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지 못한 벚꽃… '벚나무빗자루병' 앓기 때문이랍니다
전염병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어요. 두려움의 이유는 바로 '전염성' 때문입니다. 감염됐을 때 나에게 특별한 증상이 없이 치유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한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좁은 공간에 몰려 있지 않기 등을 실천하고 있어요.
가만히 서 있는 식물도 전염병에 걸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또는 곰팡이나 세균에 의해서도 전염병에 걸려요. 대기가 오염됐거나 너무 추울 때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거나 생성하지 못할 때 몸살이 나거나 죽는 것과는 다릅니다. 전염병은 살기 좋은 환경이 되더라도 없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심해지는 일도 있습니다. 접목이나 꺾꽂이와 같이 나무를 번식시키는 방법, 또는 매개 곤충에 의해 아주 먼 곳의 다른 나무에서 전염되기도 하고요.
▲ ‘벚나무빗자루병’에 전염된 벚나무. 꽃눈이 잎으로 변해 꽃이 피지 않고, 잔가지가 빗자루 모양으로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산림청
전염병에 걸린 식물은 식물 전체 혹은 일부분에 병에 의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나뭇가지 아래가 불룩해지거나 나뭇잎에 반점이 생기고, 옆의 다른 나무에 비해 성장도 느려지지요. 곧 만개할 벚꽃도 '벚나무빗자루병'이라는 전염병에 잘 걸립니다. 일단 병에 걸리면 그 부위 가지가 크고 넓게 뻗지 못하고 잔가지가 빗자루 모양으로 발생해서 이름 붙은 병인데, 꽃눈이 잎으로 변해 꽃이 피지 않아요. 벚나무빗자루병은 잎 뒷면에서 발견되는 곰팡이균이 날리거나 닿아 다른 나무로 전염됩니다.
동물이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가장 무섭습니다. 잠복기가 길고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한 증상과 구분이 어려워 초기에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렵거든요. 곰팡이나 세균과 같은 병원균에 의한 전염병은 병이 든 부분을 잘라내 소각하거나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같은 화학물질을 포함한 주사를 나무줄기에 놔주어 방제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해결도 쉽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에 세균이나 곰팡이 방제법을 쓰면 소용이 없거나 상태가 더 악화할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아픈 식물은 '식물병원'을 찾습니다. 식물병원의 의사는 아픈 식물의 잎, 줄기, 뿌리 등의 부분과 전체 형태 등을 보고 원인을 진단합니다. 대부분은 비전염성으로 판단해 온습도 등 환경을 조절하면 병이 낫지만, 조금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면 병이 든 부위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즙액을 추출하여 다른 식물에 접종하거나 유전자를 분석해 병원균을 진단해요. 그리고 매개 곤충을 방제하거나 줄기 주사를 놔주는 등 처방을 하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같은 병원균이 침입해도 병에 걸리지 않는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