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더이상 PC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PC용 웹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74%였고, 모바일 웹 브라우저가 13%, 앱이 13%였다.
인터넷 접속의 30% 가까이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이후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모바일 운영체제(OS)용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 웹OS의 일반적인 구성도 (그림=한국인터넷진흥원)
그러나 모바일 OS가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로
사실상 양분되면서 그 지배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HTML5와 같은 웹 표준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웹OS’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롬(Chrome), 파이어폭스(Firefox), 타이젠(Tizen)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웹OS는 리눅스 커널과 웹 표준 기술을 사용해 특정
OS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단말기와 화면 크기를 유연하게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
저가 스마트폰 확산의 첨병 '파이어폭스
OS'
파이어폭스 OS는 모질라 재단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초기에는
OS가 아닌 웹 플랫폼 형태였지만, 현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용에 사용할 수 있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OS로 발전했다.
파이어폭스 OS는 크게 3 부분으로 나뉜다. 리눅스 커널
중심의 인프라 레이어(Layer), 게코(Gecko) 웹 브라우저 엔진, 그리고 가이아(Gaia)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프레임워크다.
게코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구성하는 핵심 부분으로
HTML, CSS, 자바스크립트 등 공개 웹 표준을 따른다. 네트워크, 그래픽 등 웹앱 관련 기능 대부분을 담당한다.
가이아는 단말기의 초기화면 UI를 맡는다. 잠금 화면, 홈
화면, 전화번호 입력창, 문자 입력창 등 기본 앱이 여기에 포함된다. 웹 표준 기술로 구현돼 다른 OS나 브라우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ZTE의 파이어폭스 스마트폰 '오픈 C' (사진=모질라 재단)
지난 5월 중국 단말기 제조사인 ZTE는 파이어폭스 OS를
장착한 스마트폰 ‘오픈 C(Open C)’를 미국 시장에 99달러에 내놓았다. 중국 칩 제조사인 스프레드트럼 등을 주축으로 25달러짜리 초저가
스마트폰도 곧 인도에서 출시된다.
모질라 측은 1년 이내에 파이어폭스 OS 판매량을 1000만
대까지 늘린다는 구상인데, 이미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PC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웹 브라우징에 특화돼 가벼운 '크롬
OS'
크롬(Chrome) OS는 2009년 7월에 처음 발표된
이후 현재는 저가 노트북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크롬 OS는 컴퓨터 이용자의 90% 이상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주로 웹 서핑이나 이메일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이메일, 문서 작성 등 모든 응용프로그램을 크롬 브라우저에서 웹앱 형태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자 환경은 PC용 크롬 웹 브라우저와 완전히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크롬 OS는 크롬 웹 브라우저를 실행하는 최소한의
소프트웨어로만 구성돼 있어 부팅이 매우 간단하고 빠른 것이 특징이다.
메일이나 일정관리 등은 구글 지메일이나 캘린더를 비롯해
다양한 웹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구글 드라이브와 구글 독스 같은 문서 편집 도구로 다른 네이티브 앱 없이도 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다.
▲ HP 크롬북 11 (사진=구글코리아)
크롬 OS는 현재 교육용 노트북, 넷북 등 저가형 PC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보면 지난해 크롬 OS가 탑재된 노트북 ‘크롬북' 판매량은 250만 대로 전 세계 PC 시장의
1% 정도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판매량이 6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IDC는 전망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웨어러블로 돌파구 찾는 만년 기대주 '타이젠
OS'
타이젠(Tizen) OS는 삼성전자, 인텔, 리눅스 재단
등이 주도하는 타이젠 협회에서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부터 스마트TV, 차량용 단말 등 다양한 기기에 설치할
수 있는 다목적 OS이다.
타이젠은 리모(Limo), 미고(Meego),
바다(Bada) 등 과거 리눅스 기반 여러 오픈소스 OS 프로젝트의 성과를 잇고 있다. 특히 바다는 삼성에서 개발한 모바일 OS로, 삼성의
‘웨이브’ 시리즈 단말에 탑재되기도 했다.
타이젠 OS는 시스템 레벨의 코어(core) 위에 웹앱
모드와 네이티브 앱 모드를 구성한 듀얼 프레임워크 방식으로 개발됐다. 그래서 다른 웹OS와 같이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하지만 네이티브 앱과 웹
앱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이쿼리(jQuery) 기반의 웹앱과 HTML5 기반 웹앱,
네이티브 앱 등을 한 기기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타이젠 OS의 핵심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OS를 탑재한 타이젠폰을 2013년 일본
NTT 도코모와 프랑스 오렌지(Orange)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완성도 등을 이유로 돌연 연기했다. 지난 5월 ‘2014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타이젠폰인 ‘삼성Z’를 공개하고 러시아에서 출시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현재 타이젠 OS가 탑재된 제품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 밴드인 ‘갤럭시 기어 2’와 ‘갤럭시 기어핏’ 정도다.
▲ 타이젠 OS가 탑재된 삼성Z (사진=타이젠 협회)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가 잇달아 연기되면서 타이젠 OS의
미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고, 웨어러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어 지원 의지는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단, 지지부진한 스마트폰 시장 대신 신흥 성장 분야인
웨어러블에 집중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스마트 TV 시장 선점 나선 ‘LG
웹OS'
여기서 언급하는 웹OS는 일반적 의미가 아니라 2009년
PDA 업체인 팜(Palm)이 개발한 ‘웹OS(webOS)’를 의미한다. 웹OS는 이후 HP를 거쳐 LG전자가 인수해 현재는 LG전자의
스마트TV용 플랫폼으로 사용된다.
LG 웹OS 역시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엔요
프레임워크(Enyo Framework)를 통해 웹앱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주요 기능을 살펴보면,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정보를 통합해
단일 리스트로 보여주는 ‘시너지(Synergy)’ 기능을 통해 지메일과 페이스북 등 타 사이트 계정과 연동해 표시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 통합 개발 환경인
아레스(Ares)를 이용하면 다양한 크기의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응형 앱을 개발할 수 있다. LG 웹OS가 스마트TV 분야에 안착하느냐
여부는 자체 TV앱스토어 생태계 구축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대규모 이해관계자 연합 통해 추진력
확보해야
웹OS의 미래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영향력이 확고해 별도의 독자 시장을 형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저가 스마트폰과 스마트 TV 시장에서 파이어폭스
OS와 LG 웹OS가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인 고가 스마트폰 부분에서는 타이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
웹OS의 성과에 따라 전체 웹OS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웹OS의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꼽는다. 전 세계 웹 개발자를 웹OS 생태계로 유인해 더 많은 웹앱이 개발,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이용자들이 쓰는 애플리케이션의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는 HTML5, 자바스크립트 등 웹 표준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현재 HTML5.1 표준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웹 표준 기술과
네이티브 기술 간의 경쟁도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대규모 웹OS 연합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웹OS는 기본적으로 독과점 플랫폼의 지배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우군을 모아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우일 인프라웨어 부장은 “웹OS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개발자, 정부를 포괄하는 대규모 이해관계자의 연합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지배적인 OS 사업자를 견제하며 웹 표준 기술의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고, 관련 생태계를 형성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