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여성 전유물 아닌데…'남성 유방암' 역차별 현실
[헬스로그 인사이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지은 교수여성 유방암 치료엔 급여…
똑같은 치료인데 남성은 비급여남성 유방암, 희귀암이라 관심 부족…
"연구, 잘 안 돼 있다"검진부터 치료까지 가이드라인 정립 어려운 희귀암의 민낯
암은 성별과 상관없이 몸 어디에든 생긴다. 남성과 여성은 생식기에 생기는 암, 예컨대 남성은 전립선암·고환암, 여성은 자궁암·난소암 같은 고유의 기관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같은 기관을 보유한 까닭에 똑같이 암이 생길 수 있다. 남성의 유방도 예외는 아니다.
유방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남성의 유방에서도 여성의 유방에서와 같이 암이 자랄 수 있다. 실제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남성 유방암 환자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그 해 신규 유방암 환자는 27만9,965명이었고 이 가운데 절대 다수인 여성 유방암 환자가 27만8,953명이었으며 남성 유방암 환자는 1,000명을 조금 넘어선 1,012명(0.4%)이었다. 유방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했을 때 여성에게는 국내 1위 다발암이지만, 남성에게는 희귀암인 상황이다.
같은 유방암인데, 여성에게는 다발암이고 남성에게는 희귀암이 되면서 남성 유방암은 여성 유방암과 대별해 현재 희귀암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유방암과 남성 유방암에 실제 어떤 차이가 날까?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지은 교수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지은 교수는 "남성 유방암은 사실 연구가 잘 안 돼 있다"며 "남성 환자는 너무 소수여서 데이터를 뽑기도 어렵고, BRCA1/2가 있어도 여성과 달리 어떻게 검진할지 정확히 제시돼 있지 않으며, 치료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고 허가와 급여도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근거 기반의 의료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남성 유방암 환자가 너무 소수여서 연구가 잘 되어 있지 않는 까닭에 검진과 치료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은 여성 유방암과 함께 남성 유방암 치료를 같이 하는 진료실 의사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남성 유방암은 여성 유방암과 그 시작점에서부터 차이가 나타난다. 이지은 교수는 "남성 유방암 환자는 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 유방암이 만져지는 시점인 3기에 발견되는 등 여성보다 조기 진단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여성 유방암은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이 도입돼 있기도 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대표적으로 여성은 유방암 유발성 유전자 BRCA1/2나 유방암 가족력 등을 통해 조기 검진체계가 잘 정립돼 있다.
그러나 남성에게는 BRCA1/2가 여성처럼 똑같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조차 간과되고 있다. BRCA 변이가 있거나 남성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여성과 똑같이 검진이 권고되나, 의료진조차 이때 명확히 검진 가이드라인을 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남성 유방암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지은 교수는 "유방암 유발 요인 중 BRCA1/2 변이가 환경적인 것보다 확실하기 때문에 BRCA1/2 변이가 있으면 남성에게도 유방초음파 검사를 하라고 권고는 하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없어서 검진 간격이나 방법 등을 여성 유방암처럼 안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은 고위험군이든, 환자든 BRCA1/2 변이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남녀 자녀를 둔 여성 유방암 환자에게 BRCA1/2 변이가 확인되면 자녀 모두에게 검사가 권고되지만, 현실에서 의료진과 부모 모두 딸은 챙기지만 아들의 유방암 위험은 간과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여성 유방암 환자에게 BRCA1/2 유전자 변이 검사가 대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껏 남성 유방암 환자에게 BRCA1/2 변이 검사의 중요성은 간과돼 왔다. 최근 남성 유방암 환자에게 BRCA1/2 변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의료진에게 일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지은 교수는 "요즘도 남성 유방암에 대한 BRCA1/2 변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의료진이 남성 유방암 환자에게 촘촘히 BRCA 변이를 잘 챙기지 않는 경우도 있고, 남성 유방암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서 남성 유방암은 여성 유방암에 비해 BRCA 변이 검사율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희귀암은 연구에 대해 철저히 설계를 한 전향적인 연구가 잘 이뤄지기 힘든데다, 차트를 리뷰하는 형식의 후향적인 연구를 하려고 해도 자료가 없는 까닭에 의료진이 남성 유방암 고위험군에게 BRCA1/2 변이가 얼마나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 알 수 없어 명확히 검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BRCA1/2 변이를 보유한 남성은 여성 보인자처럼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을 받아 현실에서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기도 어렵고, 여성처럼 예방약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예방책도 나오기 힘들다. 희귀암 '남성 유방암'의 역차별 현실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교수는 "BRCA 변이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약제가 따로 있어서 여성 유방암 환자는 그에 맞춰 치료할 수 있는데, 남성 유방암에서는 이런 점들이 잘 정립이 안 돼 있다"며 여성 유방암보다 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남성 유방암의 현실을 짚었다.
현재 남성 유방암은 별도의 연구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성 유방암에서와 똑같은 치료가 동일한 효과를 낼 것으로 여겨지고, 동일한 치료가 권고되고 있다. 어찌보면 다른 희귀암과 달리 다른 성에서 유방암이 다발암인 까닭에 '남성 유방암' 환자에게만 주워진 특전인 셈이다.
남성 유방암은 현재 여성 유방암과 똑같이 병기를 나누고, 아형을 구분해 치료한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호르몬수용체 양성(HR+)·음성(HR-) 여부,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양성(HER2+)·음성(HER2-) 여부와 세포분열지수(Ki-67) 등을 따져서 여성과 동일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남성 유방암 환자는 여성 유방암 환자와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받기 어렵다. 이지은 교수는 "남성 유방암에서 약을 여성 유방암과 거의 동일하게 쓸 수 있다고 돼 있기는 한데, 임상연구에 남성 환자가 포함이 안 되다보니 여성 유방암과 달리 허가와 급여를 받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물론 모든 남성 유방암 치료가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이 교수는 "현재 남성 유방암에도 여성 유방암과 같이 항암제 치료에 똑같이 급여가 이뤄지고 있고, 표적항암제도 급여가 되고 있다"며 "하지만 여성 유방암 환자와 달리 보조내분비요법에 대한 급여에는 역차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5년간 필요한 치료인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와 브레트라(성분명 레트로졸) 병용 호르몬유지요법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등록 SEER(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 자료를 기반으로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입랜스와 브레트라 병용치료 효과가 밝혀지면서가 미국에서 이 치료가 남성 유방암 치료에 허가가 됐고,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남성 유방암 치료에 허가는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남성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도 여성 환자와 동일한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전체 남성 유방암 환자 중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가 약 80%에 이를만큼 가장 많은 환자 수를 차지하지만, 치료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못한 까닭이다.
이지은 교수는 "연구에 남성 유방암 환자가 포함이 안 되다보니 입랜스가 브레트라와 같이 쓰는 게 국내 허가는 받았는데 급여는 받지 못했다"며 "남성 유방암 환자도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가 제일 많고, 재발 방지 목적으로 이 치료제들을 복용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치료 순응도를 높일 환경이 열악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치료에 급여가 되지 않으면 남성 유방암 환자는 사실상 꾸준히 치료 받기 어렵다. 이 교수는 "치료를 하면 확실히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약값만 한 달에 300만~400만원이 든다"며 "남성 유방암 환자는 60대가 대다수인데 퇴직한 60대 남성이 5년간 매달 그만큼의 치료비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조내분비요법에 대한 치료비 부담으로 약을 중단한 남성 유방암 환자는 그럼 어떻게 될까? 이지은 교수는 "항암치료를 당장 안 해도 되는 환자가 항암치료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똑같은 치료인데 여성은 급여가 되고, 남성은 급여가 안 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인식한 한국유방암학회는 2021년 진료권고안 9판에 남성 유방암 치료에 대해 담은데 이어 올해 10판을 개정하며 이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유방암 치료 환경에서 남성 유방암 치료에 대한 것을 업데이트하며 남성 유방암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치료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지은 교수는 "가이드라인(진료권고안)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에 대한 인식을 좀 높여야 된다는 의미"라며 "남성 유방암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서 현재 근거 수준이 높은 가이드라인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유방암학회에서 전체 유방암 중 하위 항목의 하나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남성 유방암 환자는 정말 소외돼 있다"며 "신약 임상연구를 할 때 남성 환자를 포함해야 약에 대한 허가나 급여 받을 때 여성과 동일하게 할 수 있는데, 남성은 거의 포함되지 않아 남성 환자를 여성 환자와 같은 신약으로 치료해보려 해도 허가나 급여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희귀암의 현실을 지적했다.
[출처] 유방, 여성 전유물 아닌데…'남성 유방암' 역차별 현실|작성자 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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