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으..머리 아파 죽겠네.. 막판에 너무 마셨나"
지끈거리는 머리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져버렸다. 어젯밤 회식자리에서 막판에 너무 많이 마신 탓인가, 속이 울렁거리기시작했다.
용케 집은 잘 찾아왔......
"여긴..어디냐.."
"물은 냉장고에"
[타닥타닥타닥]
"이민영?"
왜.. 이민영이 여기 있는거야?..
"왜 이민영이 여기 있냐고 생각하겠지, 내가 왜 여기있냐고? 여긴 우.리.집이니까"
"너........독심술도 하냐?"
"뭐래, 보다시피 나 지금 시놉 고치는 중이거든? 술깼으면 좀 빨리 꺼.져.주.겠.니.내.집.에.서"
"에누리없는 가시나. 간다 가. 으-머리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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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가나다라마바사는 왜 치고 있냐 이민영... 그래도 끓여놓은 해장국은 먹고 가게 할걸 그랬나.."
'사랑하는 나의 민영이' 라니.. 미친놈.. 별꼴이야..
"아우 더워, 아우! 이 집 난방 되게 잘되네, 아우 왜 갑자기 얼굴은 빨개지고 난리야 어우"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라곤 안되는 자식, 얼굴만 반반해가지고 누가 넘어갈줄아나..
.....나쁜 자식.. 지가 어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겠지.. 나쁜자식..
괜히 새벽에 나가서 장만 봐왔잖아. 빌어먹을자식. 그런 자식한테 해장국이나 하는 이 바보 멍충이 이민영
[지이이잉-]
채영이네, 무슨일이지?
분명 뭐 나오라는 거겠지만..
"네 이민영입니다."
"민영이가스나야, 얼굴보기힘들다?"
"알다시피 톱작가잖냐"
"최근에 나 빵터지는 잡지봤다?"
"뭔데"
"너에 대해 파헤치는 인터뷰더라고? 내 친구 이민영이가 신비주의랜다?"
"허아- 그거? 사실밖에 없던걸 뭐"
"신비주의라니, 김윤성오빠랑 쌍으로 똘끼충만하던게 엊그.."
"야! 김윤성얘기가 왜 나와!"
"김윤성오빠도 드라마국PD더라? 주말극으로 대박쳤던데? 그렇게 연출가로써 극장가만 전전하더니, 결국 지상파갔던데 뭐"
"지금 김윤성얘기가 왜 나오는데, 아 나 바뻐, 대본써야돼. 용건만 말해"
"아그렇지그래, 용건이 무엇이냐면. 나 결혼해"
"뭐어어어?"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이채영이 결혼을 한다니, 그렇게 독신주의를 외쳐댔던 이채영이!
"하,.. 그렇게 독신 독신하더니, 원래 독신주의자라는 년들이 제일 빨리 결혼한다더니 사실이였네,사실이였어."
"결혼하게되더라구 후훗 그 사람이라면.."
"누군데, 상대가"
"윤호"
"누구?"
"김윤호"
"김윤성 동생? 김윤호!!?"
"응, 우리 결혼해. 참고로 임신 2개월차야 하핫"
"미쳤어!미쳤어! 이채영 미쳤어!"
결혼이라니, 임신이라니,.. 그것도 윤호라니! 미쳤다구!
"그래서..나...보고 결혼식오란건아니지...?"
"얘, 당연히 와야지! 오기만해? 나 너한테 들러리부탁하려했는데?"
"들러리같은소리한다.. 결혼식 들르지도 못할마당에 들러리를 하라고!?"
"왜 못와? 윤성오빠랑 너랑 헤어진지 3년이 넘어가고, 서로 각자 얼마나 잘 살아? 야 베프의 부탁인데 그거하나 못들어주냐?"
"야,이채영 거길 내가 어떻게 가! 거기 김윤성도 있을거아냐!"
"당연하지, 윤호형인데. 암튼 우리 아주버님이니까 김윤성 김윤성 거리지말아주겠니? 우리 아주버님되시거든?"
"이게 단단히 미쳤네, 미쳤어. 아아아 못가! 나 절대 못가!"
"너,,,안오면... 김윤성이랑 너랑 사귀었던거 확 폭로해버릴거야! 신비주의고 뭐고 다 없어버릴거야!"
"야이가시나야!!!!!!!!!!!!!!!!!!!!!!"
"얘, 애떨어지겠다. 암튼 한달뒤다? 참고로 들러리컨셉은 피치다 피치~예쁜 피치색 원피스 입고오세용~난 이만 태교하러..안녕!"
[뚝]
왜 하필...김윤호야 김윤호긴...흐아.........왜 자꾸 엮이냐 김윤성이랑....진짜 내가 아이스크림 내용 써서 그런가?
왜이래 정말....아우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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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속... 옛날에는 해장국도 잘만해주더니, 이젠 남이다 이거냐?"
그나저나, 내가 왜 이민영집.... 미쳤네.. 2710호였어.... 설마 이민영..우리 윗집이냐......
아....으 머리야, 필름이 끊겼었나? 기억이 안나. 아오 이민영한테 뭐 실수한건 아니겠지?
이게 웬 개망신이야...
윤성은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옛날에 사주하는 사람이 그랬었다. 두 사람이 연은 연이라고..
"그러고보면,,우리도 연은 연인가보다.. 그게 악연이든...인연이든.. 이사온거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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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C 국장실
"이번에 월화미니시리즈 맡을 연출을 선출하려한다. 드라마중에서도 가장 시청률이 낮은 월화드라마인만큼 두자리수 넘기는게 목표다. 그래서 이번 연출을 맡을 사람은 말이지.."
"으..머리아파, 늦어서 죄송합니다."
"회사가 놀이터다? 김윤성?"
"죄송합니다. 국장님. 어떻게 다들 이리 멀쩡하게 출근을 했냐. 대단들하다"
"앉아 얼른"
윤성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자리에 앉았다.
윤성이 자리에 앉자 옆에 있는 조연출이 말을 이었다.
"지금, 국장님께서 월화미니시리즈 연출 선정하시는 중이였습니다."
"그래? 내 일아니니까 뭐, 그나저나 대본들은 정리해놨어?"
"그게말입니다 선배님.."
"그래서 연출을 맡을 사람은 말이지.. 김윤성"
"네?"
윤성은 호명된 자신의 이름에 조연출과 대화하던 것을 멈추고 국장을 쳐다봤다.
국장은 웃으며 말했다.
"월화미니시리즈, 잘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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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이거 너무한 처사입니다. 가장 시청률 낮은 곳에 배치라뇨, 어떻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요."
"너니까 가능할거야. 주말극 시청률 40도 찍어본 녀석이 왜이리 겁이 많아."
"국장님, 주말극이랑 이거랑 같습니까? KBC월화극은 돈받아도 안본다는 소문이 있더랍니다."
"그럼 네가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게 만들면 되네."
윤성은 국장을 끈질기게 따라붙었으나, 국장은 굳건했다.
그런 국장의 모습이 윤성은 너무나도 답답했다.
수목극도 할까말까 고민인데, 월화극이라니 KBC드라마국중에서도 최하위시청률을 기록하는 곳이라니!
웬만한 언플로도 끌어올리지못하는 시청률을 어찌 본인의 힘으로 끌어들인단말인가
"이번에 잘하면, PD로써 입지도 단단히 굳힐거야, 자네 입사한지 2년만에 메인PD된사람이야. 대단한 능력이지."
"국장님, 그거랑 그거랑 같습니까"
"같지, 왜 안같아? 한번도 조연출 건너뛰고 메인연출 잡은 애 없었다?"
"국장님!"
"조연출 건너뛰었으면 그 능력보여줄때가 됬어, 주말극이야 늘 시청률 높던거고. 자네 능력을 보여줘야지."
"저 혼자서는 무리에요, 하 국장님...다시한번 생각을.."
"한번만 더 질문하면, 조연출로 내려버리는 수가 있어. 작가는 김PD가 알아서 선정해."
"형!"
"연극계 후배라고해서 특별히 데리고 온 너야, 그니까 보여줘, 네가 낙하산이 아니란걸."
윤성의 눈빛은 흔들렸다. 국장이 소극장에서 연출을 맡아하던 자신을 발탁하지 않았더라면 꿈도 꾸지못했을 지상파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자신은 겁났다, 주말극이 아닌 시간대의 드라마라니. 더군다나 월화극이였다.
"여기, 작가들 시놉시스. 작가들 이름은 제외하고 시놉으로만 해놨으니까 네 감을 믿고 한번 읽어보고 컨택해."
"작가이름은 왜 빼셨는데요."
"너가 싫어하는 이민영거는 안볼거아냐"
"형!"
"간다, 그리고 회사에선 국장이야 임마."
윤성은 사실상 2년차 신입PD였다. 연극계에서는 꽤나 굵은 잔뼈라 연출로 유명했던 것은 사실이다.
KBC 단막극 연출에서 상을 타서 입사하게됬지만 조연출이 아닌 바로 헤드를 잡게 된건 자신과 지속적으로 알고지내던 국장의 몫도 컸다. 하지만 드라마랑 연극은 다르다. 연극에서는 잔뼈가 굵지만 드라마에선 2년차인 신입새에 불과했다.
그런 윤성에게 미니시리즈라니, 16부작안에 기승전결, 희노애락을 다 담아내야한다.
"머리가 갑자기 더 아파지는구만"
윤성은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시놉시스들을 바라보았다.
대략 20개정도의 시놉들이 쌓여있었다.
작가들의 시놉은 각 방송사마다 보내지곤한다. 물론 시놉은 그저 시놉에 불과하지만..
"에이씨,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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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오빠! 얼른 와봐! 눈온다"
"히야, 이쁘다. 꼭 우리 민영이처럼"
"으- 닭살. 하여간 김윤성은 나한테 푹빠졌다니까?"
"당연하지, 나 너없으면 죽어"
"그짓말~"
"진짜래도?"
"진짜?"
"그래, 그니까 나 데리고 살아"
"뭐. 까짓것 이번 드라마 대박나면 김윤성. 내가 데리고 산다"
"푸훕, 진짜 약속했다?"
"내가 드라마대박나서 돈 많이 벌면, 우리오빠 극장연출하는데 돈도 펑펑써주고 한다. 마누라 힘이 그정도 되야지"
"어휴, 그러셔요? 하여간 이민영 허세는"
"진짜, 내가 너 데리고산다니까?"
"녹음할거야. 이작가"
"얼마든지요, 김감독님"
"평생 이렇게 함께 첫 눈보고 그랬음 좋겠다."
"평생 이럴거야. 평생"
평생... 함께 할거지..김윤성?......
"으어!"
개꿈.
왜 하필 오늘 이런 개꿈을 꾸는거야..
김윤성과의 달콤했던 그 시간이 회상되고야말았다.
그것도 오늘. 이채영결혼식날에 말이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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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편이 끝이 났네요
댓글이 엄청난 힘이 됩니다요 아자아자
첫댓글 재밋어요~~자주연재해주세용!!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1.16 03:48
재수없대요
꺄~앜ㅋ♡마음이 간질간질해지네용ㅎㅎ
뒤늦게 읽지만 재밌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