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홈시스가 2017년 개장할 예정인 서울 시내 첫 대중 골프장을 두고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러 업계 맞수가 골프장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포공항 골프장 /한국공항공사 제공
한국공항공사는 2017년 상반기 김포공항 옆에 골프장을 개장하기로 하고 작년 12월 입찰 공고를 냈다. 이 사업은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 일대의 개발제한구역 등 99만8126㎡(약 30만2000평)에 27홀 규모의 대중 골프장을 짓는 것이다. 민간 회사가 지어 20년간 운영한 뒤 공항공사에 돌려주는 BOT(Build Operate Trasfer) 방식으로 추진되며 투자 금액은 14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인근에 축구장과 녹지도 25만5000㎡ 규모로 함께 조성된다.
작년 12월 열린 사업 설명회는 골프장 운영업체와 금융기관, 건설회사, 설계업체 등 108곳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홈시스, 롯데건설, 아시아나항공 등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공항 골프장 /한국공항공사 제공
이들이 이 골프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먼저 서울 시내에 있어 반나절만 들여도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만 해도 골프를 치러 오가는데 하루가 걸린다”며 “김포공항 옆이라면 오전에 반가를 내고도 골프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즈니스 용도로 활용하기에도 좋다는 게 업계 얘기다. 김포공항은 비즈니스 목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특히 귀뚜라미홈시스는 2000년부터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CC를 인수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가 국내와 중국에서 골프장을 2곳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본사가 골프장 부지 바로 옆에 있다. 업계에선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식이라 1400억원의 투자 비용을 마련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사업 계획서는 오는 26일 제출해야 하는데 적어도 5~6개 컨소시엄은 계획서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여론의 관심이 크고 업체가 20년 운영해 공항공사에 돌려 주는 방식인 만큼 사업 경험도 풍부하고 안정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는 컨소시엄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오는 4~6월 사업 시행자를 선정해 실시협약을 체결한 뒤 2015년 하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김포공항 골프장에 관심이 있어 컨소시엄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지주회사인 경동원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귀뚜라미홈시스 관계자는 “당초 입찰을 준비했지만 최근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귀뚜라미홈시스가 불참을 최종 결정할 경우 두 보일러 회사의 대결은 무산된다.
공항공사는 2004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환경 단체의 반발로 보류됐다. 현재 골프장 부지는 나대지와 습지인데 이곳이 조류의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연간 2억여원을 들여 부지를 관리하고 있지만 쓰레기를 버리고 부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 오히려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 주변 13㎞ 이내에 있는 습지는 조류가 서식해 항공기 안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제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실제로 김포공항에선 2010~2012년 조류와 항공기가 충돌한 사고가 총 32건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종석·심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