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교사가 들려주는 인형극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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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부퍼탈(Wuppertal)의 포어빙클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초록숲역에서 내려 약 100미터쯤 걸어가면 Bahn Strasse 에 위치한 발도르프통합 유치원을 만나게 됩니다.
통합유치원이라 함은 장애가 있는 어린이와 비 장애어린이가 함께하는 유치원입니다.
이곳의 원장은 이미 한국의 모재단에서 열렸던 유치원 교사과정에 강사로 2번씩이나 참여한 사람으로 한국에 대한 나름대로 관심과 이해가 높은 사람이더군요.
유치원의 총 아동 수는 30명으로 한 학급에 장애아동 5명과 비장애아동 10명이 함께 통합을 이루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5명의 장애아동은 그리 심하지 않은 경증장애아동이나 다른 그룹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심한 중증의 아동도 통합이 되어있습니다.
이름하여 ‘꿀벌반’과 ‘소풍반’이 있는데 제가 참관한 그룹은 ‘꿀벌반’이었죠.
2명의 교사와 실습생이 2명, 참관한 저까지 5명의 어른이 이 학급에서 한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동들은 이른 아침 7시부터 등교가 가능한데, 일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독일도 상대적으로 이러한 가정을 배려하기 위하여 법이 바뀌어 이른아침부터 유치원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7시 30분에 2, 3명의 아동이 등교하며 놀이감을 갖고 놀다가 8시쯤 한 교실에 일찍온 아동을 가운데 앉혀놓고 아침열기를 시작합니다. 아동들은 한 가운데 앉아 있고 밖으로 교사들과 실습생들이 둥그렇게 둘러섭니다.
아침열기를 지도하는 교사에 의해 함께 아침노래를 부르고 간단한 슈타이너의 마음의 양식이 될 좋은 말을 낭송합니다. 그리고 서로간에 필요한 연락사항, 그날의 방문자를 소개하기도 하지요.
간단한 아침열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각자 자기 교실로 돌아가 그림그리는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립니다. 완성된 그림은 각자의 그림함에 자율적으로 넣고 난 후 자유놀이가 시작됩니다. 그즈음에 아이들은 하나둘씩 등교하게 되는데 오는데로 놀고 있는 그룹, 어디엔가에 속해서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이를 시작합니다. 교사 중 누군가는 아침간식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도 참여하여 함께 준비하지요. 과일을 썰기도 하고 빵을 만들기도 하고, 야채 깍기를 도와줍니다.
9시 30분쯤 자유놀이를 마치고 함께 둥그렇게 앉아 오늘의 일정을 아이들과 함께 나눕니다. 짧은 손 유희를 하고 때로는 라이겐(윤무)을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작은 입들이 오물오물 움직이며 예쁜 목소리로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작은 노래소리는 교실안에 울려퍼져 하늘에 닿는듯 합니다.
누군가가 그랬던것 같아요.. 교도소가 삭막한 이유는 어린이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손을 깨끗이 씻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오늘의 당번어린이가 식물성 오일을 손에 발라준 후 자리를 옮겨서 아침간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30분정도 간식 시간이면 가정에서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때 말하는 어린이들의 가정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엄마, 아빠 부부싸움한 이야기, 자신이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등등...
간식을 마친 후에 취학전 아동을 중심으로 식탁을 정리하게 하고 나머지 아동은 야외놀이를 준비하기 위하여 우비와 두꺼운 잠바를 챙겨서 입는데, 이때 장애아동의 경우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요. 비장애아동은 장애아동을 도와 장화를 신겨주고 우의를 챙겨서 입도록 도와줍니다. 누구도 싫어하거나 귀찮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이곳 통합유치원에 보내는 비장애아동들의 부모들은 나름대로 어린이의 사회성발달에 매우 유익하고 또 한 학급에 25명 이상이 있는 일반 유치원 보다는 15명이라는 작은 그룹에서 어린이가 가정처럼 편안함을 느낄게 될것이라는 기대로 보내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너보다 나은 아이와 친구로 사귀라...’는 뭔가 거부할 수 없는 주문으로 친구관계를 맺고 학창시절을 보냈던것 같은데 말입니다.
야외놀이는 매우 활동적인 시간입니다. 따뜻한 햇빛을 받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밖에서 놀게 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영역에서 몇몇씩 그룹을 이루어 놀게 되는데, 여자아이들은 모래놀이를 하거나 꽃을 관찰하기도 하고 성격이 활달한 여자어린이는 남자어린이들과 어울려 나무밑둥을 옮기는데 합세하거나 나무에 올라가 놀기도 합니다.
12시 경, 야외놀이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와 손을 씻은 후 둥그랗게 앉아 교사가 들려주는 동화를 듣게 됩니다. 모두들 꿈의 세계에 잠시 빠져 있다가 깊은 숨을 내쉬고 하교준비를 합니다.
방과후 까지 종일 유치원에 있어야 하는 일하는 부모의 아동들을 위하여 주방에서는 요리사가 점심을 준비를 합니다. 한 교사가 5명의 아동을 데리고 함께 점심을 먹으며 식사지도를 합니다. 식사가 끝난 후 아동들은 준비된 아름답고 편안한 침실로 이동을 합니다. 취침당번 교사는 아동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잠자리에 함께 듭니다.
약 한시간 가량의 취침시간이 주어지며 아동들은 모두 행복한 꿈나라로 떠나게 되고,
다시 오후 2시에 기상하여 간단한 간식을 먹고 일부는 야외로 일부는 실내에서 놀이를 합니다. 직장에서 퇴근하는 부모들은 어린이들은 데려가게 되고, 4시경이 되면 모든 어린이의 하교를 마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유치원 교사는 다시 내일의 일과를 위해 준비하고 정리를 시작합니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유치원교사들은 주어진 보수나 사회적 대우에 비하여 일이 무지 많더군요. 이곳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경력이 20년 이상된 노련한 아줌마 교사들입니다. 어린이들은 가족같은 따뜻한 분위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가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발도르프유치원이 어떠한 면에서 일반유치원보다 유익한가? 다음 기회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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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07년 2월 16-3월 17일까지 한달 일정으로 독일 발도르프유치원의 여러가지 유형들을 견학하고 돌아와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