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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장 진소양왕의 무력 정책 (9)
- 조군(趙軍) 대승.
조사(趙奢)는 개선장군이 되어 한단성으로 돌아왔다.
조혜문왕은 어찌나 기뻤던지 성밖까지 나가 조사를 영접했다.
조사(趙奢)는 일약 상경 벼슬을 받고 마복군(馬服君)에 봉해졌다.
인상여, 염파에 버금가는 지위에 오른 것이다.
조사(趙奢)는 이번 승리의 일등 공로자로 허력을 천거했다.
조혜문왕은 허력에게 국위(國尉) 벼슬을 내렸다.
허력(許歷)은 군졸에서 일약 장수 반열로 뛰어올랐다.
조사에게 조괄(趙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유독 병법에 관해 논하기를 좋아했다.
<육도삼략(六韜三略)> <사마양저 병법> <손자병법> <손빈병법> 등의 병서들을 읽고난 후부터는 아예 천하제일의 병법가로 행세했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 조사와 병법을 논했다.
조괄(趙括)은 손가락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켜 보이며 아버지의 이론에 반박을 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가 아들이 나가자 기쁜 기색으로 말했다.
"우리에게 이런 아들이 태어났으니 우리 집안도 크게 번성하겠구려."
그러나 조사(趙奢)의 눈에는 조괄의 웅변이 하찮아 보였다.
눈살을 찌푸리며 아내를 타박했다.
"저 아이는 자기가 천하에서 제일인 줄 알고 있소. 이것 하나만 봐도 저 애는 장수될 자격이 없소. 모름지기 군사(軍事)란 사생(死生)의 마당이오. 항시 마음을 졸이고, 모든 사람에게 묻고 의논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전쟁이오."
"그런데 저 아이는 어떠하오?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소.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모든 것을 자기가 다 안다고 여기고 있으니, 어찌 싸우면 패하지 않으리오. 만일 저 아이가 조나라 장수가 된다면 저 애는 필시 조(趙)나라 군대를 망하게 할 것이오!"
어머니가 아들 조괄에게 남편 조사의 말을 전해주었다.
조괄(趙括)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도 이제 늙으신 모양입니다. 그토록 겁이 많으시니 말입니다."
그 후 2년이 지나 조사(趙奢)는 병이 들었다.
회생할 수 없음을 알고 조사는 아들 조괄을 불러 유언을 남겼다.
"병사(兵事)는 흉한 것이며, 싸움은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함부로 전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는 다행히 살아생전 싸움에 진 장수라는 오명(汚名)을 듣지 않고 죽게 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일러줄 말이 있다."
"너는 결코 장수의 그릇이 못 된다. 절대로 장수만은 되지 마라. 한 번 잘못하면 네 몸을 망치고, 집안을 망치고, 나라마저 망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괄(趙括)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사(趙奢)는 탄식하며 다시 아내를 불러 유언을 남겼다.
"후일 왕께서 괄을 불러다 전쟁터에 나가게 하시려거든 당신은 기필코 말려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집안도, 조나라도 없어지게 되오."
"내 말을 반드시 명심하시오."
말을 마치자 조사(趙奢)는 자는 듯 눈을 감고 죽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내닫던 진나라에게 있어서 '알여(閼與) 전투' 의 패배는 힘센 거인이 마구 달리다가 길바닥에 삐죽 튀어나온 돌부리에 채여 나동그라진 경우와 똑같았다.
그렇다고 조(趙)나라에 대해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도 없었다.
먼저 조나라 땅을 공격한 것은 진(秦)나라가 아니던가.
어찌되었건 거침없이 천하 패업을 향해 돌진하던 진나라의 무력 정책은 이로 인해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역시 진(秦)나라는 하늘의 명(命)을 받은 나라인가.
또 한 명의 인재가 진나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범수라는 사나이였다.
범수(范睢).
위(魏)나라 사람으로 자는 숙(叔)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범숙(范叔)이라고도 부른다.
범수(范睢)는 위나라 도읍지인 대량 태생으로 당시 유행하던 유세가의 한사람이다.
일찍이 각국을 돌아다니며 제후들에게 유세하였으나 집이 가난하고 활동 경비가 없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기(史記)>는 그의 젊었을 적 이력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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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연재 감사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