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장관 "조선사 주식 보유" MASGA 투자 한국기업 긴장 / 8/29(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미국 재무장관이 조선사 주식을 확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텔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식 10%를 미국 정부가 확보한 것처럼 조선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형태로 주주 지위를 얻겠다는 것이다. 미국 조선업 재건을 지원하는 'MASGA'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한국 조선사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지분 확보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엔비디아에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조선업처럼 우리가 재편하려는 산업은 주식 확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은 미국에서 자급자족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만 20~40년간 방치됐다"며 조선업을 미국 정부가 직접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기업주 취득을 추진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최근 인텔에 제공한 보조금을 투자 성격으로 바꿔 주식 10%를 확보하고 이를 삼성전자·TSMC·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조선업도 반도체와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행정명령에서 해양안보신탁기금 설립, 보조금·보증 등 금융 인센티브 프로그램, 조선소·항만 규제 완화 등을 발표했다. 이런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조선업체에도 이점이 있지만 그 대가로 미국 정부가 주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 정부·조선업계가 계획한 1500억 달러(약 22조엔) 규모의 MASGA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종서 수은 수석연구원은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물류·안보의 핵심인 조선업의 주도권은 반드시 자신들이 잡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해양방산 부문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미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고 한다. 한 조선업계 임원은 "미국은 철저히 자국 이익 위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대로 무작정 현지에 투자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계획은 공개하되 집행은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의 경우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입해 노후 시설을 자력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규제 해소를 투자의 선행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미국에는 자국 연안선은 미국 내 건조를 의무화한 존스법, 미 군함의 해외 건조·수리를 금지한 반스트레프슨법이 여전히 적용돼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연안선과 군함을 수주해 건조하려면 두 안이 개정돼야 하지만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는 액화천연가스(LNG)선 화물창 같은 핵심 부품은 국내에서 제작하고 미국에서 조립하는 식으로 기술 이전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MASGA 프로젝트는 분명 한국 조선업에 기회지만 상당한 리스크도 따른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투자 회수 가능성을 면밀히 확인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