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에 말씀드린대로 지난 금요일 어머니가 오셨어요.
비행기 도착후 50여분 기다렸나봐요.
심지어 승무원들이 나오는데도
안나오셔서 걱정이 되려는 순간 나오셨어요.
음.. 반갑게 웃으며 엄마! 라고 부르면서 다가가는데
어머니가 저를 보시더니 우시는거예요.
놀라서 ‘엄마! 왜 그래요? 무슨 일있었어요?’ 라고 묻는데
어머니가 ‘ 네 아빠하고 와야 하는데 나 혼자 왔다’
라고 하시면서 우시는거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4개월 조금 넘어서인지..
그런 어머니를 안아드리는데
저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어머니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하면서
안아드리기만 했어요.
18년 가까이 아버지 병간호를 우울증을 얻으실정도로
혼자서 하셨는데도 자책감이 드시는지..
부부간의 사랑이 이렇게 크구나 하는 생각이
이때는 들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와서
좀 쉬셨다가 저녁에 온 가족이
큰 아들이 근무하는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직원들이 하나 둘씩 와서 큰아들에게 인사하고
우리에게도 인사하고
아들의 주문하에 음식들이 나오고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인데 음식이 맛있어서
과식을 할정도로 즐겼습니다.
열심히 먹느라 디저트만 사진을 찍었네요.
애플파이랑 치즈케익이었어요.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가족들이 다 모여서 시간을 보내니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버지도 계셨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휴! 정말 혼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거예요.
너무 주책맞아보이는것 같아서
얼른 냅킨으로 얼굴을 가려서 아무도 못봤는줄 알았는데
맞은편 큰아들이 저를 놀란눈으로 쳐다보길래
‘ 너무 맛있어서 혀를 깨물었네!’라고 농담을 하고
넘어갔습니다.
정말 이렇게 나이 먹은 티를 내게 되더라구요.
잠시 그 활기찬 레스토랑에서 천정을 쳐다보면서
짧게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도 너무 맛있게 드셨다고 하고
저도 특히.너무.매우. 몹시 맛있었던 이유는
이번에 저녁 식사값이 아주 많이 나왔는데
(거의 테니스 라켓 값 정도 나왔어요)
큰아드님이 식사값을 내셔서였습니다.
(밥 사면 이정도 존칭쯤이야..)
어머니가 대견해하시면서
‘잘 먹었어’ 라고 하니
녀석이
‘어릴때 할머니가 맛있는거 많이 해주셔서
이번엔 제가 할머니 맛있는 식사 대접해드리고 싶었어요’
라고 하는거예요.
어찌나 대견하던지..(절대 밥값을 내서 그런건 아니구요)
작은 반전이 있다면
그날 밤 자기전에 어머니가
그 밥값의 몇배를
큰애에게 잘 먹었다면서 용돈으로 주셨더군요.
(제가 큰 실수 한게 제가 냈어야 했어요.)
이렇게 첫날밤이 지나갔습니다.
2) 유전이라는게 있쟎아요.
제가 쇼핑을 좋아하는건 어머니때문인게 확실한것 같아서요.
다음날 한의원 두군데 그리고 안경점까지
순례를 하는데 어머니는 컨디션이 괜찮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일요일 아침 코스코에서 계산하느라 줄 서있는
와중에 옆에 있던 특선(?)코너에서 팔던 레인쟈켓을
유심히 보시길래 빈말로 한번 보실래요?
라고 했더니
바로 가셔서 보시고 입어보시면서
마음에 들어하시길래 결국 사드렸습니다.
예전 같진 않지만 그래도
외국 나오면 좋은점중 하나가 외국에서만 구입하는
쇼핑 있쟎아요.
그 레인쟈켓도 꽃무늬가 화사하니 괜찮더군요.
어머니는 혼자말처럼
‘나이 80이 되어서 쇼핑은 이제 안하려고 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죠. 뭐 ㅎㅎㅎ
지난 월요일은 다리가 아프시다길래
원래 가려고 했던 아울렛 일정을 취소하려고 했더니
어머니가 강력하게(?) 가시겠다고 해서 갔습니다.
전부터 런닝화 같이 편한 운동화를 사드리려고 했기에
제일 먼저 나이키를 가서 트레일화를 보시다가
10년전에 오른발에만 생기신 무지외반증때문에 패쓰!
그리고 어머니가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인
스케쳐스를 가자고 하시길래 저는 편하게 갔는데
요새 물가가 비싼건지 스케쳐스를 제가 몰라본건지
나이키만큼 비싸더라구요.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스케쳐스에서 하나 찜해두고
아디다스를 갔는데
전부터 제가 보면서 어머니 생각했던 신발끈이 없는
슬립온 같은 신발을 신겨드렸더니 편안해 하시더라구요.
여세를 몰아 이지부스트 신발 보여드렸다가
너무 운동화 같다고 넘어가고
NMD류 신발 신어보시더니 마음에는 들어하시다가
너무 애들것 같다고 하시길래
‘우리 다 애죠!’ 하고 우기면서 같이 사드렸어요.
슬립온은 캐쥬얼하게 신으시면 될것 같고
NMD 운동화는 산책하실때 신으시면 좋을것 같아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계산줄에 서 있는데 어머니가 또다른 자켓을 ㅎㅎㅎ 보시더라구요. 결국 그것도 같이 계산을 했어요.
마침 거짓말처럼 저도 몰랐던 25%추가할인코드가 있다고 알려줘서 아주 착하게 잘 샀습니다.
그 와중에 저에게 25%추가할인코드가 있다고 하길래
전에 언급했던 저 테니스화가 아른거렸지만
꾹 참았어요.
사실 진짜 싸게 살수 있는 기회였지만
$190에서 50%할인이면
$95 거기에 추가로 25% 할인이면
$71.25 거기에 택스 12% 붙으면
대략 $80인데..
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 살껄 그랬나봐요….
쟁여놓고 또 선물 받은 테니스화가 조금 많아서요.
그리고 이번에는 어머니 쇼핑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그랬는데 아깝긴 하네요.
색깔 조합도 참 마음에 드는데..
ㅎㅎㅎ 사람이 좀 이렇게 질척거리면 안되는데..
3)
오늘은 교육이 있어서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저는 오후교육이라 오전교육 다들 받으러갈때
혼자서 두 부서를 커버하고
오후에 교육을 받는데 무슨 교육받는데
팀을 나누고 팀장이 되어서
무릇 교육이란 느긋하게 즐기고 놀아야 하는데
교육내용 리드하고 자료 정리하고
정말 교육을 받았습니다.
금요일인데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어린이날이 공휴일이니까 다들 연휴 즐기고 계시나요?
아주아주 편하게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글을 참 보는사람이 편안하게 쓰시네요 오늘도 잘 봤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춘천은 어제부터 장대비가 쏟아져 나가고 싶은 맘이 1도 안드네요. 비가 너무 오니 7살 아들도 감히 떼를 못쓰고 보드게임 하자고만 졸라대서, 본의아니게 아깝게 지는 혼신의 연기를 8번쯤 하였습니다. 덕분에 아들은 보드게임 세계 챔피언 등극하시어 기부니가 좋으시네요.
나중에..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울 아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 직장?에 가게되면 둠키님 글이 생각날것 같아요 ㅎ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춘천은 제가 한국에 있을때 막연하게 은퇴하면 살고 싶은 도시라서 Insector님 하면 춘천이 늘 생각나요 ㅎㅎ
그리고 정말 좋은 아빠신걸요? 저는 4-5번은 지더라도 ‘얘도 인생의 쓴맛도 봐야하지 않나?’ 싶어서 막판에 이겨서 애를 울리고 저는 와이프에게 혼나던
유치한 아빠였어요.
너무 멋지게 잘 보내신것 같습니다. 아드님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좋은 추억을 부자지간에 가지셨네요
안녕하세요? 간만이죠? ㅋ
어머님 오셔서 간만에 아들 노릇(표현이 무례 하다면 죄송합니다.)하시느라 힘듬+뿌듯 하시겠어요?
사실 외국에 사는 자식들의 딜레마 같아요.
늘 맘속이 편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다 던지고 한국으로 돌아갈수도 없고…
큰아드님 에피소드는 저도 모르게 돈있으면 형! 이란 명언이 떠오르네요.
참 돈 쓰는걸 잘 가르치셨구나! 하는 …
일본은 골덴위크 GW 입니다. 다들 어디로 나갔는지 오사카 시내 나가면 전부 외국인 이라서 다시금 짱ㄲ대란이 시작 되는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인데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이…-멀쩡하게 명품 두른 부부가 지하철 기다리는데 10-13살 사이의 딸이 땅에 누워 있더군요. 그 사람 많은 우메다 에서…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거 보고 골이 지끈…
행복한 주말 되시길~
잘 지내시죠? 정말 오랜만입이다.
무례하긴요. 당연히 아들 노릇이죠
말씀대로 입니다. 외국생활하는 자식의 딜레마는요. 부모님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하니깐요.
일본은 골덴위크이군요.
짱ㄲ 대란은 여기도 비슷합니다
아니다 그들이 먼저왔고 제가 나중이겠네요.
명품부부 지하철은 정말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다 싶습니다 ㅎㅎㅎ
그런 험한꼴(?) 다시는 안보시길 바래요 ㅎㅎ
저는 어머니 와이프 모시고 아울렛에 또 왔다가
다른곳 쇼핑하러 왔습니다.
두분 다 백을 사셔서 기분이 좋으시니
보람이 있네요
아주아주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우리 건강하게 잘 지내요!
일상 생활 글 정말 술술 잘 읽었습니다.
밀린 효도 하시느라 둠키님 정신이 없으시겠어요.
어머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머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어머님 오셔서 형님께 정말 어린이날 연휴가 될 수 있겠네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동안 효도도 효도지만 그냥 가족으로 함께하셔보셔요. 좋잖아요ㅎㅎ
저는 제 나이 환갑이 넘게 되더라도 어린이날에는 어머니께 5천원이라도 꼭 용돈 받을꺼라고 해요. 어버이날보다 어린이날을 더 챙기구요. 어머님께 그냥 그때 그 아들래미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효도라고 생각해요. 어머님 오셨을때 곁에 오래도록 계셔주셔요. 뭐 원래 잘하시잖아요~
서울은 어제부터 장대비가 오네요. 제 고향도 가뭄으로 시름하다가 이 비로 이제 좀 걱정 덜만큼이 된 것 같네요. 저 대신 효도하는것 같아요. 고맙죠 뭐ㅎㅎ
가정의 달이니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연휴 되셔요~~
저도 엊그제 부모님 계시는 대구에 가서 한우 숯불구이를 사 드렸는데, 맛있게 드시니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
저와 제 부모님과 제 아내 모두 쇼핑을 싫어해서 다행(?)입니다. ㅋㅋ
1,2번 보고 저도 눈물이..
단위는 이제 1라켓으로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둠키님^^~
결과적으로 모든 삶의 끝은 하나의 모습이기에 산다는 건 슬픈건데, 그걸 알면서도 웃음을 짓고 농담을 하고 서로 부둥켜 안고 체온을 나누고 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고, 그럼에도 또 돌아서서 후회하고 다시 얼굴 맞대면 농담을 하고 웃음을 짓고 또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체온을 나누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용돈을 겟하는 승자가 되어야 하는 건데, 아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화... 지나치게 이쁘네요. 실수로라도 운동화가 든 박스를 치거나 떨으뜨려서 장바구니에 담으셨어야... 언젠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 알게모르게 도움이 될 거 같네요. 아직 프로모션 진행 중이라면, 늦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달리려고 운동화 사는 건데, 뛰십쇼. ㅎㅎ
한국엔 금요일부터 현재까지 비가 징하게 내리는 중입니다. 덕분에 저는 어제부터 운동 산책 다 빼먹고 농구 보고 책 읽고 떡볶이 만들어 먹고 뒹굴뒹굴 돼지가 되어가는 중, 아니 이미 돼지이니 게으르고 행복한 돼지입니다. 저와 달리 둠키님에겐 충분한 휴식이 허락되지 않겠지만 그게 어머님이 느끼실 행복의 교환비이니, 요번주도 마무리는 같습니다. 고생하십쇼. 그래서 행복한 기억 만드세요. 두고두고 미소 짓게 될 그런 추억요. :)
저도 부모님께 따뜻하게 해야하는데 이게 머리로만 알고 실천을 못하네요;;; 방정맞은 입이라 말도 툭툭하고..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아드님이 잘 자랐네요 둠키님과 형수님께서 아주 잘 키우셨습니다 ㅎㅎ 그래서 아빠보다 먼저 선수도 치고??!!
쇼핑은 유전이군요, 그래도 어머님께 뭐라도 더 사드리고 싶은 둠키님 마음이 느껴집니다.
둠키님 학설에 따르면 쇼핑은 유전이 확실한거 같아 둠키님 자녀분들도 미래가 아주 밝네요 ㅎㅎ
저도 쇼핑 무지 좋아라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부지께서 맨날 새옷 좋아하셨던게 생각납니다
아부지 쇼핑시켜드려야겠어요^^
어머님과 함께 행복한 시간 되셨네요~
더 행복한 시간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미 행복하지만 더욱 행복한 시간 되셔요 둠키형님 :)
오늘은 눈물이 핑 도는 잡설이네요. 그리고 진짜 큰 아드님의 멘트 너무너무 좋아요. 둠키 님께서 본이 되신 거겠죠. 남아 있는 날들도 어머님과 따뜻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