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찾아 바다를 건넜다.
<사진설명: 낙가산에 올라서면 보문사가 보이고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햇빛을 담은 바다는 물결의 속살을 보여준다.>
인천 강화군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향했다. 석모도에는 해명산(327m) 상봉산(316m) 상주산(264m)의 봉우리가 산자(山字)형태로 있어 삼산면이라고 한다. 지난 8일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배가 웽하고 엔진음을 내자 갈매기들이 배로 몰려든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석모도 석포리까지는 1.5km. 10분이면 충분하다.
석포리 나루터를 나와 해명초등학교 방면으로 차를 이용해 5분정도 이동하면 산행의 시점인 전득이고개에 다다른다.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은 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해명산을 지나 낙가산 보문사까지 9km 산길을 가야한다. 해명산을 향해 서북쪽으로 산행을 시작하자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고개를 얼마오르지 않았는데 시야가 열리는 능선에 다다른다. 작은 섬에 있는 산이라 크거나 높지는 않지만 시력이 허락하는 끝까지 바다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받은 바다는 속살까지 보여준다. 양옆에 펼쳐지는 바다를 느끼며 산이 아닌 섬을 걷는다. 몇 번의 고개를 넘자 해명산 정상에 다다른다. 석모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낙가산과 상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길을 멈추자마자 흘러내리던 땀방울들을 바람이 날려버린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보타낙가산,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다.
“산 중턱에서 노을을 보고
미소 짓는 관세음보살님
그 미소품고 바다 건넜다”
몇번 낙가산 보문사를 찾은 적이 있었다. 늘 차를 타고 가서 일주문부터 걸어 올라 참배를 하고 나왔었다. 힘들게 산을 넘어 보문사로 향하니 관세음보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더 크다. 해명산에서 방개고개까지 3.5km 주로 내리막길이다.
방개고개에서 다시 낙가산 방면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바람소리는 더욱 거세진다. 나무 또한 바람을 힘들어 하듯 이리저리 흔들린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는 바람으로 모든 것을 버린다. 그래서 가을산은 하늘에 더욱 가까워진다. 산자락에 오르니 보문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낙가산 정상은 서해바다의 일몰을 감상하는 유명한 장소이다. 거대한 암반으로 구성되어있다.
암반아래에 마애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는 눈썹바위가 있다. 정상에서 보문사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눈썹바위로 가는 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심코 내려가다 보면 바로 보문사로 내려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는 400개의 계단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한다. 바위위로 난 좁은 길을 통해 눈썹 바위에 조성된 관세음보살을 만날 수 있다. 이 보살상은 1928년 금강산 표훈사 이화응스님과 보문사 배선주스님이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높이 9.2m 너비 3.3m의 보살상위에 거대한 바위가 지붕처럼 덮고 있어 천연의 보호각을 갖추고 있다.
넉넉한 미소를 띈 관세음보살을 뒤로 하고 보문사로 향한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 금강산 보덕굴에서 수행하던 회정대사가 석모도에 도착하여 길지임을 한 눈에 알아보고 사찰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평일에도 많은 참배객들이 찾고 있었다. 일주문을 빠져 나오니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산중턱에 관세음보살도 놀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계실까. 그 미소를 품고 다시 바다를 건너간다.
<사진설명: 보문사 마애관세음보살. 특유의 미소를 느낄 수 있다.>
<놀. 섬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보문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