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안철수, 유권자 농락…단일화 역풍 있을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한때 도우며 '동고동락'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한 안 대표에게 "백기투항을 한 것이지
단일화가 아니다"고 혹평했다.
그는 표변한 안 대표에게 작정한 듯 '패륜' '기만' '헛소리' '기억상실증' '불쉿(bullshit)'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2016년 안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갈등 끝에 결별한 이 교수는 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단일화가 아니라 더 이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니까
출구 전략으로 단일화를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안 대표의 표변을 '패륜 정치'로 규정했다.
그는 대선 출마 동기 중 하나로 다당제 도입을 꼽은 안 대표를 겨냥해 "2016년 총선 이후
3당 체제를 파괴한 장본인이 누굽니까? 국민의당, 억지로 합당해서 만든 바른미래당을
망쳐서 파괴해버린 책임이 제일 큰 사람이 누굽니까?
바로 안철수"라며 "과거 기억이 전혀 없는, 심각한 기억상실증이 있는 정치인은 과연
본 적이 있나 싶다"고 비판했다. 또 "후보를 접으면 그걸로 끝나야지 국민의당을
왜 국민의힘과 합당한다고 하냐"며 "그게 다당제의 명분을 내세운 사람이 할 짓입니까.
도대체 논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가 내건 '결선 투표' 도입 공약에도 "2등 후보가 주장하는 게 결선투표지,
3등하는 후보가 무슨 놈의 결선 투표냐"며 깎아내렸다.
그는 "자기 처지를 모르고 하는 얘기, 우스꽝스러운 괴변을 내세워 합리화하려고 한다"며
"입만 열만 다 헛소리, 영어로 '불쉿'"이라고 아슬아슬한 발언도 했다.
"안철수, TV토론 전 사퇴했어야...'정치 패륜'"
© 제공: 한국일보
2016년 4월 13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 사무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며 이상돈 비례대표 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이 교수는 단일화가 마지막 TV토론 직후에 이뤄진 점을 문제 삼으며
"토론 전에 그걸(단일화) 발표하고 그만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TV토론이 끝나고 한밤 중에 후보 사퇴하고 단일화를 결정한 정황 등 여러 가지로 보면
TV토론하기 전부터 그걸(단일화) 예상했던 걸로 보인다"며
"TV토론을 본 수많은 국민 유권자들을 완전히 농락한,
정치적 패륜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지상파 3사가 공동 생중계한 국가 공적 토론을 허황되게 만들고,
신뢰성을 붕괴시킨 초유의 사태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치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취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유명한 발언
'정치는 생물'을 안 대표에게 사용하는 것도 거북해했다.
그는 "안 대표가 10년 간 했던 행보는 창당, 탈당, 분당, 탈당 또 창당 또 합당 이런 거 밖에 없었고,
그동안 뱉어놓은 새정치도 내용도 없는 허황임이 드러났다고 본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분 다 정치적인 일상을 보면 일관성 있는 흐름이 있어,
국민 기만을 다시 보여준 안철수 대표의 생각을 이렇게(정치는 생물) 미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각축 기세니까
윤석열 후보 측에서 1%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일단 (단일화를) 받아들인 거라고 본다"면서도
"우위에 있는 윤석열 후보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국민의힘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따졌다.
"윤석열에 갈 안철수 지지율은 최대 3%"
© 제공: 한국일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월 25일 오후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악수를 나눈 후 웃고 있다. 오대근 기자
다만, 기존처럼 "단일화가 큰 변수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당 때부터 안철수 지지성향을 분석해보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아,
안 대표 지지율이 6, 7%되도 윤석열 후보에게 갈 것은 최대 3%고,
한 1%, 2%는 아예 기권할 표도 있다"며 "윤 후보 쪽에서 1%라도 도움이 된다고 봤겠지만
역풍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런 식의 정치 행태를 우리가 본 적이 있나, 너무 한심하다"며
"남은 일주일 동안 우리 국민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선거 기간에 내놓는 화려한 수사, 언어에 현혹되지 말고 후보와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이 지난 10년 간에 했던 행적을 보고,
유권자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선 합리적 보수 원로로 꼽힌다.
이재명 후보의 중앙대 은사이기도 하나 이번 대선에선 중립 의사를 밝혔다.
'사적인 관계를 떠나 이 후보의 국민통합정부, 정치개혁방안에 힘을 실어주실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나이가 70이 넘었다"며
"다시 현실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