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심리센터에서 일하면서 한국인에 대해 느낀 감상이란,
"한국인은 참으로 욕망의 화신같은 민족이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인은 평균화를 원치 않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죠.
복지가 중요할까요?
그것보단,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중요한 문화처럼 보입니다.
해외의 심리학자들은
한국인들의 이러한 욕망이 "한강의 기적"을 이끈 원동력일지도 모른다고 유추하고 있으며,
몇년전에 넷플릭스에 풀린 <어나더 라이프>라는 SF 미드에서는,
무려 통일한국이 등장해서 미국, 러시아 등과 우주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설정이 나오기도 하였죠.
성취욕구가 클수록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한국인들이 가질 수 없게 된 것이 있어요.
바로, "행복"이죠.
타고난 행복과 만들어진 행복
행복과 욕망, 일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행복을,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보상(reward)으로 해석합니다.
원시 시대 때부터,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했던 행동을 하고 나면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세팅인 거죠.
(ex. 성적 행동, 섭식 행동, 관계 행동 등)
행복에 대한 감각은 환경에 대한 인지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즉, 행복에 대한 역치가 낮을수록, 어떠한 환경이든 살만하다고 느끼며,
행복에 대한 역치가 높을수록,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어야만 살만하다고 느낀다는 거에요.
흥미로운 점은,
행복에 대한 역치가 낮아 쉽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딱히 욕망이 있거나 일을 열심히 할 동기가 필요없다는 겁니다.
왜?
일종의 "불로소득" 같은 겁니다.
원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뇌에서 알아서 행복감을 계속 느끼게 해 주니까요.
반면, 행복에 대한 역치가 높은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우호적 환경에 대한 역치 또한 병렬적으로 높아집니다.
즉, 서울에 30평대 신축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있어야 비로소 행복감을 느낀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욕망이 클 수밖에 없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명확히 후자 쪽이죠.
위 도표는 "아난다마이드"가 얼마나 늦게 분해되는지에 대한 국가별 차이를 나타내는데,
아난다마이드란 신경전달물질은 일종의 뇌내마약물질로써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X축에서 우측으로 갈수록, 아난다마이드가 늦게 분해되는 것을 의미하고,
Y축에서 위로 갈수록, 실제로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것을 의미해요.
도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둘 간에는 정비례 관계가 있죠.
우리 한국은? X축에서는 18언저리, Y축에서는 14언저리에 위치하고 있네요.
즉, 선천적으로 아난다마이드가 너무 빨리 사라지는, 행복에 인색한 신경체계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아난다마이드 수치가 반드시 행복지수와 동행한다라고만은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는 타고나기를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들인데,
오히려, 행복지수 인덱스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편으로 구분돼 있죠.
반면, 스웨덴의 경우, 아난다마이드 수치는 평범한데,
행복지수 인덱스에서는 항상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생겨나는 이유는
행복에는 타고난 행복 뿐 아니라 "만들어진 행복"이란 개념도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만들어진 행복"이란, 좋은 삶에 대해 정의하는 문화적 규범을 의미해요.
일례로,
북유럽권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문화적 규범이 있는데,
이는 평범함과 평균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오히려, 잘 나가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자들을 배덕시키는 문화이죠.
어떠한 문화권이든, 평범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최소 60프로 이상을 차지합니다.
즉, 60프로 이상의 국민들이 자체적으로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되는 문화권인 겁니다.
행복지수 인덱스의 상위권을 북유럽 국가들이 점령하는 이유인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할까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행복, 좋은 삶이란 어떻게 규정되고 있나요?
매년 해외여행 정도는 가야...
대학은 적어도 인서울 정도는 들어가야...
대기업에 연봉이 이 정도는 되야...
서울에 아파트 한채 정도는 있어야...
가뜩이나 아난다마이드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지같은 신경구조를 타고났는데,
문화 자체도 성공과 특별함을 강조하는 지나치게 빡세고 치열한 구조인 겁니다.
행복을 못 느껴 → 행복하기 위한 기준이 높아 → 죽어라 일해 → 행복을 느낄 새가 없어
가끔 전 이 나라가 성공과 부에 대한 "집단최면"에 걸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되려 성공과 돈에 매몰돼 버리는 느낌이랄까?
이 사회는 웃긴 게,
실제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주변 사람들이 너 그거 행복 아니야라고 지적을 합니다.
야, 너 그 정도 벌어서 괜찮아?
집 한 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너는 왜 그렇게 간절함이 부족해? 그걸로 만족이 되겠어?
'평범함'이 '못남'으로 간주되고,
'이 정도면 만족함'이 '너 정도면 게으름'이라 평가됩니다.
그냥 나라 전체가 스팀팩을 맞고 전장으로 뛰어드는 마린떼 같다랄까?
나라 전체가 욕망과 기대감에 들끓어도,
결국 성공하고 돈을 버는 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국민들의 자괴감이나 절망감, 분노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계속 번영을 누릴 겁니다.
이 국민성 자체가 환경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점점 커져갑니다.
부모 세대보다 살기 힘든 세대가 되어 가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성공과 돈이라는 절대적 목표에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게 될수록
자괴감에 빠지고, 자존감에 아파하고, 결국에는 희망을 버린 채 "무망감"에 빠져버리진 않을까.
이 사회는 도대체 언제쯤에나 국민들의 정서적 건강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일상의 소중함과 보통 사람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언제쯤부터 논의될 것인가?
성공한 사람들의 행복만 행복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보통 사람들의 행복과 웰빙에도 더 많은 관심과 소통을 나눌 필요성이 있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제가 요즘 느끼는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빨리 성장하는 걸 강요하는 사회가 제 성향과 안 맞아요. 모두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특성이 과거 우리나라가 힘들던 시절에는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목을 죄고 있죠.
그 결과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율은 세계 꼴찌가 됐고 윤XX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죠.
반지의 제왕의 스미골이 되어버린 거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이제는 '공존'의 개념이 들어가야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망의 화신'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지금 대통령이죠.
거기에 남과의 비교가 더해지니 다들 불행할수 밖에 없네요.
우린 영원히 불행한 민족으로 살겁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할 꺼리가 있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아시아쪽의 특성같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타고난 기질로만 보이진 않구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만들어진 행복 부분이 너무도 공감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행복과 성공의 기준은 '나'가 아니라 남들의 시선에 기인한 부분이 너무 크죠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만드는 경향성이 너무 커보입니다
마지막 두줄 극 공감입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무명자님 이번껀 찐 명칼럼이십니다👍
행복하려고 아등바등사는 건데 행복하지 못 한 사회가 된거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행복의 역치가 낮은듯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