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좀 빠르게 장마가 시작될 것이란다.
어제 새벽 잠시 내린 비 탓인지 습도가 높고 종일 후덥지근 한게 불쾌지수도 올라가는 모양이다.
지금은 비가 없어도 농사 짓는데 별 무리가 없지만 우리가 어릴적 하늘만 쳐다 보던 시절에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계속되면 신의 힘을 빌리는 기우제를 지내기도 해야 했기에 가뭄 끝에 오는 비를 단비 라고도 했다.
지금에야 수리 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물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가 있고 지게가 있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산전의 천수답인 다락논에는 이미 황무지화가 된지 오래라 나무가 자라 아름드리가 되어 모내기를 하기위해 물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 비가 내리지 않았던 탓에 지금도 비가 외야 밭 작물은 해갈이 된단다.
노지 고추며 고구마, 오이 호박등 한창 물을 필요로 하는 시기 인데 다행인지 내일 부터 장마가 올 것이란다.
옛날은 그랬다.
모내기나 파종이 늦어지면 늦어진 만큼의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이기 깨문에 비가 오지 않으면 말 그대로 그해의 농사를 망치는 것이다.
그러니 장마가 늦어지고 가뭄이 심해 모내기가 늦어지면 애가 타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었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옷이 젖은들 무엇이 걱정일까.
오는 비를 흠뻑 맞으며 행여 도랑으로 귀한 빗물 그냥 흘러 갈세라 물고를 단속하고 논으로 물이 흘러들 쯤이면
작은 골짝 다락논 마다에는 이랴 소리 더 높았다.
그렇게 바쁘게 모내기가 마무리되고 심은 모가 땅 내음을 맡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기나긴 여름의 시작과 함께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의 합창속에 풍년을 꿈꾸었다.
雨夜有懷(우야유회) - 인의(印毅)
비오는 밤 내 마음의 풍경
霖雨夜三更(임우야삼경)
한밤에 장마비는 주절주절
欹枕客無夢(의침객무몽)
베개를 높여도 잠은 오지 않고
隔窓虫有聲(격창충유성)
창밖엔 벌레소리 요란한데
淺莎翻亂滴(천사번난적)
잔디에 어지러이 빗방울 떨어진다
추적추적 장맛바는 그침이 없고 초가의 처마끝이 맺히는 빗물이 이생각 저생각 상념을 부른다.
비는 언제 까지 올 것인지. 태풍은 없어야 할텐데 등등 걱정이 걱정을 부르고 상념이 상념을 부른다.
또닥또닥 쉼없는 빗소리에 잠을 청하나 깊어진 상념에 잠은 달아나고 오만가지 생각에 벼개를 높여 보지만 쉬이 잠들지 못하는 장마속의 여름 밤이다.
지금 처럼 티비가 있지도 않았고, 먹을 것이 흔하지도 않았던 시절이라 비가 내리면 낮에도 별로 할 일이 없었던 탓에 무료함을 달래기에 우선 손쉬운 것이 텃밭의 잔파 뽑아다 파전을 붙이는 일이렸다.
일기 예보에 오늘 밤 늦게나 비가 시작 될 것이란다.
이맘때의 장마가 시작 되는 날 내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오랜 가뭄 끝에 장맛비가 쏱아지면
우산이나 우의 조차도 귀했던 시절 아직 날이 채 밝기도 전에 검정 고무신에 띠풀을 엮어 만든 도롱이를 걸쳐 입으시고 삽 한자루 손에들고 기쁜 마음으로 마당 저편으로 사라지시던 아버님의 딋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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