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습관과 성격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습관 형성이 비록 어려운 과정이지만,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최적화된 성격 조합이 있다면 어떨까요?
막상 본인들은 자신에게 그러한 면모가 있는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죠.
불편감이 행동을 만든다.
성격이라는 것은,
나의 기질이 어떤 상태를 "지향"하고 "지양"하는가에 대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쾌락추구 및 고통회피"를 디폴트로 깔고 가는데,
흥미로운 점은,
성격 별로 이 만족감(쾌락)과 불편감(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다르다는 겁니다.
만약, 어떤 성격의 기질적 특성이 루틴을 깨뜨리는 것에서 굉장한 불편감을 느낀다면,
이러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최대한 루틴을 지키며 생활하려고 노력하게 되겠죠?
지향과 지양은 "동전의 양면" 같은 개념입니다.
특정 종류의 불편감을 지양하는 사람들은 그 불편감을 없애는 특정 행동을 지향하게 되거든요.
바로 이겁니다.
'잘 짜여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는 사람일수록, 잘 짜여진 상태를 고수하는 행동을 지속하게 된다.'
즉, 변수와 무질서를 극혐하는 사람일수록 루틴에 집착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습관을 만들어가기가 수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성격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질서지향성"이 성실성의 한 단면으로 간주됩니다.
왜냐?
잘 짜여진 상태, 질서정연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죠.
질서지향성이 극도로 높은 사람의 행동적 특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① 정리정돈에 집착한다.
②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한 상태를 추구한다.
③ 어린 시절, 길을 걸을 때 보도블록의 선을 따라 걷거나 블록열의 짝수, 홀수에 맞춰서 걷곤 했다.
④ 어린 시절, 일종의 틱처럼 보일만큼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었다.
⑤ 우선순위에 따라서 융통성있게 일하는 것보다 순서대로, 패턴대로 일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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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이 어쨌든지간에 제3자가 본다면,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는 질서지향인들의 모습이 성실하게 비춰질 수 있겠죠.
(나의 질서지향기질을 확인하고 싶으면, 카카오같이가치의 BIG 5 성격진단을 하신 후 성실성의 계획성 점수를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력은 잘 짜여진 상태를 지향할 때에만 발현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성실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질서정연함은 별로 연관성이 없죠.
청소를 열심히 하고, 정리정돈을 깨끗이 하는 사람인데,
게으르다, 일을 열심히 안한다 이런 경우는 행동력의 지향점이 다른 겁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성실함이란 개념은
성격심리학적으로 봤을 땐 "일에 착수하는 능력"입니다.
즉, 해야 될 일이 있을 때, 그게 뭐든지 미루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기질인 거죠.
이 기질이 지향하는 바는 일종의 "종결 욕구"입니다.
빨리 시작해서 이 일을 끝내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한 거에요.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짓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거죠.
반면, "질서지향성"에서 불편한 지점은 질서가 깨지는 것에 있으므로,
질서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열심히 행동하는 쪽에 가까워요.
이처럼 행동력의 원천은 개별적으로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질서정연함 간에는 상관이 없지만,
공부를 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면, 이제부턴 이야기가 확 달라져요.
많이 시도할 필요도 없어요.
질서지향성이 극도로 높을 사람들은 어느정도 반복하기만 해도
내 신경이 마치 관성처럼 작용하여 반복적으로 행동하게끔 펌핑시키게 됩니다.
특정 행동이 평소보다 시행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을 뇌가 느끼는 순간,
우리의 뇌는 "신체 항상성"에 대한 재설계 작업에 들어가게 되고,
시행횟수가 많아진 새로운 행동을 업데이트된 루틴에 집어넣게 되요.
즉, 질서지향적 뇌가 새로운 행동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죠.
인간에게 불편함을 주는 겁니다.
새로운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뇌의 변연계에서 불편하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기 때문에,
질서지향인은 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반복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에요.
그렇다면, 이러한 극도의 질서지향성에 신경과민을 한스푼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성격심리학자들은 신경과민 성격을 "다른 성격의 증폭기"라고 부릅니다.
각각의 성격이 지니는 기질적 특성은
특정적인 불편감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ex. 질서지향성은 루틴이 깨지는 불편감을 없애는 방향으로 행동)
신경과민 성격은 어떤 불편감이든지 증폭시키는 특성을 지닙니다.
즉, 질서지향인이 신경과민하기까지 하다면,
루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극도의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 많이 하게 된 어떤 행동이 있다면,
그 행동이 루틴처럼 굳어지는데 정말 빠른 속도로 가속화됩니다.
그 행동을 안하게 되면 너무나도 불편하기 때문에, 거의 집착처럼 그 행동에 매달리게 되거든요.
(질서지향+신경과민)의 조합은 이러한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
습관 형성으로 가기까지의 속도도 빠르고 강도 또한 강력합니다.
다만 본인들은 내 눈 앞에 보이는 질서를 유지하는데만 신경이 팔려,
새로운 질서를 수립할 여유가 없을 뿐,
어떠한 동기에서든지 일단 새로운 행동을 일주일만 반복적으로 시도해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루틴화시킬 수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의 루틴화는 열심히 영차영차 자기가 끌고 가는 느낌이라면,
(질서지향+신경과민)의 루틴화는 자신의 기질에 머리끄댕이를 붙잡힌 채 질질질 끌려 다니는 느낌이랄까?
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질서과민형 여러분, 당신의 기질에 머리끄댕이를 한 번 맡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루틴화도 기질과 성격에 따라 접근법이 다르군요
덕분에 메타인지의 다양한 전략들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