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다녀온 소감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으며...
수원 야외음악당은 阿鼻叫喚(한자 이거 맞겠지;;)이 따로 없었습니다.
내년에도 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수원까지 오가는 것도 좀 힘들었지만 그 행사 장소에 있는 게 더 고역이었습니다.
평소 '무슨 팬클럽 같은 거 나랑 상관없는 종족들이니 신경쓰지말고 살자'였기 때문에
비방이나 무시같은 걸 대놓고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으나 오늘만은 해야겠습니다--;;
일단 천리안 성사동 모임에서 가는 것으로 S형(25)과 B언니(31)와 함께 동행했습니다.
(아는 친구들이나 언니,오빠들은 다른 모임에서 간다고 했지만 예정대로 7년째 몸담고
활동 중인 천리안 성사동이 더 즐겁고 유쾌하기에...)
팬 클럽 얘들때문에 걱정되서 좀 일찍 출발했는 역시나 일찍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무대 정 가운데를 바라보는 객석바로 뒤에 있는 계단에 앉아서 그나마 가까운 위치에서
볼 수 있었고 리허설 하시는 코난 성우팀의 모습도 바로 앞에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놈의 가수 팬클럽 얘들...왜 이렇게 시끄러운 건지.
앞에서 누가 나와 뭘 읽든 그저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 나오는 것만 기다리며 떠드는
데 그나마 앞쪽에 앉았는 데도 처음 나오신 김규식님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 더군요.
특히 바로 뒤에 앉은 여중생 둘이 너무 크게 떠들어서 세번째 김순환님이 나오실 때쯤
'죄송한데 조금 조용히해주실래요?'라고 나름대로 살기(;)를 최대한 감추고 부탁을 하였
으나 무슨 참견이냐는 듯, 열심히 저를 욕하고 있더군요. 아~ 앞에서 성우분들이 시낭
송만 안하고 계셨다면 진짜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성질 많이 죽었다,
이동은!! '이런.. 조용히 하라면 조용히 할것이지'하며 폭력을 행사했을 지도~)
요즘 얘들은 뭐가 실례가 되는 일이고 뭐가 미안한 일인지 도통 구분이 안되나 봅니다.
뭐라 감상을 쓰고 싶어도 제대로 들은 게 없어서 쓸 수 없는게 한이 됩니다.--;
어수선함 속에서 김순환님까지의 순서가 끝나자 UN이라는 얘들이 나와서 생전 처음 들
어보는 노래 두곡을 부르고 들어가는 사이, 팬클럽 얘들이 발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출해서 간식 먹으려다 체할뻔 했습니다.
B언니: 나도 쟤들만 할때 저랬었어.
동은, S형: 가수 누구요?
B언니: 이선희씨.
동은, S형: 그 사람은 그렇게 좋아할만 하죠.
동은: 아..저 중학교 다닐 때는 오지 오스본아저씨에 심취해 있었는데...
B언니, S형: 그건 니가 이상한거야--;;
여하튼 UN이 들어가니까 덩달아 시끄러운 얘들이 조금 빠져나갔습니다.(왜 왔냐--;;)
제 뒤에 앉아있던 가볍게 주물러 주고싶은 여자얘 둘도 나갔습니다. 기분이 좋아졌습
니다만 그 때 전 뒤에 그보다 10배는 더 무서운 얘들이 앉았다는 걸 강타 나오기 전까
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우아하고 지적인 목소리를 자랑하시는 김세한님과 김민석님이 나오셨는데,
'와~ 역시!'하는 말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멋지셨습니다. 그리고 이 선님의 노래!
의상도 멋지게 입고 나오셔서 그날 나온 가수들보다 훨씬 나은 가창력을 선보여주셨
습니다만 정말 끊임없이 떠들고 박수도 제대로 안치더군요, 이 아이들은...
문선희님과 김상현님께서 나오셔서 시 낭송을 하시는데, 하~ 문선희님의 그런 목소리
작년에 봤던 다큐멘터리 이후로 처음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진지하고 지적이고 뭔가
가라앉은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김상현님 역시...7년 경력의 젊은 성우답지 않은 중
후한 목소리와 차분한 느낌이 인상깊었으며 옆에 계신 B언니께서 X봤을 때 처음에
카노에 목소리가 꼭 박정자님 같았다고 하시며 놀랐었다고 하시더군요. 하~ 이분 저
도 이분 목소리 정말 좋아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이선영님, 박민아님 이런 분
들 뒤를 이으실만한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상민이 나와서 노래부를 때는 다들 즐거운 분위기였고...시인 두분이 나오셔서 자
작시를 낭송한 다음 캐릭터 쇼가 이어졌습니다.
명탐정 코난팀으로 장정진님, 장혜선님, 강수진님, 문선희님, 전인배님이 나오셔서
짧막하게 코난 에피소드 하나를 편집해서 더빙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장혜선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낭랑하시고 장정진님의 모리아저씨는 항상 최고
라고 생각합니다. 휴식중이신 최덕희님 대신 코난 역으로 출연하신 문선희님, 리허
설하실 때 너무 최덕희님이랑 비슷하셔서 처음에 깜짝 놀랐었습니다.
아..정말 생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강탄지 뭔지가 나왔을 때...바로 뒤에 앉은
얘들 풍선이랑 이런저런 것들을 흔들며 뭐라고 지들끼리만 아는 지옥염불을 외우는
데 역시 처음 들어보는 노래 세곡이 끝날 때까지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고막이 터
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노래 다부르고 들어가니까 덩달아 많은 얘들이 빠져
나가더군요.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분위기는 어수선...
이강식님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때문에 마이크도 필요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유진님도 정말 멋지신 목소리로 좋은 시낭송을 들려주셨습니다. 이향숙님께서는
'목마와 숙녀'라는 긴 시를 전부 다 외워서 시를 읊어주셨는데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다음은 저는 잘 모르지만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성우 중 한분이신 김세원님께서
차분하고 조용조용하게 시를 읽어주셨습니다. 출연 순서에는 유강진님이 다음에 나오
시기로 되있는데 김건모가 먼저 나와 노래를 부르더군요. 안나오시는 건가, 하는 생각
도 들고 김건모 나갈 때 사람들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복잡하니까 먼저 나가서 밖에서
듣자는 생각으로 다들 야외음악당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세사람이 맹세했습니다. 다시는 안 온다고--;;; 앞으로도 저런 가수들이 계속
나오는 이상 절대로 '내년에도 또'란 없을 겁니다. 성우분들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건 정말로 좋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잘 들을 수도 없어서 아쉬움만 더 남는 것같습니다.
솔직히 잘 듣고왔다는 뿌듯함보다는 그 시끄러운 와중에 귀쫑긋 세우고 성우분들 목
소리 듣느라 예민해져서 더 피곤이 쌓인 것같다는 기분만 듭니다.
버스타고 사당역에 도착했는데 정류장 바로 앞에 중고 비디오를 파는 가게가 있더군요.
찾는 비디오도 없었고 시리즈물도 듬성듬성 비어서 그냥 집에 가려는데 문득 하나를
잊고 있었던 것같아 S형과 B언니와 헤어진 후 다시 가게에 가니 그게 있었습니다!
'동창회 OVA' 전체관람가로 되있어서 눈을 씻고 후쿠모토 칸 감독 이름을 확인하고 얼
마나 잘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려다 성우진을 다시 한 번 머리 속으로 그려보며 입을
찢으며 집에 왔습니다. 엄마가 아침보다 얼굴살이 빠져서 왔다고 하시니까 웬지모르게
억울해져서 한밤중에 술을 마셔버렸습니다;;;
술먹고 쓰는 글이니 오타든 뭐든 말도 안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제정신 차리면 다시 읽어보고 수정을 하든가 해야겠지요;;;;)
카페 게시글
첫 만남과 어울림의 장
[잡담]
'시와 음악이 있는 밤' 내년에는 절대로 다시 안갈겁니다--;;
이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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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9
03.05.24 03:25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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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두 어제 갔었는데요 동감합니다 가수섭외에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주객이 전도됐더라구요 날씨도 시 낭송하기 딱 좋았었는데...너무 아쉬웠습니다
떼지님도 가셨었군요, 성우분들도 앞에서 너무 떠들어대서 기분 나쁘셨을 것같습니다.
진짜.. 빠순이들 장난 아니었어요.. 그렇게 큰 모기 소리는 처음들어봐요.. ㅡ.ㅡ+ 그리고 코난 더빙할 때 립싱크 하셨답니다.. 으앙 덕희님... (음성이라도 오랜만에 들어서 좋았어요..)
예상했습니다만 역시 유명가수를 대동하는 행사는 엄청난 후유증이;; 차라리 내년부터는 가수없이 클래식뮤직과 함께 조용히 편안한 무대를 만드는게 나을지도
동은님의 현장감이 팍팍 느껴지는 감상글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_< 역시나 인기가수들이 등장했기에 시끌벅적했군요 ^^;; 오빠부대의 열광적인 행동은 그들이 표출하는 젊음의 발산(?)이기에 어느정도 이해는 합니다만 시낭독을 들으러 온 성우팬들에게는 소음이자 괴성으로 들렸겠죠 ㅎㅎ
제 생각에는 행사를 주관하는 측이 관중동원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아요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면 10대들에게 인기있는 가수들보다는 시낭독에 잘 어울리는 포크송 가수나 오케스트라를 초빙하는 게 훨씬 분위기도 살리고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좋은 경험하셨네요
Joe Asakura님과 주인장님 말씀이 맞습니다...T.T
저도 갔었는데 기분이 더럽게... 뭐라고 한마디 할려다가 참았습니다 강타가 노래가 끝나고 나가니까 사람을 밀치며 나가더군요 1회때부터 지금까지 본결과로는 성우팬은 극소수이고 다들 인기가수들을 볼려고 온사람이 태반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좀더 조용히 차분하게 행사를 했으면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음.. 고생하셨습니다. 무대위의 성우분들은 더 난감하셨을 듯... -_-;
그들은..정말 너무 하더군요..그래서 저도 성우극회 홈페이지 가서 건의글을 올려놓았지요..꼭 그런 댄스가수들이 안와도..주민여러분들이 많이 오실텐데..저희일행은 장정진님이 좌석안내해주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