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보내며~
책상을 정리하다... 이정웅 회장님이 올해 제작한 ‘책갈피’를 꺼내 보았다.
《수필예술 44호》을 다시 읽지 않아도 뭔지 모를 뭉클한 느낌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산홍 새잎이 참새 부리만 한 얼굴을 내밀었다. 피골이 맞닿듯 메마른 가지에서 잎을 틔우려고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짐작하니 애잔하다.
- 가기천 '영산홍처럼'에서
■이제 바라기는, 이왕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으니 모든 시름을 노래에 담아 날려버릴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나의 마음의 짐도 덩달아 가볍게 되기를.
- 강승택 '트로트 단상'에서
■사람도 내 안의 가시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연민에 빠져 날을 세우고 주위를 찔러대면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 강표성 '묵은 가시'에서
■호접란 한 송이가 오늘 투신했다. 날마다 안타까워하며 저를 돌보아준 내게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깊은 밤 소리 없이 제 어미의 품을 떠났다.
- 권예자 '마지막 꽃 한 송이'에서
■머지않아 과학이라는 무서운 괴물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나만의 기우일까.
- 김기순 '소셜 로봇'에서
■결혼도 미루고 아이 낳는 일도 포기하여 우리나라 인구도 줄어드니 간단한 일이 아닌데, 현재의 주거 정책도 중심을 못 잡고 헤매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 김기태 '연봉이 올랐다고'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며 필요한 것을 고르고 그것을 받은 상대방이 기뻐할 때 그 선물은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 김선아 '검은 봉지'에서
■우리 한국의 여인, 아내, 어머니는 참으로 슬기롭고 지고지순하며 담대하고 아름답다고 늘 여겨 오고 있는 것이 솔직한 피력이다.
- 김선호 '문학작품에서 만난 韓國의 대표적인 女人像'에서
■눈이 녹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눈을 밟아 길을 만들고, 작은 것을 얻어도 큰 기쁨을 느끼며, 일상(日常)의 소박(素朴)한 것에 감사하며 삽시다.
- 김용복 '영화 '빠삐용'에서 얻는 교훈, 인생을 낭비한 죄'에서
■지금 여기 내 곁에서 함께 숨 쉬는 이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고 웃을 수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가. 사랑하는 그들의 호흡과 따뜻한 온기는 내가 살아갈 힘이 된다.
- 김지안 '낡은 카세트'에서
■산색(山色)은 없어지고 짙어지면서 철마다 색깔이 바뀌고, 바람과 비, 새와 곤충과 계곡의 물소리로 이루어진 합주곡이 수시로 연주된다.
- 김태열 '겨울 산의 묵언'에서
■모든 분란은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엇갈리는 데서 생기기 마련이다. 남녀 간의 차, 세대 간의 자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가정은 가족 간의 불화가 끊이질 않는다. 인격적인 대화로 풀어내는 마음의 소통이 그래서 필요하다.
- 김회직 '다시 보는 전원일기'에서
■다스리는 사람이 먼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공손히 자리를 지켜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도리이다. 이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 류무열 '무위이치(無爲而治)'에서
■상대방에게 한번 속았을 때 나는 그 사람을 탓한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두 번 속았을 때는 나를 탓한다. 살다 보면 천둥도 울고 번개도 친다. 그걸 잘 이겨내야 인격자가 될 터이다.
- 문희봉 '이런 마음으로 산다'에서
■뜨거운 물에 차가운 물을 부으면 미지근한 물이 되지만 차가운 물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잘 섞이지 않고 도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로 분리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과학이다.
- 박권하 '살다 보니 10'에서
■감정은 완벽한 4차원이다.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그의 길이 있다. 몸이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기도 하고 마음이 몸의 기류를 움직이기도 한다.
- 박미련 '감정 기류'에서
■우리가 살아갈 이 땅은 행복과 평화가 깃들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신뢰 속에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안정된 나라로 만들어 가야 한다.
- 박영진 ‘나라와 국민의 품격'에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몸 따로 마음 따로이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 박종국 ’ 변화는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에서
■국가사회의 번영과 역사문학의 발달,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생을 위해 '고뇌하라. 그리고 헌신하라.’
- 박종천 ‘좌우명(座右銘)’에서
■행운목의 꽃이 이렇게 향기를 피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 감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 배인환 '행운목 꽃피다'에서
■글의 행간마다 달라지는 건 작가의 시선이다. 이를 따라 숨이 차기도 하고. 마냥 고요해지기도 했다.
- 백송자 '시(詩)적인 여행’에서
■사과밭 경계에 있는 새빨간 명자꽃에 눈길을 멈추고 세상을 잊는다. 꽃 너머로 내려 뵈는 인간세계와 나무 위로 펼쳐진 쪽빛 하늘이 나를 신선 세계로 인도한다.
- 송진괄 '명자나무’에서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단단한 나무껍질을 뚫고 나오는 연초록 어린잎들이 보기에 신선하다.
- 안태승 '대청호 호반에 봄이 피어나다’에서
■예전에는 먹고 난 수박껍질에 붉은색 당도가 드문드문했어도, 가축을 먹였기에 아깝지 않았다. 그걸로 장아찌도 담았다. 요즘도 다 핥고 난 수박껍질을 보면, 된장 속 수박 장아찌의 군침이 돈다.
- 양창환 '수박껍질 속 알맹이'에서
■나는 좋은 삽화가 눈에 띄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표지화와 함께 스캔해서 컴퓨터에 저장한다. 환생 작업이라고 할까.
- 육상구 '삽화를 깨우는 즐거움'에서
■지적 호기심은 자아 성취감으로 발전한다. 거기에 할아버지의 칭찬이 더해지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그래서 학동은 칭찬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지 않는가.
- 윤승원 '지적 호기심과 자아 성취감’에서
■잘 익은 벼가 머리를 숙이듯이 미소와 애교로 부드러운 무기를 사용한다면 아내에게 굴복하지 않을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 윤옥희 '천의(天意) 조화'에서
■지상의 어떤 생물체도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고 인정한 바 없는데, 스스로 그런 용어를 만들어 만물의 영장 연하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이 여기에도 작용한 것은 아닐까?
- 이남천 '걸레의 미학(美學)'에서
■들판의 한 그루 나무가 세상이 어려울 때 나라를 걱정하고 울기까지 했다는 말채나무의 전설이 의미심장하다.
- 이득주 '신도안 말채나무'에서
■때때로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장터는 내게 삶의 유의미를 일깨워주고 다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체험 현장이 된다.
- 이린 '삶의 현장'에서
■이 하얀 종이를 숫돌 삼아 한 구절 한 구절 내 칼을 벼려봐야겠다. 새벽부터 컴퓨터 자판기 치는 소리에 손자손녀가 설핏 새벽잠을 설치다 다시 편안하게 아침잠에 빠져드는 풍경은 얼마나 근사한가.
- 이문숙 '칼'에서
■우리의 삶은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멀리 내다보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거리 선수가 출발이 늦다고 해서 꼴찌가 아니듯 좀 늦더라도 기다려 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 이 선 '게발선인장'에서
■나는 이러한 무의식을 감추기 위해 '아닌 척이란 가면을 쓴다. 하지만 이러한 가면은 그림자여서 어둠이 지나 빛이 나올 땐 들통이 났다.
- 이재인 ‘봄이 왔다'에서
■우두둑 떨어지는 나뭇잎 위에 고인 빗물을 맞아가며 학교에 들어서니 일요일이라선지 운동장에는 빗방울이 달리기도 하고 만세를 부르기도 하면서 톰방거리기도 한다.
- 이정웅 '두계역에서'에서
■생각해 보니 '피우다'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앞에 무엇을 가져다 놓느냐에 따라 피우다는 좋게도 되고, 좋지 않게도 되는 것이었다.
- 이종권 '우리가 피울 수 있는 것들'에서
■1.600g 남짓한 나의 뇌는 다른 것은 다 제쳐 놓은 것 같았다. 오로지 인연 따라 스쳐 간 많은 이야기의 잔상만을 아르고스의 눈을 밝혀 짜깁기하고 있었다.
- 이태호 '잔상(殘像)’에서
■은둔의 시간이 지나고 생성의 활동을 시작하는 봄은 기대와 희망을 품기에는 충분한 계절이다.
- 조종영 '봄날에 꽃은 피고 지고'에서
■집이 담장이 있어 포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면, 사람의 마음속에도 의지할 수 있는 담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중호 '다섯 겹으로 된 담장’에서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영화를 보고 있다는 확신으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보았던 무수한 즐거움들, 내 마음속 검은 스크린에 상영된 빛나는 별자리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 허진혁 ‘홍콩영화’에서
■변곡점에서 서성이던 나에게 한 권의 책과의 만남이 암울한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긍정 속에 부정의 씨앗이 잠재되어 있지만, 부정 속에도 긍정의 씨앗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나는 마음 정원에 긍정의 씨앗을 뿌린다.
- 황보 성 '내 인생의 변곡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