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 이 달콤한 감각, 명성산
● 때 : 2013년 10월 20일(일) 10:38-15:40 (5시간 2분)
● 곳 : 신안고개입구 – 신안고개 – 명성산(923m) - 팔각정 – 등룡폭포 - 주차장
● 누가 : 재경순중고3225산오름 회원 황성준 회장외 13명
● 끄르면서 ●
경계가 필요 없어 담장 허문 집처럼 나와 네가 우리로 한 생명으로 어우러지며 펼치는 빛깔 고운 산오름 친구들이여!
‘내가 머무는 곳이 나를 움직인다.’ 라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한다.
● 걸으면서 ●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우리의 마음, 저 자연 그대로의 순금 빛 나무에 맞닿아 있다.
잎을 벗은 나무숲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황막한 미래의 언덕을 거닌다.
붉디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 초경(初經)을 하고 있다가 안절부절
선착장의 작은 목선 한 척이 뭍을 향해 꾸벅꾸벅 절을 하듯이 힘겹게 오르는 산꾼들이 산정(山頂)을 향해 뚜벅뚜벅 오른다.
이 거대한 파노라마에 비해 내가 살아온 인생의 판도는 얼마나 하찮은가
걸어야 할 삼각봉과 능선이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황회장의 진두지휘하에 '병사'들이 적진을 향해 돌진할 태세이다.
멀리 꿈속의 산들이 일제히 우줄우줄 일어선다.
좁은 암릉을 서로 비켜 가면서 걷는다.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으려면 감각은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장난기 품은 햇볕이 능선 위에 내려와
바삭거리는 바람과 동무하여 신나게 놀고 있다.
‘지금 여기’를 뛰어넘고 싶은
그러면서도 다시 ‘여기 지금’을 끌어안게 되고 마는 마음
가을 억새 선명한 귀밑머리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내가 싫증낼까봐 山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 분의 아내에게 고(告)함
우체통에 넣지 못했지만, 우편물(?)로 발송할 예정이오니
너무 애타게 기다리지 마십시오.
=== 포천시장, 포천경찰서장 알림. ===
山은 제 알을 품는 암탉처럼 나를 품어준다.
계곡의 물소리가 무심(無心)으로 깊어가는 것처럼 우리 가슴에 시심(詩心)이 깊어만 간다.
그래서 가을에는 억새가 서걱이듯 누구나 일탈을 꿈꾸는 시인이 된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 여미면서 ●
325친구들의 산정(山情)은 어우러진 억색의 향연에 기꺼이 함께하며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되어준다. 이에 깊은 의미를 두고 종지부를 찍을 줄 알았습니다.
산행 후에 산정호수 근처의 주막에 들르고 수락산 지하철 역 근처의 식당과 노래방에서 찐한 아쉬움을 달랜다. |
|
첫댓글 광주에서 명성산까지 대단한 성의이군요. 25회 모습 참 좋아 보입니다.
형님은 '퇴물(?)'이라고 하시면서
[태백산맥]이라는 닉을 사용하는 것은 서로 부조화 속의 행복감을 맛보려는 의도인듯
언젠가 한 번쯤 형님의 무쇠다리 맛을 볼 기회를 갖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방문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소설태백산맥의 저자가 우리 쌍암에서 태어나셨고, 배경이 내 주위에 넘 잘 아는 곳들이기땜에 쓰는거지 뭐. 하대치가 조계산에서 나무를 한짐해가지고 쌍암장터 국밥집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등...여수여고 근무할 때 넘 잼나게 읽어서... 아뭏든 명성산을 다녀 오셨으면 궁예의 눈물을 충분히 느끼시고 오셔야 하는데...
형님의 심오한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범부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궁예의 눈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나무숲에 가려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그런 곳이었군요.
친구들이 안내한 코스에 궁예궁 터전으로 가지 않아서 직접 체험할 기회를 놓쳐서 아쉽습니다.
산정호수!
그녀와 1986년 겨울에 꽁꽁 언 호수 주변을 거닐던 생각
그 해 여름에 백운계곡에 손과 발을 담그면서 노닥거리던 생각
결혼 후에..........제자들의 초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겨울에 산정호수가 꽁꽁 얼었을 때
다섯 식구가 손잡고 거닐었던
연인과 가족의 살아서 꿈틀대는 추억을 곱씹으면서 거닐었답니다.
광주대표 현웅이의 대단한 활약!!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명성산]이라고 일컬어져서일까?
억새밭과 명성산 산정을 밟으려는 산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나의 속도를 죽이느라 혼났어.
멋대가리 없이, 여유롭지 못하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