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탁할수록 눈이 보배라는데...
시내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안과의원을 들렀다. 지난주부터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고, 시력이 약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 눈감고 혼자살면 때론 마음 편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문제다. 그렇다면 종족번식은 어쩔거냐고? 인간도 단성생식(처녀생식)을 한다면 의무감땜에...그땐 정말 다리밑에서 주워 왔다는 아이가 많을 것이다.
검사결과 자연적인 퇴행과 일시적 장애란다. 역시 가는 세월을 띄어넘지 못한다. 인간의 눈도 어느 파충류처럼 몇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피곤하면 돌려가며 쓰면 낫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시력 충전에 나섰다. 들판의 푸르름을 눈에 담는게 목적이다. 농막옆 도로에서 하마트면 뱀이 지나가는 차에 치일뻔했다. 차의 속력이 더 빨랐다면...새로바뀐 도로교통법 땜에 산건가? 물찬 논엔 땅내음 맡은 벼가 파랗게 자라고, 철새떠난 하천에는 갈대와 수상식물이 무성했다. 하천가 오디 열매는 젔고, 까치밥 열매는 무성하다. 낚싯꾼들도 사라졌고 세상은 온통 푸르름뿐이다. 역시 자연은 한폭의 산수화다.
눈에게 즐거움을 주었더니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집으로 돌아와 창가에 붙어 앉았다. 이제 뭐 한다? 아파트 사이로 시야의 끝자락에 막힌 산이 들어왔다. 낙동강 하류와 연이은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부산의 승학산일게다. 다락에서 먼지묻은 망원경을 가져와 촛점을 맞추었다. 낮은 배율(12×)의 노리개감이다보니 역시 흐릿했다. 그럼 뭐 산에서 돌굴러 내리는 걸 보거나, 산삼이라도 발견할 줄 알았던가?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던 시절에 이런게 있었으면, 천리를 본다했음직한데 요즘은 우주에서 지구의 사물을 보는 세상이라...
우리집에서 승학산(497m) 근처까지 도로상 거리는 23km 정도이다. 그것밖에 안될까? 그러나 예전 14~5초에 달리는 그 100m가 막상 걸어보면 상당히 멀게 느껴진다. 산아래 아파트가 희미하게 보인다. 거리뷰를 활용해서 관찰하니, 오른쪽은 엄궁2차 한신이고, 왼쪽은 엄궁코오롱이다. 아파트앞엔 사람들도 보이는데, 마음속 거리두기를 지켜야겠다. 아파트를 내려와 반대편으로 낙동강에 다다르면 앞쪽으로는 남해안 고속도로가 있고, 김해쪽으로 더 다가서면 부산 강서구와 김해 진영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지난다.
의사선생이 책읽는 거랑, 자판 두드리는 행동을 줄이라고 했는데 또 이러고 앉았다. 국민학교땐 시력 2.0을 유지했고, 도라지 캐는데는 일가견이 있었는데, 그동안 쓸데없는 것들에 기력을 소진을 했나보다. 그래도 산을 자주 접하는 편이니, 남들 캐는 산삼 한뿌리라도 발견했어야 했는데 지금껏 뭐했는지 아쉽다. 아무튼 눈을 아껴써야겠다.
(망원경 + 휴대폰 결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