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알아야 투자를 하지…. 부동산중개업소 가면 당장 내일이라도 재개발돼서 큰돈을 버는 것처럼 얘기하고….”
서울 마포구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김재영(38)씨는 주택재개발 사업에 투자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투자는 하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서 손도 못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씨처럼 재개발 사업에 관심은 많지만 잘 알지 못해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은 사업 자체가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그렇지 큰 틀의 원리만 깨우치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같은 사업?
그런데 의외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업 진행 과정 등이 일부 비슷해서다. 그러나 두 사업은 엄연히 서로 다른 사업이다.
재개발은 도로나 상하수도 등의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노후불량주택이 많은 곳을 재정비해 도시기반시설을 갖추고 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반면 재건축 사업은 도시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지역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개발은 일정 구역 자체를 택지개발지구처럼 완전히 새로 조성하는 것이고, 재건축은 낡은 아파트 등만 새 집으로 바꾸는 것이다.
때문에 재개발은 좁은 골목길이 얽히고 설킨 다가구ㆍ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 주를 이루고, 재건축은 오래되고 낡은 특정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이다.
사업 진행 과정은 다소 복잡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 인가→조합 설립 인가→사업시행 계획 승인→시공사 선정→관리처분→이주 및 철거→분양 및 착공→입주 및 조합 해산 등의 과정<자세한 내용 보기>을 거쳐 진행된다.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재개발 사업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일일이 조합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조합원들끼리 얼굴을 붉히거나 다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한 경우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하고 몇 년씩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조합원은 사업 구역 내 토지ㆍ주택 소유자 및 지상권자(다른 사람 명의의 땅에 건물 등 소유하고 있는 자) 중에서 조합에 가입한 사람을 말한다. 사업이 일정 부분 진행된 뒤 조합원 자격을 승계한 투자자도 이에 해당된다.
조합원 단합 여부 중요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관심은 단연 내 ‘지분’으로 몇 평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분 대비 배정 평형에 따라 재개발로 인해 얻는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분이란 재개발 구역 내 조합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택ㆍ토지를 말한다. 그런데 지분의 크기, 즉 내가 가진 주택이나 땅의 면적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재개발 구역 내에서는 권리가액(감정평가액×비례율, 비례율은 사업장에 따라 각기 다름)에 의해 아파트 평형이 정해진다. 권리가액이 높을수록 큰 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면적의 지분이라 해도 위치와 주택의 상태 등에 따라 권리가액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권리가액이 높게 나오는 곳은 차량 진입이 가능한 도로, 용적률 확보가 쉬운 정방형이나 장방형 토지, 저지대 토지 등이다.
▲ 뉴타운은 자치단체가 공공성 강화 등의 전략적인 측면에서 일정 지역의 개별 재개발 구역 등을 하나로 통합,
지정한 것이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제1구역 공사현장.
권리가액이 배정 평형 좌우
권리가액은 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시지가와 연동하므로 일단 공시지가가 높은 곳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권리가액이 높게 나올 만한 지분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큰 평형 아파트를 배정받는 것이 투자 대비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은 평형을 원한다면 권리가액이 낮게 나올 만한 지분을 사면 된다.
권리가액이 최소평가액 미만일 때는 최소평형을 배정받고, 같은 평형에서 경쟁이 있을 때는 권리가액이 높은 순서대로 배정된다. 같은 평형의 동ㆍ호수는 공개 추첨을 통해 나눠진다.
재개발 지분은 ‘1주택 1입주권’이 원칙이다. 동일 재개발 구역 내에 자신의 이름으로 주택이 여러 채 있다 해도 입주권은 하나만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주택은 청산절차를 거쳐 청산금만 받을 수 있다.
1주택 1 분양권 받을 수 있어
또 모든 지분을 입주권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분이 턱없이 작은 경우에는 입주권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또 지구 지정 이후의 토지 분할(일명 지분 쪼개기), 단독ㆍ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 전환, 건축물 분할 등으로 생겨난 지분에 대해서는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입주권을 받을 수 없거나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지분을 ‘불량 지분’이라고 하는데, 지역과 조합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피해를 막으려면 지분 구입 전 반드시 해당 조합이나 구청에 문의해 봐야 한다.
재개발 지분 값은 일반적으로 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 인가 직전에 가장 많이 뛴다. 그만큼 구역 지정과 사업시행 인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구역지정은 4~5차례 신청한 끝에 겨우 통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고수익을 바라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뛰어들면 자칫 장기간 돈이 묶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수요자라면 사업시행 인가가 난 곳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합장 자주 바뀌는 곳 삼가야
조합 내부에 분쟁이 있거나 조합장이 자주 바뀌는 사업장 역시 조심해야 한다. 사업이 길어져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현장을 방문하고 주변 중개업소를 통해 조합의 건전성을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예상 아파트 건립 가구 수와 조합원 수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건립 가구 수가 조합원 수보다 많으면 일반분양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이익은커녕 되레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뉴타운으로 묶인 재개발 구역도 있다. 뉴타운은 서울시ㆍ경기도 등 자치단체가 공공성 강화 등의 전략적인 측면에서 일정 지역의 개별 재개발 구역 등을 하나로 통합, 지정한 것이다.
뉴타운 사업은 자치단체가 일정 구역 내의 낡은 주택을 몽땅 헐고 소규모 택지개발지구처럼 계획 단계에서부터 공공시설과 녹지, 인구 등을 감안해 쾌적한 주거지를 만드는 것이다.
투자는 재개발 사업 성격별로
때문에 뉴타운으로 지정ㆍ개발되면 도로 등의 각종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녹지, 교육, 문화 등이 조화(뉴타운 면적에 따라 다를 수 있음)를 이룬 쾌적한 주거지로 거듭나게 된다.
뉴타운은 현재 서울 뉴타운(1~3차) 26곳<서울 뉴타운 보기>과 경기도 뉴타운 10곳(의정부시 금의, 고양시 원당, 부천 고강, 부천 소사, 광명시 광명, 시흥시 은행, 군포시 금정, 안양시 안양, 남양주 덕소, 구리시 수택ㆍ인창)이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정권이 있는 재정비촉진지구는 구시가지의 재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지구 지정 요건은 주거지형은 15만 평 이상, 중심지형은 6만 평 이상의 재개발(뉴타운 포함) 구역이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 지난해 7월 시행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완화 등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재개발 사업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전용 80㎡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전체 가구의 60%만 지으면 된다(일반 재개발 지역은 최소 80%).
혜택 주는 대신 규제도 많아
또 2종 일반주거지역을 층고 제한이 없는 3종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다. 용적률도 자치단체 조례에 관계없이 2종은 200%에서 250%, 3종은 250%에서 300%까지 완화된다. 중심ㆍ상업지역의 용적률은 1000%에서 1500%로 높아진다. 따라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현재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을 비롯해 길음ㆍ한남ㆍ장위ㆍ신길ㆍ이문휘경ㆍ상계ㆍ북아현ㆍ수색증산ㆍ시흥ㆍ흑석ㆍ거여마천ㆍ신림뉴타운 등 주거지형 13곳과 성내ㆍ자양ㆍ상봉뉴타운 등 중심지형 3곳이 있다.
뉴타운이나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각종 혜택을 주는 만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정부에서 각종 규제책을 동시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향이라는 혜택을 주는 대신 상향되는 용적률의 75%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해야 하고, 뉴타운이나 재정비촉진지구에서 20㎡ 이상의 땅을 거래할 때는 반드시 해당 관청에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 재개발 사업장은 해당 사업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면 도시지역의 경우 주거지역은 180㎡ 초과, 상업지역은 200㎡ 초과 토지에 한해서만 허가를 받으면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면 면적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