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전 선재법당 안에는
서예 작품도 있고, 명상의자도 있다.
그리고 책장엔 내가 쓴 책들이 넉넉히 꽂혀 있다.
가운데 정면에는 비취관세음보살님이 앉아 계신다.
한쪽에는 보이차 덩어리가 포개져 있다.
한 팀의 신도들이 법당에 들어와서는
각자의 취향 따라 흩어진다.
얼굴에 책 냄새가 나는 사람은 책장으로 가고
몸에 걸친 옷 색깔이 무채색인 사람은
서예 작품을 감상한다.
손에 든 염주가 반질반질한 사람은
비취관세음보살을 면밀히 친견한다.
잔잔한 호흡을 즐기는 사람은 명상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입맛을 알고 손맛을 즐기는 사람은
보이차 덩어리에 코를 갖다 댄다.
한 공간을 살되 관심거리가 다르니 애써 다툴 것이 없다.
사는 방식들이 다 같지 않은 까닭에,
더운 날씨 핑계 삼아 입 다물고 인솔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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