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도쿄 피스트’ 재현, 펜싱 쾌거는 예견됐었다
[도쿄올림픽]회장사 SKT 아낌없는 지원 결실
2003년부터 총 242억원 후원하고, 경기력 위해 영상분석팀 등 운영
굵직한 국제대회 유치 위상 높여
대한펜싱협회는 SK텔레콤의 지원으로 대한체육회와 함께 진천선수촌 내에 도쿄 올림픽 펜싱장과 동일한 모양의 피스트를 설치해 선수들의 현지 적응을 도왔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가 지난달 28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 대한펜싱협회 제공
4번의 장면이 똑같이 반복됐다. 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피스트에 있던 마지막 주자는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고, 동료들은 달려가 함께 얼싸안았다. 종목은 달랐어도 승리 세리머니는 한결같았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올메달(금 1, 은 1, 동 2개)’ 기록을 처음 달성했다. 남자 사브르는 2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는 처음 단체전 메달(동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에서는 맏형 김정환(38)이 남자 사브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각종 악재를 딛고 일궈낸 성과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됐고,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선수 중 여러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펜싱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원 팀’을 이뤄 값진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이 ‘꿈의 무대’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면 회장사인 SK텔레콤은 물심양면으로 선수단을 지원했다.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대한펜싱협회에 총 242억 원을 후원했다. 대한펜싱협회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펜싱장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모양의 피스트를 재현했는데, 이 역시 SK텔레콤의 든든한 투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상영(26)은 “(도쿄 올림픽 펜싱 경기장인) 마쿠하리 메세B홀과 동일한 피스트에서 훈련한 덕분에 실제 경기를 치를 때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체력·의무 트레이너, 영상분석팀 운영을 통해서도 경기력 강화에 도움을 줬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체력 강화와 부상 회복 등을 위해 의무트레이너 지원을 확대했다.
SK텔레콤은 스포츠 외교력에 따라 심판 판정에도 영향을 받는 종목 특성을 고려해 SK그랑프리, 아시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유치해 한국 펜싱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인 오경식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 그룹장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후 열린 대표팀 워크숍에서 선수들이 ‘도쿄 땅에 태극기를 올리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 그 약속을 5번이나 지켜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다. 파리에서는 더 많이 태극기를 올릴 수 있도록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 펜싱 선수 최다인 4개의 올림픽 메달(금 2, 동 2개)을 수집한 김정환은 “국가대표 15년 하는 동안 SK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후보 선수들도 국제 대회 출전이나 전지훈련으로 기량 발전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펜싱협회는 도쿄 올림픽 선수단에 총 3억3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추가 포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도쿄=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