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http://ask.nate.com/knote/view.html?num=1171937
경주마로서 가장 행복한 운명은 현역시절에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은퇴 후에는 씨수말로 활동하며 수많은 자손들을 남기는 것이다. 아니면 퇴역 후에 승용마로 용도 전환 되어 조용히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삶이다. 하지만 모든 경주마들이 이렇게 평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빛여왕’, ‘포암산’, ‘과천대로’, ‘나주산성’, ‘파워플러스’, ‘캐슬록’............서울경마공원 주로를 누비던 경주마들의 이름이다. 태어난 곳도 데뷔날짜도 성적도 제각각이지만 이 말들은 공통점이 있다.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동안 질주의 본능을 발산하며 마음껏 내달렸을 이 말들은 어느 날 갑자기 급성 배앓이로, 폐출혈로, 척추골절로, 심장마비등 다양한 원인으로 쓰러졌다. 질주를 끝낸 경주마가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자신의 몸을 태워줄 말 소각장이다. ‘은빛여왕’도, ‘포암산’도, ‘과천대로’도 치열한 경쟁과 관중의 함성을 뒤로 하고 소각장에서 한줌 재로 변했다.
말 소각장은 경마공원 북문 입구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평소에는 무심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지만 불운한 죽음을 맞이한 경주마가 찾아오면 엄숙하게 그 시신을 받아들인다. 30평 남짓한 콘크리트 건물 안에는 커다란 소각로가 자리 잡고 있다. 소각로 내부는 섭씨 천도가 넘는 열기를 견디는 내화벽돌이 발라져 있고 소각로 외벽에는 화룡(火龍)처럼 무시무시한 불꽃을 내뿜는 가스보일러가 박혀 있다.
경주마가 경마공원 안에서 죽게 되면 그 시신을 말 소각장 안으로 옮겨 그 자리에서 부검을 실시한다. 부검은 폐사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수의사가 실시하는데, 마필관계자가 입회하기도 한다. 부검이 끝나면 호이스트(소형 기중기)로 무거운 말 시신을 들어올려 소각대 위에 올려놓는다. 소각로는 한 번에 한 마리밖에 처리할 수 없고 말 한 마리를 태우는데 4시간 정도가 걸린다. 한 번 태우고 난 소각로는 그 열기 때문에 바로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한꺼번에 2마리 이상의 말이 죽게 되면 나머지 말은 소각장 바닥에서 다음날까지 대기해야 한다. 이때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냉각기로 찬 바람을 계속 공급해준다.
8년 동안 말 소각장에서 일했다는 박광철(53, 백상기업-환경관리업체)과장은 작년 한 해만 56마리의 말을 태웠다. 보통 20두에서 30두 정도가 경마장에서 죽는데, 작년에는 유난히도 말들이 많이 죽었다. 덕분에 박 과장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소각을 할 때는 소각로 곁에 서 있을 수가 없어요. 너무너무 뜨겁거든.” 소각로는 소각 중에는 항시 섭씨 850도 이상을 유지하도록 환경법규에서 정하고 있다. 말 소각로는 최대 1200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소각을 할 때 소각장 내부는 한겨울에도 섭씨 40도가 넘는다. 한 번은 소각로의 점검구를 열어보다가 불꽃이 역류하는 바람에 눈썹을 태워 먹은 적도 있다.
그는 소각장에 실려 오는 말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 말이 생전에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지, 마주와 조교사와 관리사들에게 어떤 기대를 안겨줬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생전의 삶이 어떠했든 결국 여기서는 한줌의 재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말이 오면 그는 무심하게 소각로를 데워서 고된 삶을 살았던 경주마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그도 단 한 마리 기억하는 말이 있었다. 바로 경마영화 ‘각설탕’에 출연했던 ‘천둥’이라는 말이다. 영화배우 임수정이 여성기수로 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영화에서 ‘천둥’은 여주인공 시은과 애틋한 정을 나누는 경주마로 출연했다. 하지만 영화출연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던 ‘천둥’이는 영화가 개봉한 다음 해에 급작스러운 배앓이로 죽고 말았다. 보통 말을 소각하고 나온 재는 커다란 통에 보관하다가 90일내에 매립지로 옮긴다. 하지만 ‘천둥’은 마사회 측에서 도자기로 만든 유골함까지 가져와서 고이 모셔갔다. 그가 ‘천둥’이를 태우고 집에 왔는데 마침 ‘천둥’이가 출연했던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자꾸 눈물이 나서 영화를 끝까지 볼 수가 없었어요.”
서울경마공원 내에는 마혼비(馬魂碑)라는 커다란 비석이 있다. 경마공원에서 삶을 마감한 경주마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세운 것이다. 마혼비 앞에서는 매년 경마의 날을 전후하여 말 위령제가 열린다. 비명횡사한 말들의 혼령을 달래어 경마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날은 마혼비 앞에 마사회와 경마 유관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제사상을 차려놓고 제문까지 읽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천둥’이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잠시 묵념해보자.
첫댓글 헐 각설탕 말 죽었구나ㅠㅠ
남자친구가 말 관련 일 하는데 이거 보니 짠하다ㅠㅠ 좋은 곳으로 갔음 좋겠다
하늘에서도 자유롭게 뛰어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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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진짜?????????????
좋은 곳에 가서 마음껏 뛰어놀으렴 ㅠㅠ
경마공원에서 입장권발매 아르바이트했는데...경마공원 북문에 말안락사하는공간있음...한번도 거기에 말이 들어가는걸 본적은없는데,,,그냥 보고있음 맘이 무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