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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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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귀농일기] 스크랩 산골 아낙의 푸념 소리 - 오랫만의 나들이
산적(주정필) 추천 0 조회 51 18.08.16 10: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랫만의 나들이


무등산골에 사는 우리 부부, 1년에 광주를 몇번이나 나갈까~
더듬어 보면 1년 고작 대여섯번일 것 같다.
나갈 일이 있어야지~
웬만한 건 읍내만 나가도 해결되니 굳이 광주까지~
헌데 가족 모임이 있을라치면 광주까지 나가야 한다.


그날 역시 가족 모임이 있던 날.
틈틈이 우릴 도와주시는 분의 차를 얻어타고 광주 가는 버스를 탔다.
모처럼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소태역에서 내릴 요량으로.
헌데 미리 대기했는데도 소태역을 지나쳐 다다음 정거장에
내려주시는 버스 기사 아저씨.
둘 다 하차하겠다는 버스카드도 찍었는데~
하차벨을 안 눌렀기로소니~


에어컨 들어오던 버스에서 내리자 완존 땡볕에 찜통이다.
"오메 뜨거운 거~~"
한숨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울 산적 소태역으로 가는 게 아니라 반대편으로 간다.
왜 소태역으로 안가느냐는 내 말에,
"이미 지나쳤는데 뭐하러 다시 가~" 하며 앞서서 총총히~
할 수 없이 뒤따라가 전철을 탔다.


금남로 3가에서 내린다기에 행선지를 보니 '금남로 3가'는 없다.
울 산적, "그럼 4가~" 하길래, 선생님 말에 고분고분한 착한 학생처럼
금남 4가에서 내렸다.
산적, 교통 안내도를 보더니 왈, "5가에서 내릴껄 그랬네~"
"흐미~ 더운디 또 걸어가~" 내심 불평어린 마음이 어렸지만
꾹 눌러참고 또 쫄래쫄래 산적 뒤를 따르는 착한 이 할멈.


지하도를 빠져 나오니 또 땡볕~
그래도 이번에는 얼마 걷지 않아 전자상가가 나왔다.
울 산적이 광주 외출할 때면 꼭 들르는 전자상가.
실험 실습을 하려면 각종 컴퓨터 부품이 필요하거던~
인천에서 택배가 오긴하는데 그걸로는 부족해서 가끔 사러 다닌다.

전자 상가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에어컨 바로 아래 요지부동으로 냉찜 가득~
"오메 살것네~"
1시간도 안되어 부품 구입 끝~
다시 땡볕 아래로.


(아니~ 이 더운날 차는 어디다 버리고 고생을 사서 하시유?)


"이사람아~ 모임에서 술 한잔 할 게 뻔한데 차 몰고 가냐~
안그래도 더워 죽것고만~ 씩씩~" ㅎ~


약속시간은 6시인데 1시간이나 남았네~
다시 걸어서 지하도로 쏘옥~
걷자니 지하도 어르신들 쉼터엔 할아버지들이 가득~
에어컨 아래 쉬시느라~
에어컨 아래라지만 어르신들 열기에 후텁지근~
에고~ 불쌍한 어르신들~
짠한 마음에 살짝 고개 숙이며 지나쳐 다시 전철을 탔다.


목적지인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 내려 다시 지하도를 벗어나니,
산적이 손꾸락으로 가리키는 곳, 죄종 목적지가 1k도 더 돼 보인다.
"오메~ 나 죽어~"
그래도 착한 이 할멈~ 아뭇소리 없이 땡볕 아래 산적 뒤를 따르는데,
가다가 보이던 편의점으로 쏙 들어가는 울 산적.
외출할 때 신는 고무로 된 여름 신발에 양쪽 복숭아뼈 근처가 까져서 피가 난다.
거기 붙일 밴드 사오는 산적.
밴드를 붙이긴 했는데 엉뚱한데 붙이곤 아프단다.
보다못한 이 할멈 쭈그려 앉아 영감 발에 밴드를 붙여주고 걸어걸어 목적지 도착.
보아하니 앉아 있을만한 곳이 전혀 없다.
시간은 많이 남았고~
땡볕은 우리를 녹여버리려하고~


할 수없이 아무데서나 막걸리라도 한잔하며 기다리자고 탁주를 사려는데
탁주 살만한 곳이 도통 보여야지 원~
다시 땡볕 아래 터덜터덜~
머얼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향해~
한참을 걷다가 마주오는 젊은이들에게 편의점을 물어보니,
한참 더 가야 나온데 글쎄~
"내 미쳐 미쳐~~"
그래도 암말 없이 산적을 따르는 착한 이 망구.


한참 걷다보니 '담배' 글자가 보이네~
"저기 가면 있겠다~~"
가서 보니 조그만 마트.
탁주 2병 사들고 또 쫄래쫄래~


모임 장소인 대형 식당 근처에 있던 어느곳 둥근 벤치에 앉아 막 사 온
시원한 막걸리 한잔 벌컥벌컥~
"오메 살것네~~"
도로엔 바람 한점 없더니 이상하게 그곳엔 골바람이 쌩쌩~
막걸리 겨우 한병 빌까 말까 한데 전화가 오네~
가족들 모였단다~
시간을 보니 6시 겨우 몇분 전~

급히 막걸리 목구멍에 막 부어넣고 식당으로~
우리가 제일 늦게 도착~


신나게 마셨어~~
그리곤 가족들과 헤어져 또 쫄래쫄래~
전철 타러~


전철 타고 보니 광주 지하철은 빈 좌석이 그래도 있어 안심 팍팍~
둘이 나란히 앉았는데 우리 바로 앞 좌석에 이미 앉아있던 아가씨.
"흐미~ 오천평은 되것네~~"
마음속으로 평수 계산을 하는데, 평수가 너무 넓어 허벅지가 안 붙는다.
게다가 허연 살이 그대로 노출된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


내심, 오천평 넘는 아가씨들은 왜 미니스커트 아니면 핫팬츠 차림일까~
이번에는 평수가 아니라 함수 계산에 전념하는 이 할멈.


집에 도착해 울 산적에게 들어보니,
그 아가씨와 눈이 마주칠까봐 지하철 천정만 보고왔단다~
잘못하다 성희롱으로 걸릴까봐 그랬다네~
우히히히~ 잘했네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아지~~
ㅎㅎㅎ~


 2018.08.15. 아낙네


(글은 울각시가 쓰고 산적은 사진 첨부등 편집해서 배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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