의 한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이 영화의 테마(主題)는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반군의 공격을 받고 대사관직원들이 오로지 생존을 목표로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내용이다. 소말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1년 1월 9일 부터 4일간 소말리아 무장반군의 공격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탈출을 결심하고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고군분투하며 이탈리아 대사관을 경유하여 ‘모가디슈’를 탈출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하였다. 내전이 있기 전에는 서로 원수처럼 대하던 남북한 외교관들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살기위해 협력하는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의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실상과 인간애(人間愛)도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베테랑,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이 연출까지 맡았으며, 배우 김윤석(극명 한신성 한국대사 역), 조인성(안기부 강대진 참사관 역), 허준호(림용수 북한대사 역), 구교환(태준기 북한 참사관 역), 김소진(김명희 역), 박경혜(박지원 사무원 역) 등 일류급 액션배우들이 열연을 하였다.
영화 줄거리는 당시 대한민국은 UN가입을 위해 해외파견 외교관들이 주재국과 외교활동을 강화하던 시기였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먼저 교두보를 확보한 북한보다 한국은 더 불리한 상황에서 한 표라도 더 지지표를 얻기 위해 치열한 외교공작을 벌였다. 그때 한신성(극명) 소말리아 주재 한국대사는 소말리아 고위급과 면담을 추진하지만 북한대사관의 반대공작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하루는 강대진 참사관이 힘겹게 주재국 소말리아 고위층과 면담일정을 잡고 선물까지 준비해 오는데 북한 공작으로 길에서 노상테러를 당해 선물도 털렸다. 북한 소행을 안 참사관은 북한대사관이 소말리라 반군세력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사진을 들고 나와 북한대사관과 대립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1991년 소말리라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나 아비규환이 되었다. 통신마저 두절되어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틴다. 신변에 위험을 느낀 대사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서울 외교부 본부로 요청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 일행들이 대한민국 대사관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자 이들을 고심 끝에 받아들이게 된다.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반군들의 공격에 신변이 위험해지자 합심하여 필사적으로 ‘모가디슈’를 탈출하는데 성공하지만 북한참사관 태준기(구교환 역)는 총상으로 죽게 된다. 마지막 케냐 수도에 도착하면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비행기 안에서 서로 모르는 척하면서 기약 없는 작별인사를 하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한편 소말리아는 2차 대전 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였으나 공산주의자인 바레가 2대대통령 샤르 마케를 암살하고 대통령이 되어 소말리아 혁명사회민주주의당(SRSP)를 세워 1969년부터 1991년까지 일당 족벌독재 장기집권을 하게 된다. 그러나 1991년1월 소말리아 반군 단체인 통일소말리아회의(USC/Union of Somali Congress)가 바레정권을 축출하였다. 정권을 장악한 USC 내에서 마흐디 대통령과 아이디드 의장 간에 대립이 격화되어 내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 내전으로 40만 명이 사망하고 57만 명의 실종자와 140만 명이 난민이 발생하였다.
필자는 이 영화를 통해서 당시 UN가입을 앞두고 치열하게 펼친 남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상, 소말리아 독재정권에 대항한 반군과의 비참한 내전실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합심한 탈출시도 등을 인지하였고, 특히 해외에서 펼치는 외교관들의 고통과 활약상의 단면을 보았다. 그리고 영화후반기에 펼쳐지는 탈출차량에 책이나 여러 물건들을 총알받이로 매어달고 반군들의 저항 망을 뚫고 액션이 넘치는 필사적인 레이싱 탈출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작이었다.
이 영화는 현재 전 세계 50여 나라에도 판매됐다. 이 영화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터진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긴박한 탈출기를 탄탄한 서사시로 완성시켰다는 호평과, 현재 아프간에서 내전 상황과 맞물려 시사성 있는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는 뜨거운 입소문의 탓인지 개봉이후 4주 연속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28일 만인 8월24일 현재 예매 율 1위에 누적 관객 수 287만 여명을 돌파하여 흥행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영화는 외신들도 ‘진정으로 흥미진진한 사실에 근거한 스릴 있는 영화’라며 반응이 대단하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스릴감 넘치는 액션과 드라마의 절묘한 조화”라며 카 레이싱 장면은 영화 ‘매드맥스’를 방불케 한다고 평했다. 필자도 정말 오랜만에 본 멋진 영화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 영화는 남북한 동시탈출이라는 실화바탕의 각본으로 제작되어 어린이들부터 온 국민이 함께 보면서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최근 아프간 사태로 내전과 탈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와 맞 물려 큰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기원하며, 영화 「모가디슈」를 제작한 류승완 감독과 출연진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지금도 우리와 문화와 생활여건이 다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조국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하여 불철주야 수고하는 여러 외교관들, 특히 소말리아 같은 오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후배 외교관들에게 선배 외교관의 한사람으로서 뜨거운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