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 돈벌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년말이라고 일거리가 생겨 12월 한달간 KOICA사업에 기술 자문 평가를 해주기로 했다. 친구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KOICA는 우리정부기구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후진국에 경제지원을 해주는 기관이다.
나는 수자원 전문가로서 교육 전문가, 인력개발 전문가, 사업평가 전문가로 구성된 총 4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평가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대충 12월 한달은 바쁜 척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업내용은 케냐 초등~중고교 100여 학교에 먹는물 시설과 화장실을 지어주고 축구를 활성화 시켜주는 사업을 케냐 정부와 UNICEF가 계획서를 만들어 우리정부에 제출했고 그 사업비로 우리나라 KOICA 측에서 70억원을 지원하는 결정을 4명의 전문가를 고용해서 한 달 간 타당성을 검토하는 업무이다.
우리가 부여 받은 업무는 코로나 때문에 케냐 현지를 가보지 못하고 케냐 정부와 케냐 UNICEF 담당자, 학교측과 인터넷 화상회의로 협의하고 질문하여 대답을 들어가면서 보고서로 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다.
12월 11일 현재 조사 초기 단계로 첫 화상회의를 했다 회의하면서 예전의 경험을 다시 한번 겪으면서 기억이 새롭게 떠올라 코로나로 외출이 줄어든 친구들이 술자리 얘기 삼아 들어보고 “아 그런일도 있구나” 하였으면 한다,
4명의 평가 전문가 중 나만 나이가 많고 나머지 3명의 전문가들은 30대 초반의 젊은이 들이라는 데에 놀랐다. 내 생각은 전문가라 하면 경험이 많은 나이 지긋한 사람을 생각했으나 선발된 사람들은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영어 회화 능력이 월등했다. 영어가 월등하면 질문을 많이하게 되고 관련 보고서들을 읽고 파악하는게 빠르고 보고서 작성도 빠르며 컴퓨터 능력들도 대단했다. 저들은 자신감도 대단했다.
나는 Zoom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화상회의나 간신히 하는 수준인데 저들은 모두 화상 회의하면서 회의 중에 별도 창을 열어 문자도 서로 주고 받고, 회의 자료 파일도 서로 주고 받으며 함께 수정까지 할 수도 있는 최근 프로그램들을 너무도 일상처럼 다루고 있어 나를 당황시켰다.
나이 많다고 전문가 대표를 맡은 나는 간신히 발표를 했지만 저들의 컴터 능력에 놀라고 꿀리기도 하면서 저들에게서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기훈이가 내게 해준 말이 생각났다. 많은 젊은 사람들 능력이 우리보다 낫다는 말. 회의시 나라면 꺼릴 것 같은 질문 내용도 거침 없이 케냐 측에게 묻고는 했다. 내가 젊은 이들 보다 나은 것 한 가지는 나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을 20 여 차례 이상 다니면서 유사사업 경험을 해 온 터라 현장 방문을 하지 않아도 대충 케냐 학교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 뿐이었다.
케냐 UNICEF 대표로 참석한 사람도 케냐 여자였다, 우리 정부에 70억원이라는 돈을 요청하는 입장에서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소위 “갑”질을 해대는 분위기 이다. 케냐 정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곧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니까 휴가 중에는 자기들 연락이 안된다는 말부터 꺼낸다. 오늘이 12월 11일 첫 회의 인데 20일부터 년말까지 휴가를 한다면서 금년중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얘기이다. 어쩌라는 것인지.
외국의 지원금을 너무도 오랫동안 받아온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공무원등 지도층들은 저들처럼 큰소리 치면서 돈을 받는다, 꼭 북한 “김정은” 같은 전략이다. 자기네가 돈 받아주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큰 혜택을 준다는 자세로 뒷돈도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사업 신청서를 읽으며 3년 전에 유사한 일로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 내게는 충격적인 일이 다시 기억났다. 정부 종합청사에 방문했던 일로 건물이 낡았지만 크고 길다란 5층 짜리 건물이었는데 건물 내에 화장실이 없었다. 물어보니 건물 밖에 돌아가면 작은 건물이 화장실이라고 알려주어 가 보았다. 문이 잠겨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열쇠는 모른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구석진 곳을 찾아서 소변을 보았다. 회의장으로 돌아와 화장실 이 잠겨 있다고 묻자 그 화장실은 국장급 이상만 사용하며 국장실 비서가 열쇠를 갖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손님을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 했다. 일반 사람은 어찌 하냐고 되 묻자 그냥 숲이나 구석진 곳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큰 건물을 지으면서 화장실을 설치 안하다니 무슨 생각일까 하며 나는 속으로 욕이 나왔다.
군청을 방문하였을 때 건물은 1층짜리 큰 건물이었다. 역시 화장실을 물어 찾았다. 건물뒤 나무 사이로 가보라고 했다. 나무 사이로 가자 땅속에 드럼통을 묻었고 나무가 걸쳐 져 있는데 내용물이 가득 차 있고 주변이 너무 더러워 돌아 나와서 나무들 있는 곳에서 소변을 봤다. 오후에 학교에 방문하였으나 역시 화장실은 없었다.
나는 학교에 왜 화장실이 없냐고 물었지만 그냥 없다는 대답이었다. 극히 일부 화장실이 있는 학교도 있는데 그냥 남녀 구별도 없고 땅에 드럼통을 묻은 내가 본 정도라는 것이다. 때문에 중학교부터는 여학생들이 학업을 포기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 나는 이해가 안되었다. 물론 아프리카처럼 후진국들은 여성인권이라고는 거의 없다. 바람을 펴도 되고 마누라가 따지면 그냥 내 쫒아 버린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에서는 학교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여자들은 중학교 이상을 다니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내 어부인 권여사를 아프리카에 불러서 아프리카의 남편과 부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수차례 말을 꺼냈었지만 욕만 엄청 들었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의 식민지배를 받아왔고 2차 대전 이후 독립을 한 나라가 많다. 식민지 시절에는 남자들만 학교에 다녔고 영국과 프랑스 놈들은 흑인을 사람취급 하지 않고 학교도 거의 짓지 않거나 몇 개 지어도 화장실을 없는 학교를 지었고 나라가 독립한 이후에도 화장실 없는 학교를 지어 왔던 것이다. 먹는 물도 학생 스스로가 집에서 가져와야 하니 대부분 물도 점심도 안 먹게 된 거 같다.
그리고 이번에 케냐에서 100여개 학교에 화장실을 지어주는 사업을 내가 평가전문가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3년전 말로만 듣던 화장실 없는 학교 실태와 사춘기부터 여학생이 학업를 포기하는 이유가 화장실 때문이라는 케냐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오늘 읽어 보았다. 물론 나는 이번 일을 돈벌이로 하는 것이다, 내가 전문가 수고료를 많이 달라고 말하면 KOICA 사람들은 항시 내게 봉사정신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어부인 권여사에게 전하면 봉사정신 같은 소리 한다고 내게 또 소리를 칠 것이다.
케냐 정부 사람들의 갑질을 생각하면 돈을 주지 말라고 보고서를 쓰고 싶지만, 뭐 이미 주기로 다 내정된 것 같고 또 더운 여름에 학교에 물이 없고 화장실이 없어서 지어 준다는데 내가 내 기분 때문에 꼬장을 부리면 나쁜 놈이 될 거 같다. 빨리 합리적인 이유를 잔뜩 달아서 돈 주라고 보고서를 써 주고 수고비도 주는 대로 받는게 모두가 행복해 지는 길이 될 거 같다.
첫댓글 그간 내공을 쌓아왔으니 우리 나이에도 수고비를 받는게지...부럽부럽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