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배추김치 맛 좀 보세요!
우리 집에는 1주일에 한 번 꼴로 가사사도우미 아줌마가 와서 청소와 빨래 그리고 이외에도 잔잔한 일을 도와준다. 그동안 와서 열심히 일해 주던 도우미가 신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다른 도우미가 오게 되었다.
별일 없으면 목요일 오전이나 오후에 와서 4시간 정도 일하고 다음을 약속을 하고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몇 주 전부터 새로 와서 일하는 도우미는 남다른 면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다.
한번은 현관에 들어서며 실내화를 바꿔 신는 것이었다. 노란 색 헝겊 실내화 머리와 뒤꿈치에는 예쁜 조화가 한 송이씩 장식되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아내가 그런 예쁜 실내화를 어디에서 샀느냐고 물었다. 대형마트에 들렀더니 못 보던 실내화가 나와 있어 샀다며 한 켤레 사다 드릴까요? 라며 타진했다.
주려는 실내화 값은‘아이고 별 것도 아닌 걸요’라며 마다했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 신었던 실내화를 벗어 신으라며 내 주었다. 이에‘일 할 때 신으려고 산 사람이 먼저 신어야지!’라며 사양했으나‘어르신이 먼저 신으세요!’라며 실내화를 신겨도 주는 친절. 다음에 온 그녀는 그 마트에 갔더니 실내화가 다 팔려 없어서 사오지 못했다며 나오면 꼭 사오겠다며‘실내화는 어른신이 그냥 신으세요!’라고 했다.
이 날 베란다를 물청소하던 그녀는‘이 국화 화분은 꽃이 너무 벌어 큰 것으로 분갈이해줘야 할 것 같다’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주인처럼 하기도 했다. 그날 점심은 콩나물 비빔밥을 해서 그녀의 솜씨 맛도 보았다. 그녀가 돌아간 뒤 청소하며 화분의 분갈이까지 걱정해주는 도우미는 보길 처음 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온 그녀는 청소하며 베란다에 마른 마늘(두 접)이 양지바른 상자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그냥 두면 말라 없어져 버린다며 걱정을 했다. 이에 ‘쪄 놓으면 좋기는 좋겠는데...’라는 한 마디에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 모두 까서 재래식 방식으로 쪄야 제 맛이라며 손수 쪄서 냉동고에 넣어 놓는 수고.
그녀가 하루는 야채 빵을 사가지고 와 내놓았다. 아침부터 웬 빵이냐고 했더니‘어르신 약 드실 때 함께 드셔야하는 빵이 어제 보니 다 떨어진 것 같아 산 온 것’이라며‘별 것도 아닌데...’라며 입을 가렸다.
그녀는 주방에 남아 있는 아침 설거지를 말끔히 하고는 바로 남쪽 베란다로 나가 화분에 물을 주기에 바빴다. 베란다 바구니에 꽂아놓았던 지난 해 단풍가지와 말린꽃을 들고 나오며 이제 이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또 주인 같은 살뜰한 소리.
얼큰하게 무친 배추 겉절이가 그리워지는 가을이란 소릴 흘리질 않고 귀담아 들었는지 하루는 겉절이 할 솎음김장배추를 묵과 함께 사가지고 와 점심에 묵밥을 해 주겠다며 입맛 돋우는 약속을 하고는 자신이 아침에 만들었다는 피자 한 판을 먹어보라며 내놓았다.
한번은 고향에 다녀왔다며 매운 김치를 마음대로 먹질 못하는 내가 떠올라 큰 오빠 집에서 얻어왔다는 동치미 한 통과 오빠가 손수 농사지어 짰다는 들깨 기름 한 병도 맛이 고소하다며 내놓았다. 또 하루는 홍시를 한 상자 가지고 와 웬 홍시냐고 했더니 베란다에 걸어놓은 감나무 가지를 보고‘홍시가 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지난 주말 김장하러 시댁에 다녀왔다는 그녀는 16일 아침에는 배추김장 김치 한 통과 총각김치 한 통을 가져와‘당진 배추김치 맛 좀 보시라’며 내놓아 점심상에 올려 함께 맛있게 먹었다. 처음 담아 보았다는 포도주와 함께 가져온 당진지방 고유 토속음식의 하나라는 호박김치찌개도 해주어 그 맛을 보기도 했다.
10대 두 아들의 어머니 당진댁(당진이 고향)도우미 내외는 머잖아 고향에 돌아가 그간 다듬고 품어온 꿈을 꼭 이루고자 한다며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런 저런 경험을 쌓기 위해 희망과 보람에 차서 하루하루 신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배우게 하는 40대 도우미다. (2009. 11. 18. )
첫댓글 참 마음씨도 솜씨도 아름다운 감성을 갖인 도우미 아줌마네ㅡ 천규 부부가 착하고 열심이 사니 그런 도우미 아줌마를 맞낫구나. 그 당지댁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부지런하고 착하고 꿈도 야무진 가사도우미를 만나 서로가 행복하게 되었군. 모쪼록 그 당진댁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네...
천규의 인복이 차고도 넘쳤네 그려. 모두에게 하나님 축복이 있기를! 당진택 화이팅!
당진 배추김치 좀 먹어 보았으면, 훈훈하게 오고가는 정, 천국이 따로 없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기일 처럼 열심히 즐겁게 하는 사람은 뒤에는 꼭 성공하더라고, 도우미 아주머니도 자기가 목표하는 바를 이룩 할것이라고 생각이 되네.
인간관계는 일방 통행일수는 없는 법. 천규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먼저 해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