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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좋네. 내가 확실히 톱작가이긴 한가봐.. 에이전시에서 집도 봐꿔주고 좋구먼"
드라마국에 등단하여 어린 나이에 나는 승승장구를 했다. 23살 이례적인 나이로 지상파 10시타임 월화극을 하게되었고,
그렇게 나의 작가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승승장구를 하다가 북촌꽃무사의 행진으로 대박을 치고, 지금은 사랑의 방망이질이라는 나도 다소 난감한 드라마를 쓰고 있다. 물론, 내 승승장구한 인생의 오점으로 남을 녀석의 스토리이긴하지만 찌질한 내 연애사를 닮은 이 드라마가 내게 있어서는 그 자식과의 추억되돌아보기가 되어버렸다. 이렇게라도 그자식한테 미련남았던 내 자신을 떠나보내고싶었던 것일수도 있다. 떠나보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아이스크림맛때문에 차인 건 너무나도 분하다. 그이후로 베스킨라빈스를 가지 않는 다는 것은 비밀이다.
"어어! 노트북 살살 들어주세요, 거기 시놉들이 다 들어있어요."
작가가 된 후에 살던 원룸에서 나와, 이사를 하는 날이다. 하도 에이전시에서 칙칙한 방에서 나오라고 안달복걸을 하는바람에 나오긴했지만 그 칙칙한 원룸방은 나에게 영감의 장소였다. 에휴, 이사하자마자 고사라도 지내야하나. 영감에 내려다오~하고
"이작가님, 짐이 정말 없네요."
"철이씨 그래서 나오시지 말라했잖아요. 굳이 힘드시게"
김 철. 나이는 31살? 나의 에이전시 매니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무슨 에이전시이고 매니저냐고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하기사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가 일일히 연출가들과 미팅을 하고 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에이전시가 대신 미팅을 주선하고, 계약을 맡아 하는 등의 일을 한다. 덕분에 나는 편하게 글만 쓰면 되니 좋은 일 아닌가.
"이사가는 날은 자장면 하는 날이라고들 하잖아요. 철이씨 자장면 한 끼 하시고 가실래요?"
흡사 라면드시고가세요 스킬, 철이씨는 사람 참 괜찮다고 생각한다. 외모도 순박하니 괜찮은데말이지..
"죄송하지만 자장면은 다음에 먹어요, 하하 제가 작가님 다음 작품을 전달하러 가야해서요."
"아하하하 그러시구나. 제 일때문에 바쁘신걸요. 뭘.."
민망하기 그지없구만..
"이번에 KBC에 작가님 시눕을 전해드리려구요. 미니시리즈분야로요."
"아네.. 하하 사랑의 방망이질 끝나고 바로 새 작품 들어가겠군요."
"음.. 아마 3개월 후 작품이 촬영되는 걸로 알고있어요. 너무 작가님 힘드시면 잠시 쉬는 것도.."
"아뇨, 벌 때 반짝 벌어야죠 하하. 괜찮아요 철이씨."
"1년에 두 작품 하시기는 힘드실텐데.."
"어쩔수없죠, 뭐. 그리고 제가 시놉이 없는것도 아니고"
"역시 작가님은 대단하십니다."
철이씨의 엄지척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힘들지만 두 작품을 하긴 해야지, 사랑의 방망이질이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라 빨리 만회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도 그닥 안나오고.. 극 후반부라서 대본은 다 넘겨주었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이다. 역시 그 망할 자식과 관련된 스토리는.. 그냥 내 복수용에 불과했다고 위안을 삼으면 되려나..
3개월 후 작업이라면 해볼만 하다. 미니시리즈니 16부작이면 끝날 것이고, 괜찮은 연출가만 만난다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찍어줄 것이고. 뭐 그닥 힘들일도 없겠지.. 영감의 신만 내게 내려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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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이다!"
"간만에 드라마국 회식인데 삼겹살이 뭡니까 삼겹살이"
삼겹살집 안, 드라마국들 PD들이 모처럼 한곳에 모였다.
윤성 역시 술잔을 받아들였다. 술자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윤성이였지만 국장까지 온 자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KBC가 드라마 시청률 꼴지야! 그냥 국밥으로 회식하려는거 삼겹살이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먹어그래!"
"예애-"
KBC가 지상파임에도 불구하고 종편이나 케이블에 시청률이 다 뺏겨버려 드라마국이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윤성의 드라마가 대박을 쳐서 주말극을 잡고있다지만 KBC주말극은 원래도 황금시간대였다.
나머지가 한자리수 시청률을 고집하니 국장으로써도 답답한 일이였다.
"이번에 스타작가들을 많이 영입 해올 생각이야"
"스타작가라면 누구 생각하시는 데요 국장님?"
"이번에 이민영작가가 KBC랑 계약을 한다고 하더군."
윤성은 고기를 집어들다가 순간 들려온 이름에 젓가락질을 멈췄다.
"누구요?"
"이민영이, 그 이번에 SBN에서 북촌꽃,,뭐시기냐 꽃..."
"꽃무사의 행진이요"
"그래, 그걸로 대박히트친애있잖아. 그 박승혁인가도 톱스타대열로 올려놓고말야."
"근데, 이민영이가 미니시리즈를 한다구요?"
"그렇다고하더군, 오늘 에이전시 담당자를 만나고 왔어."
"월화, 수목중에 어느 타임이라던가요? 이민영작가랑 한번쯤 작품해보고싶었는데"
"그러게나말이야. 그렇게 연출할 맛 나는 글을 써댄대지."
PD들이 이민영을 칭찬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자니 어이가 없었다.
이민영이가 뭐라고 참나
"그 아이스크림남으로 이번에 언론 좀 떠들썩하던데"
"켁..켁"
"윤성선배 천천히 드세요. 체하십니다. 아무튼, 그런 글을 어떻게 쓰나 몰라요."
"켁..흠..흠 내가 보기엔 그냥 삼류작가 같던데 뭐."
"삼류요? 선배는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런말 하는거에요. 그런 스타작가랑 작품하는 게 한자리수PD에게 얼마나 꿈인데요."
"어련하시겠어."
"아아, 다 됬고. 이번에 이민영작가 시놉들어오면 다시 얘기하지. 오늘은 코가 빨개질때까지 마시고 다들 힘내자고 건배!"
"국장님, 저 할겁니다 저저!"
"에이, 국장님 저랑 커넥팅해주십시오!"
다른 PD들이 서로 이민영과 하고 싶다는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기와의 스토리만 써대는 그자식이 뭐가 대단한건지..
하기사.. 민영이는 22살부터 잘나갔지.. 그래서 나같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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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힘들어, 의자에만 앉아있던 애가 간만에 짐정리하면서 운동을 해서 그런가 힘들어죽겠네."
기지개를 펴는데 순간 베란다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 한가운데라서 그런가 야경이 끝내주구만
"히야- 좋다. 좋아. 집 좋아. 상쾌한 밤공기 으아아아아~좋다."
[꾸르르륵]
"그러고보니 배고프다.. 벌써 9시네. 배고프다 뭐해먹지.. 나 요리 젬병인데..시켜먹을수도없고..라면이나 끌여먹자.."
글만 쓰느라 나이 27살이 다 되도록 요리 하나 할줄모른다는 내 자신이 너무 서글프당....
이런 나를 누가 데려가려나.. 에휴 데려가긴 하려나.. 연애를 못한지도 어언 3년.. 김윤성 개자식만 안만났어도!
아니지아니야.. 김윤성은 그만 생각하자..그만생각하자 이민영..
라면이나 끓이자
"룰루, 라면이다아앙~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룰루"
[쾅쾅쾅쾅]
"아씨! 뭐야"
[쾅쾅쾅쾅]
"누구세요?"
기분 좋게 라면 먹으려는데 누구야, 진짜
인터폰을 키자 아무도 없었다.
아씨 뭐야. 무섭게
[달칵]
"누구..세.............김윤성?"
"어랏? 이미녕이 아냐 이미녕이-미녀ㅇ이이잉-"
"뭐야, 이젠 내 집까지 알아내서 항의하러온거야? 아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파장이 심할지 알았어? 내가?"
문을 열자 보이는건 김윤성이였다.
아이스크림남의 파장이 커서 한동안 내 실화가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가 맴돌았었다.
사실상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이 자식이 이렇게 옹졸하게 찾아올줄이야
"이미녕이, 톱작가이미녕이- 신비주의 작가님 안녕하쪠여"
"술먹었니? 술도 못하는애가 왜이리 많이 마셨어"
"근데 신비주의이미년작가니이임은 왜 울집에 계시죠?"
"무슨소리야, 여긴 우리집이야. 봐봐 우리집. 오늘 이사왔구만 무슨소리야."
"아닌데아닌데! 너 이제 우리집까지 뺏냐?! 나와 우리집이야!"
그말과 동시에 나를 쳐내고 들어가는 김윤성을 보는데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이자식 뭐하자는거지?
"야! 너 뭐야! 나가! 울집이라고!"
"뭔소리야, 울집이구만. 이게 울집까지 뺏으러들어! 으이씨, 어? 라면이다. 나 라면 완전 조아하는거 어또케알고,"
"야. 그거 손대지마! 내 일용할 양식이다"
"후루루루룩- 마시쪙, 역시 우리 미녕이가 다른건 못해도 라면하나는 잘끓여 후루룩-"
"이야야아아! 그거 한봉밖에 안남은거라고!! 아 김윤성!!!!!!!!!!!!!!!!!!!!!"
"에이-라면갖고 치사하게-이미녕이 돈많이벌면서 이미녕이~"
"얘 왜이래, 완전 갔네 갔어"
"이미녕이- 나의 이미녕이.. 내가 사랑하는 이미녕이...................."
그말과 동시에 책상에 엎어져 자는 김윤성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사랑한다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그냥 집안이 너무 더워서 일거다.
김윤성 망할 자식이 한 말 때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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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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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잇어요~~둘이꼭다시연애햇음좋겟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1.15 22:06
집안이 더러워서일거다라....
잼잇게잘읽엇습니다~ㅋ
다시 꽁냥꽁냥♡?
둘이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