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스템 마비로 고생한 활동지원사에게 근무 증거 요구,
정부는 활동지원기관의 억지 운영 당장 중단시켜라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자원)의 화재로 온 나라 전산시스템이 마비되었다. 장애인활동지원 전산망 역시 멈춰섰다. 사회보장정보원의 전산망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록과 급여산정 근거가 되는 시스템이다.
전상망이 멈추자 활동지원사들은 근무기록을 수기로 작성하고, 잔여 바우처량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졌다. 모르는 사람들은 “근무의 수기작성이 뭐 대수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용자의 필요는 국가전산망의 마비와 무관하게 즉각적으로 제시된다. 더욱이 활동지원 급여는 국가–시도–시군구 순으로 잔량을 계산하고 별도의 기록을 남겨야 하기에, 전산 중단은 단순한 불편이 아닌 ‘업무 재편’ 수준의 추가노동이었다.
활동지원사들은 시스템이 멈춘 순간부터 혼란과 불편을 감수하며 현장을 지켰다. 보름이 지나서야 활동지원 전산망이 부분적으로 복구되었고, 여전히 불안정한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지원사들은 소급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13만 활동지원사들이 국가 시스템의 마비 속에서도 묵묵히 수기기록과 잔량계산이라는 이중노동을 감내하는 동안, 다수의 활동지원기관들 또한 혼란을 함께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관들은 이 상황에서조차 활동지원사의 고충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근무 증거’를 강요하며 의심부터 했다. 일부 기관은 전산망이 멈췄다는 이유로 출퇴근 시 이용자와 함께 ‘인증사진’을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인증사진이 없으면 서비스 제공을 인정할 수 없으며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국자원 화재는 명백히 국가의 관리부실로 인한 국가재난이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에 있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보상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활동지원사들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추가노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장애인에게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국가를 대신해 현장을 지탱하는 활동지원기관이라면, 마땅히 정부에 보상을 요구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기관들은 오히려 활동지원사에게 근무증거를 요구하며,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듯 노동자를 의심하고 통제하고 있다.
인증사진 강요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기관은 장애인을 감시하는 곳이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다. 만약 장애인이 사진촬영을 거부한다면 기관은 이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 실제로 인증요구에 불쾌감을 표하고 이를 거부한 장애인도 있다. 활동지원사들은 서비스 제공과 화재로 인한 업무혼란 속에서도 장애인에게 양해를 구하며 난처한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이용자가 거부하거나 촬영을 잊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협박은, 그야말로 현장을 모독하는 행위다.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기관은 현장상황을 알고는 있는가?
임금 미지급 협박은 가당치도 않다. 국가의 부실한 시스템이 만든 재난에 대한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사용자의 권력남용이다. 또한 사전 계약에도 없는 추가업무 요구를 근거로 임금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정부의 애매하고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다. 중앙정부는 기관의 관리는 지자체의 몫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지자체는 기관의 운영에 대해서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부정수급 관리를 기관에 떠넘긴 정부가 할 소리는 아니다. 정부는 즉시 활동지원기관의 부당한 근무증명 강요를 중지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 마비로 현장에서 노동자가 겪은 고충과 추가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한다.
이번 국자원 화재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국가시스템 관리 실패로 인한 인재다. 공공시스템 관리 실패로 인한 사회서비스 붕괴 사태다. 국가의 전산인프라 관리가 이렇게 부실하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화재 직후 “정부 시스템 이용이 원활치 않아 발생하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 방안을 빈틈없이 마련해 국민들께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들이 겪는 권리 침해 문제에 정부는 책임있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근무증거 요구로 활동지원사 협박하는 활동지원기관에 관리감독 실시하라.
2025년 10월 14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