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환경 지켜야 농업이 산다Ⅰ. 폐비닐 |
들녘 곳곳에 버려진 ‘폐비닐’로 농촌은 몸살 |
방치하거나 땅에 묻고 태워…농촌환경 훼손
수거보상금 증액 ·집하장 확대·농가의식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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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하우스 단지 귀퉁이에 폐비닐과 포트, 생활폐기물들이 뒤섞여 있다. |
영농폐기물의 수거와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로 인한 농촌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농촌환경 지켜야 농업이 산다’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영농 폐비닐 △농약빈병 △잔량의 농약 등 영농폐기물의 처리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영농 폐비닐이 아무렇게나 방치되거나 불법으로 소각 처리되며 농촌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 방치된 폐비닐, 농촌환경 오염 주범
비닐은 농업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영농자재중 하나다. 그러나 농사를 마치고 버려지는 폐비닐은 농촌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탈바꿈한다. 폐비닐을 밭둑에 그대로 방치하거나, 들녘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소각해버리는 것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미관상 좋지 않은 것은 물론,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산불 위험까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전국의 마을들 중 무작위로 골라 취재한 결과 이 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한 마을을 가니 고추밭 옆에 폐비닐 뭉텅이가 쌓여있었고, 맞은편 밭에는 밭둑에 폐비닐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단지 주변은 더 심각했다. 비닐하우스 단지 한 귀퉁이에는 영농폐비닐을 포함해 차광막, 포트, 비료포대 등 영농폐기물과 생활폐기물들이 뒤섞여있었다. 특히 바로 옆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범람지역임을 경고하는 표시판이 있었다. 홍수가 발생했을 시 이 영농폐기물들이 아무 곳으로 흘러가 환경을 훼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북 김천에서 산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업인은 “이웃 농가에서 폐비닐을 그대로 방치해두는 것이 신경이 쓰였는데, 지난해 봄 강풍이 이틀연속 불어 닥치니깐 폐비닐이 다 날아와 우리 농장을 덮쳤다”며 “농장에 떨어진 폐비닐은 걷어주면 되지만 산으로 날아간 폐비닐이 환경오염을 일으키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 미수거 폐비닐 연간 7만톤씩 발생
폐비닐의 본래 처리 방법은, 농가에서 폐비닐이 발생되면 마을별로 마련된 공동집하장에 재질별, 색깔별로 구분해서 버리면 된다. 공동집하장에 모아진 영농 폐비닐은 환경관리공단의 지역 수거사업소에서 수거해 간다. 수거된 폐비닐은 재활용업체에 넘겨져 재활용된다.
농가에선 공동집하장에 버리기만 하면 임무는 끝. 그러나 위의 사례들처럼 잘 지켜지지 않는 지역도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폐비닐 발생량은 2010년 32만4,101톤, 2011년 33만1,490톤, 2012년 33만7,877톤, 2013년 33만2,575톤, 2014년 32만9,239톤이다. 매년 약 32만~33만톤의 폐비닐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수거량은 2010년 17만6,849톤, 2011년 18만1,609톤, 2012년 17만8,130톤, 2013년 18만9,306톤, 2014년 18만8,279톤으로, 매년 약 17만~18만톤 가량만이 수거되고 있었다.
환경공단은 “매년 약 6만톤은 민간수거사업자에 의해 자체적으로 수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발생량의 23%인 약 7만톤이 수거되지 않고 있다”며 “미수거 폐비닐의 누적량을 추정한 결과 약 88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고령층 대다수인 농촌…수거ㆍ운반에 한계
이처럼 미수거량이 많은 것은 공동집하장이 도시의 분리수거장처럼 가깝게 위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폐기물을 모아두는 곳이다 보니 대부분 인적이 드문 마을 한 귀퉁이에 마련돼 있는 게 대다수다. 또 마을에 집하장이 없는 곳도 있다.
또 집하장이 가까이 위치한다 해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37.8%(2015년 기준)에 달하는 농촌 에서, 흙이나 이물질이 묻어있어 무거운 폐비닐을 수거해 공동집하장에 운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일일이 재질별, 색깔별로 분리배출을 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도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더더구나 어렵다. 이에 자발적인 폐기물 수거와 처리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 곡성의 한 농가는 “원래 폐비닐은 수거해서 일정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모두 깔끔하게 처리해 가지만, 많은 양의 폐비닐이 마을에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것은 멀고먼 논밭에서 그 일정한 장소까지 가져가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논밭의 주변에서 태우거나 그냥 방치하거나, 주변에 파묻어 버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수거 폐비닐은 경작지 방치ㆍ매립 또는 소각돼 환경훼손을 심화시키고 있다. 방치ㆍ매립된 폐비닐로 농촌은 토양오염, 산불 및 미관 훼손 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영농폐기물을 비롯한 생활쓰레기와 땔감 등을 소각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대기오염과 건강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 폐비닐 수거정책, 제도적 방안 마련 필요
이러한 폐비닐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공단이 발표한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체계의 합리적 제도개선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력 고용이 어려워 농업인의 자발적 수거ㆍ선별에만 의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거보상비를 지급하며 폐비닐 수거를 독려하고 있지만, 농촌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약해 예산이 적어 보상 비용이 역부족인 상황. 특히 지자체의 재정여건과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수거보상금이 kg당 50~330원으로 편차가 커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현행 수거보상비 지급액을 높이고 획일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그동안 관행처럼 폐비닐을 소각이나 방치했던 농업인들의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 전문가는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체계의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생산자에게 수거ㆍ재활용의 책임을 부과해 수거주체를 확대하고 이물질 혼입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또한 공동집하장 설치는 토지수용, 시설 설치, 인력ㆍ장비 등 비용부담이 커 국가지원이 필요하므로 폐비닐 수거의 효율적ㆍ지속적ㆍ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법ㆍ제도적 정비와 적정한 설계 및 운영ㆍ관리방안 마련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출처농업인신문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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