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달려다 너무 길어져서 글을 한편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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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동생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자기 자신의 일이 아닌 엄밀히 말하면 남의 일이라, 자기 일처럼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닙니다.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
다만 그래도 혈연관계이시니 좀 더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싶으시다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심리학 등의 전공자가 아닌지라 쳬계적인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저는 기자 지망생으로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약간의 관심이 있어 좀 유심히 바라본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써보는 식으로 말씀을 한번 드려보고 싶습니다.
제 사견(私見)으로 '일베' 문제는 기본적으로 '자아정체감', '자존감'의 문제입니다. 자기 스스로 '나는 누구/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이들은 '약자'에 대해 조롱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조롱은 자신이 약자가 아님(자신은 '강자'임) 확인하는 행동이죠. (인류학 비슷한 전공으로 보건대, 이건 일종의 ceremony입니다) 이들은 약자를 조롱함으로써, 자신이 강자라는 사실을 주관적으로 확인합니다. 객관적으로 이들은 약자일 수 있지만(사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사회적 약자/소외계층/루저들이죠), 약자를 조롱하는 행위를 통해 주관적으로 이들은 자기들이 강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데, 이들은 이 우월감을 통해 자기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자기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건, 자기 스스로를 '가치있다' 여기게 된다는 건데요, 자기는 남들보다 잘났으니(우월하니), 스스로 가치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게 이들이 살아가는 의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특징은 '자존감'이 낮다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자기 스스로에 자부심이 떨어진다는 건데, 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려 듭니다. 아등바등.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이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워 회피/외면하는데, 이 사실이 확인되는 건 매우 공포스러운 일(자신이 열등하다면, 자신은 가치 없는 사람이 되죠. 가치가 없는 삶이란 무의미한 삶이고요. 의미를 잃어버린 삶이란 뭐겠어요?)이기 때문에, 그 반작용이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행동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사회화되고, 자존감을 빼앗기고, 저 방향으로 떠밀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죠. 많은 경우 그건 저들이 바란 게 아닙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을 겁니다. 대부분은 살다보니 저렇게 됐고, 저 방향으로 밀려간 겁니다. 물론 옳고 그름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그들의 행동은 잘못이고, 결과적으로는 그들 개인의 책임인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계도(?)할 것인가. 저는 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게 가장 핵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면 일베 같은 데에서 의외로 어렵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물론 이론적(?)으로 검증된 건 아니고, 이 역시 사견입니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예단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만, 성적과 (성적 때문에) 가정 등에서 좌절하고 낮아진 자존감으로 일베가 일종의 현실도피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안식의 공간, 웃긴 얘기지만 이들에게는 일베가 일종의 피안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약간 다른 케이스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공부를 잘 하는 아이라면 얘가 왜 일베를 하나 싶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 물론 학업스트레스가 심하겠고, 이들은 기본적으로 서열적 사고방식을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서열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가기 위해 그만큼 자신의 욕망을 효율적으로 (혹은 극단적으로) 억압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상심리가 클 수 있습니다. 그 보상심리는 다른 이에 대한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표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런 경우라면 욕구불만과 억압, 불안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의 경우라면 공부 못한다고 너무 무시하지 말고, 당사자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가 아니라면 다른 진로를 함께 모색해 볼 수도 있겠고, 혹시 공부 외에 잘 하는 부분을 찾아 그 부분을 칭찬하는 식으로 당사자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뒤의 경우라면 오냐오냐하지 말고 때려서 가르치셔야 합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겠죠. 잘하고 있긴 하지만 불안감이 큰 상태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공부잘한다는 칭찬만이 아닌, 공부와 상관없는, 그냥 자기 자신, 자기 자체에 대한 사랑도 많이 받고 싶을 테고요.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이상 사짜 심리학 애호가(?)의 글이었습니다. 틀린 부분이 어마무시하게 많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혹시 다른 분의 가정 내 문제에 주제넘게 말참견을 한 건 아닌지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혹시 그런 부분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반복하지만 전공자는 아니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참고적으로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여 이 또한 사견이지만, 사실 일베의 멘탈리티는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이 갖고 있는 멘탈리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서열주의 사회이고, 우리사회는 자본주의가 황금만능주의로 극단화된 모습을 보이는 사회니까요. 일베는 그중에서도 더욱 극단화된 부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생분이 정말 많이 걱정되실겁니다. 그러시다면 걱정만 하시기보다는 스스로 많이 찾아 보시고, 공부해 보시고, 생각해 보시고,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곳에 글을 올리시기로 하신 것도 대단한 용기셨습니다. 어쩌면 주변에 저 같이 사짜 아닌, 전문가적인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의 조언도 들어보고, 좋게 해결되기를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