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년 새해, 지역 불교계를 선도하는 조계종 각 교구본사들은 신년을 맞아 새로운 수행 및 포교사업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조계종 총무원은 올해부터 지방 교구본사로 일부 종무행정 업무를 이양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각 교구본사의 행정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역할 규모가 훨씬 커지게 된다. 각 교구본사의 신년 계획을 살펴보면 역사와 문화유적을 토대로 한 불사를 토대로 자체 수입원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띈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로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올해도 지역의 신심을 북돋우고 정법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은 변함없다. 총무원 직할교구를 제외한 전국 23개 교구본사의 새해 운영방향을 지역별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경기>
용주사 / “효문화벨트 사업 추진”
2교구본사 화성 용주사(주지 정호스님)는 최근 태안 3지구 아파트 건설과 인근 남수원골프연습장 증축 반대 운동에 사부대중의 힘을 모으고 있다. 이는 수행환경 보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효(孝)로 대변되는 지역문화 기반의 훼손을 저지하자는 목적이 더 크다.
용주사가 위치한 화성 수원지역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는 아들 정조의 애틋한 마음이 서린 효의 고장으로 명성이 높다. 용주사 역시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원찰. 경기도는 용주사에서 정조와 사도세자의 무덤인 융건릉을 거쳐 화성에 이르는 63km 효행길을 문화벨트로 엮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주사는 이 계획의 하나로 전국에 산재한 효(孝) 관련 문화유산을 수집 전시해 효문화를 교육할 효행원(2007년 12월 준공 예정)을 운영한다. 용주사는 올해 도 당국 및 종단과 합심해 지역 효 문화 창달의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다.
봉선사 / “회암사지 복원사업 매진”
25교구본사 남양주 봉선사(주지 철안스님)는 올해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 복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소유권과 관련한 회암사와 국가 간의 소송에서 법원이 2심까지 사찰의 손을 들어줬다. 회암사 소유 3800여 평에서 발굴된 문화재 5000여점이 모두 사찰에 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암사를 관할하는 봉선사는 이를 계기로 14세기에 세워진 명찰 회암사를 원형 복원해 사찰의 존재감을 뚜렷이 하는 동시에 교구본사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주지 철안스님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회암사는 260여칸의 방사를 자랑하는 대규모 사찰이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부지를 정비하고 착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봉선사는 이밖에 승려 전문교육기관인 홍법강원 설립, 교구내 지역 자원봉사단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강원>
신흥사 / “신도단체 활성화로 신심고취”
3교구본사 속초 신흥사(주지 오현스님)는 교구 본ㆍ말사 신행단체들의 유기적 관계를 위한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 올해도 매월 첫째주 월요일 진행해 오던 본말사 신행단체 통합법회를 잇따라 시행한다. 큰 스님을 초청해 법문도 듣고 신흥사 신도회를 비롯 낙산사, 건봉사 등 말사의 신행단체가 참여해 신도단체 활성화 및 신심을 고취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해마다 참여 인원이 늘고 있으며, 보통 200~3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하고 있다.
월정사 / “한암스님 추모 수행학림 운영”
4교구본사 평창 월정사(주지 정념스님)는 올해 수행과 환경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로 삼았다. ‘수행과 생명의 숲길’을 조성해 오대산 생태공원화의 첫 시발점을 디딘다. 오대산을 대표하는 전나무숲길의 도로 포장을 제거하고, 친 환경적인 수행로를 조성하는 한편 월정사와 상원사 간 명상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올해 금강선원 신축불사, 홍예교 신축 등을 연차적으로 추진해 제2의 중창을 위한 신행과 수행의 공간을 마련한다.
월정사의 역사 재조명 작업에도 힘을 기울인다. 조계종 초대 종정 한암스님의 생애과 사상을 조명하기 위해 오는 5월 한암대종사 수행학림 운영, 한암스님 기념관 및 생가복원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오대산 발전위원회를 구성, 주제별 좌담, 전문가 자문 및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사회사업으로는 승려노후복지 기금 및 사업을 전담할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오는 8월 무료노인요양시설 준공을 앞두고 있다.
<충청>
법주사 / “성보박물관 건립 역사성 선양”
5교구본사 보은 법주사(주지 도공스님)는 2005년 10월 대웅보전을 400년 만에 복원해 낙성법회를 열었다. 이것은 충북지역 유일한 교구본사인 법주사의 사격을 일신하는 신호탄이었다. 주지 도공스님은 “올해 성보박물관 및 부도전 건립에 힘써 법주사의 역사성을 선양하고 지역주민들의 자부심을 북돋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주사의 명물인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 아래 마련된 법당 개금불사도 착수한다.
2007년말이면 상주에서 청원을 거쳐 논산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다. 법주사는 그 동안 교통이 불편해 참배객들의 발길이 갈수록 줄어들어 왔다. 이 길이 뚫리면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리던 옛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주사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참배객들에 대비해 대대적인 도량 정비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와 함께 종단적 과제인 어린이ㆍ군포교 활성화에도 적극 동참해 대학생 지도교사 시스템을 구축한 어린이 수련회 확대, 공군사관학교 등 인근 군부대에서의 지속적인 수계법회와 신행지도에 나선다.
마곡사 / “지역문화축제로 이미지 개선”
6교구본사 공주 마곡사는 주지 스님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고 사찰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올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한 축제를 열어 지역내 이미지를 개선하며 분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4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신록축제가 바로 그것. 경내에 만발한 유채꽃으로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공연을 펼친다. 이와 함께 자비명상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템플스테이도 매주 실시하면서 참가자들의 저변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10월13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영산전 7일 철야기도 등 대규모 법회도 준비하고 있다.
수덕사 / “개산대재 재개 다양한 문화행사”
7교구본사 예산 수덕사(주지 법정스님)는 국보 제49호인 수덕사 대웅전 건립 700주년 기념사업에 팔을 걷어붙인다. 700주년 행사는 2008년 10월에 열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기념사업을 계기로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개산대재를 재개하는 등 덕숭총림 수덕사의 역사와 사격에 걸맞은 각종 문화포교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덕사 대웅전 700주년 개산대재는 ‘수덕사 대웅전 700년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비롯해 산사음악회, 사생대회, 백일장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려진다. 이에 앞서 올 4월엔 만공대선사 탄신136주년 다례 및 보살계수계대법회가 열린다. 이밖에 탑림공원 조성, 정혜사 선원 개보수를 통한 수행 분위기 진작, 예산노인종합복지관의 안정적 운영 등에도 힘쓴다.
장영섭 기자
임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