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내일부터 컴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오늘 2편을 동시에 올리려고 합니다. 양해해주세요.
오늘 소개할 영화는 홍콩영화 두 편입니다.
서극 감독의 "순류역류"와 마초성 감독의 "동경공략"입니다. 두 작품 모두 스타일이 있는 액션영화이지만 분위기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 작품입니다. 요즘 홍콩영화가 졸작으로 만들어지고 시장에선 푸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잘 살펴보면 재미있고 괜찮은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순류역류"는 서극이 기존 자신의 스타일에서 한발 벗어난 새로운 시도의 작품이었습니다. 배우들도 유명한 배우들 보다는 어느정도 얼굴만 알려진 연기력이 높은 배우들을 기용했습니다.
바텐더인 타일러(사정봉)는 만취상태에서 경찰인 조(서자기)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됩니다. 그 일로 인해 조는 타일러의 아이를 가지지만, 동성애자였던 조는 타일러의 아이임을 부정합니다. 조에게 생활비를 주기 위해 보디가드로 일하게 된 타일러는 거물급 인사의 경호를 하던 중 킬러를 발견하고 추격하게되지만 놓치고 맙니다. 그 와중에 잭(오백)의 도움을 받게 되죠. 과거 남미의 1급 킬러였던 잭은 과거를 청산하고 아내, 뱃속의 아이와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잭과 타일러는 이 일을 계기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잭에게 옛 동료였던 파블로가 나타납니다. 암살 임무를 띄고 입국한 파블로는 타일러에게 조직을 배신한 댓가로 테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지만 암살 대상은 바로 그의 장인. 잭은 파블로의 청을 거절하고 장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시 총을 잡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물급 인사의 경호를 맡던 타일로도 사건에 연류되게 됩니다.
"순류역류"는 특히 액션장면이 멋집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낡은 아파트에서 벌이는 액션은 서극이 정말 대단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각적이면서 역동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의 액션씬이 보여지는데...전문킬러였던 잭은 아파트를 하나의 전쟁터로 삼아 적들과 전투를 벌입니다. 그 장면이 마치 게릴라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있습니다. 스턴트와 특수효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장면입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소 무겁고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나 내용이 좀 산만한 감이 없지 않지만 서극특유의 현란한 영상과 테크니컬한 촬영이 이전 작품들 보다 더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헐리우드에서 실패한 후 홍콩에서 만든 작품이라 서극에겐 남다른 감회가 있었을 텐데요 아마도 자신이 만든 헐리우드 작품들에서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한을 풀려는 듯한 느낌도 있네요.
"순류역류"는 스타일이 살아있는 액션영화입니다. 서극의 감각이 제대로 표현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그에 비해 "동경공략"은 심각한 분위기가 아닌 시종일관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영화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며 빚어내는 얘기가 너무나 재밌고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철저하게 스타시스템에 바탕을 둔 화려한 캐스팅도 눈에 띄는군요. 양조위, 정이건, 진혜림, 장백지(특별출연이라 할만 할 정도로 좀 적은 비중이네요) 그리고 나카무라 토오루까지 이 영화에 나오고 있네요.
메이시(진혜림)는 결혼식에 불참하고 행방불명된 약혼자 다까시(나까무라 토오루)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는데 그들의 신혼 집을 설계한 실내장식가인 용(정이건)도 일해준 돈을 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메이시와 동행합니다. 동경에 있는 다까시의 아파트에 도착한 메이시는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게 되지만 용의 무술 실력으로 탈출하게 되죠. 그후 동경에서 일하는 사립탐정 린(양조위)과 그의 조수 사오리(장백지)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무언가 복잡한 일에 휘말려 들게 됩니다. 부패한 CIA, 야쿠자 등이 연루된 다까시의 행방불명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메이시는 린의 계획에 동참하게 되고 용 또한 어쩔 수 없이 합류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꼬이고 야쿠자와 CIA의 집요한 추격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린과 용이 자신의 실제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안 메이시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홀로 홍콩으로 돌아가려다가 야쿠자들에게 잡히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는 바로 양조위가 맡은 린입니다. 사설탐정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의문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첫 장면부터 야쿠자 조직원들과의 싸움장면이 나오는데 양조위는 상당히 기발한 소도구들을 이용해 그들을 물리칩니다. 마치 홍콩의 맥가이버 같은 모습이죠. 그에 비해 정이건이 맡은 용은 잔꾀로 적을 물리치기 보다는 탁월한 무술실력으로 적들을 물리칩니다. 정말 대조적인 두 남자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 비해 여주인공들은 좀 비중이 약한 편입니다. 진혜림은 약혼자의 행방을 쫓아 일본으로 왔지만 린과 용의 도움을 맡기만 하죠. 어떻게 보면 007 초기 작품에 나오는 본드 걸의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좀 나쁘게 말한다면 얼굴마담격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사건의 열쇠를 진 여주인공의 역이긴 하지만 좀 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동경공략"의 포인트는 바로 빠르게 전개되는 액션과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있습니다. 라틴음악같은데 음악이 액션장면과 제대로 맞아떨어져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정이건의 액션보다는 양조위의 액션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주변의 소도구를 이용한 액션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도 80년대 유행했던 성룡의 액션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헛점이 좀 많이 노출되는 편이긴 합니다. 양조위가 맡은 린의 역할을 초반에 너무 신비스럽게 만들려는 나머지 중반부터 잦은 반전을 너무 집어넣었구요 내영이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입니다. 너무 보여주는데 치중하다보니 그런 단점을 갖게된 거라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는 영화를 원하신다면..."동경공략"이 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