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지금 선거인단 빼앗기 전쟁 중

[그늘집]

공화당의 예비선거가 트럼프의 과반 확보 여부만을 과제로 남겨 둔 채, 중반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펜실베니아 주의 선거인단 배분이 새삼스럽게 관심을 끌고 있다.  펜실베니아의 예비선거는 4월 26일로 예정되어 있고, 예비선거 형식은 폐쇄형(closed) 프라이머리(primary)이다.  즉, 공화당원으로 등록된 사람만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무당파(independent) 마저 공화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현재의 지지율 상으로는, 트럼프가 케이식에 다소 앞서 있는 상황이며, 크루즈는 2위 혹은 3위로 나타나고 있다.  
 
펜실베니아 선거인단이 총 71명에 이르니만큼 적은 숫자는 아니다.  14명의 선거인단은 펜실베니아 전체를 놓고 보아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가져가고, 3명은 공화당 위원회 간부들이 자동 선거인단이 되며, 나머지 18개 선거구에서 3명씩 선거인단을 뽑는데, 선거구별 1위 후보자가 3명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이다.  즉, 여느 다른 주나 별차이 없어 보이는 “승자 독식”에 가까운 형태의 예비선거이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다른 주의 경우, 대부분의 선거인단이 공화당 “전국” 전당대회에 참석하여 1차 투표 즉, 첫 번째 투표는 구속되어(bound) 이미 지정된 후보에 투표하여야 하는데, 펜실베니아 선거인단의 경우, 1차 투표에서마저 주 전체 (at-large) 선거인단 14명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 간부 3명은 최소 첫 투표에서는 1위 후보자에게 투표하여야 한다) 따라서, 무려 54명이나 되는 후보가 이를 뽑아 준 유권자들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마음대로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선거인단 선두 경쟁이 극심하였던 1976년, 펜실베이아에서는 레이건 (Ronald Reagan)후보가 박빙의 예비선거를 의식하여, 선거인당 장(head) Drew Lewis의 친구였던 Richard Schweiker를 부통령으로 지명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지만, 이미 Gerald Ford 후보에게 지원을 약속했던 Lewis는 선거인단을 이끌고 Gerald Ford를 지지한 바 있다.  레이건은 그 때의 실패를 거울 삼아, Lewis를 끌어 들여 1980년 선거에서 비록 일반 유권자들의 표는 적게 받았지만, 선거인단은 대부분 확보하여 펜실베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십명 차이로 트럼프의 과반 확보 여부가 갈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54명이라는 선거인단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더욱이 54명 전체가 한, 두 사람의 뜻에 의하여 한 명의 후보 뒤로 뭉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결과에 미칠 막강한 영향력을 암시한다. 
 
즉, 펜실베니아의 경우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며, 일반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것이 승부가 아니라, 선거인단의 구성 그리고 선거인단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포섭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공화당 내부에 특별한 조직을 갖추고 있지 못한 트럼프가 불리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트럼프 역시 이것을 알고, 1980년 당시 선거인단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던 Paul Manafort를 선거인단 관리 책임자로 고용하는 등, 이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 갔다. 
 
반면, 공화당은 선거인단을 “내부 인사들”로 채워, 가능하면 전당대회에서 뒤집어 보겠다는 생각이다.  테네시 선거인단의 명단 교체를 트럼프가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이러한 공화당의 시도가 표면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루이지애나의 경우, 트럼프는 크루즈에 비해 3.6%나 높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였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크루즈가 10명 정도 더 가져갈 것으로 보여 트럼프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차하면 선거에서 이기고 54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뺏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의를 거스리는 듯해 보이는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발생할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어 보인다. 또한, 펜실베니아의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과반 확보 여부가 결정될 것인지를 지켜 보는 것도 관심거리 중 하나이다. 

<그늘집 고문 변호사 최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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