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주 향숙
소래포구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아스라한 기억 한편과 다시 쓰는 일기 한편.
이십여년 전이었던가? 더 된 것 같기도.
그 옛날, 바그다드에서 목숨을 건 생생한 보도를 전해주던 이 진숙 기자를 흠모하며
부푼 꿈을 안고 그야말로 무작정 상경이란 걸 했었다.
첫 직장은 먼저 자리 잡고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안양에서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바람이 유난히도 많아 옷깃을 붙들고 다녀야했으며 길가의 사루비아는
어찌나 붉던지, 어지러운 나날들이었다.
그 청춘의 봄날엔 아무 두려울 것도 없었으며 또, 불태워 버려야 할 젊음이라는
것이 있어 맘껏 꿈을 꿀 수도 있었다.
그때, 주체 할 수 없었던 젊음을 들쳐 업고 마음 맞는 선배기자들과 소래포구를 찾았었다.
소주 한 잔에 회를 한 접시 했던가?
영상만 흐릿하게 남을 뿐, 함께 했던 이들의 이름마저 가물거린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쏘다녔건만, 과거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추억을 뒤로하고 이십여년만에 다시 찾은 소래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지인의 일로 인천에 들렀다가 옛 생각도 나고 해서 잠시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 이라는 큼직한 간판이 그 시절 보다 더 큰 규모와 잘 정돈된 모습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예전에는 덜 정돈된 정겨움이 있었다면 지금은 잘 정돈된 청결함에서 오는 무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앞만 보며 다독여 온 지금의 내 모습 같은.
특히 맛깔스런 젓갈들이 손짓하며 자꾸 불러 세웠다.
하얀 쌀밥에 조것 한입이면, 침이 절로 꿀꺽 넘어간다.
늦은 출발에 거리엔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었으나 어시장엔 생기어린 상인들과 흥정하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자꾸 어깨가 부딪쳐 길을 헤쳐 나가야만했다.
우리 일행도 구석구석 좋은 횟감을 찾아 둘러보다 여주인의 품이 넉넉해 인심까지 좋아 보이는
한 횟집에서 감성돔과 광어로 푸짐하게 회를 뜨고 싱싱한 생 문어와 피조개에다 매운탕꺼리까지
챙겨서 나섰다.
어둠이 낮게 내린 소래엔 여러척의 작은 어선들이 닻을 내리고 있었고 하늘엔
휘영청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회 맛은 어땠을까?
쫀득쫀득 싱싱한게 소주를 부르는 맛?
자! 그대도 같이 한 점 흡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