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마음을 다스리는 근본
바른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앞에서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고, 무엇을 하려는지 조차도 모호한 형체도 없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누구나 늘 고심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음 다스림을 자신과의 싸움이라 하여 극기(克己)라 부르기도 한다. 참음(忍)과 선악의 분별 그리고 성급한 행동의 자제를 모두 포함한다.
달마대사는 “마음이란 모든 것(萬法 : 만법)의 근본이므로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달으면 만 가지 행을 다 갖추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기 큰 나무가 있다고 하자. 그 나무의 가지나 잎이나 열매는 모두 뿌리가 근본이다. 나무를 가꾸는 사람은 뿌리를 북돋을 것이고, 나무를 베고자 하는 사람도 그 뿌리를 베야 할 것이다. 수행자도 그와 같아서 마음을 알고 도를 닦으면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 쉽게 이룰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음 밖에 따로 구할 도가 있다면 옳지 않은 말이다.” 그리고 “마음 마음 마음이여,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에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으니.”하였다.
보적경에서는 마음을 “마음은 환상과 같아 허망한 분별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마음은 바람과 같아 붙잡을 수 없으며 모양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 멈추지 않고 거품은 이내 사라진다. 마음은 불꽃과 같아 인(因 : 직접원인)과 연(緣 : 간접원인)에 닿으면 타오른다. 마음은 번개와 같아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순간에 소멸한다. 마음은 허공과 같아 뜻 밖에 연기로 더럽혀진다.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 잠시도 그대로 있지 못하고 시시각각 움직인다.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같아 온갖 모양을 나타낸다. 또한 마음은 존경에 의해, 혹은 분노에 의해 흔들리면서 교만해지기도 하고 비겁해 지기도 한다. 마음은 도둑처럼 모든 선행(善行)을 훔쳐간다. 마음은 불에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마음은 싸움터의 북처럼 소리를 좋아한다. 마음은 시체를 탐하는 멧돼지처럼 썩은 냄새를 좋아한다. 마음은 음식을 보고 침을 흘리는 개처럼 맛을 좋아한다. 마음은 기름접시에 달라붙은 파리처럼 감촉을 좋아한다. 이와 같이 남김없이 관찰해도 마음의 정체를 알 수 없다.”하였다.
제자인 안연이 공자께 인(仁)에 대하여 여쭙자 공자는 “자기의 사욕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면 인(仁)하다. 하루라도 자신의 사욕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仁)으로 돌아온다. 인을 행하는 것은 자신이 행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는 것이겠는가?(安淵 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 由己 而由人乎哉 : 안연 문인 자왈 극기복례위인 일일극기복례 천하귀인언 위인 유기 이유인호재)”라고 답하였다.
송나라 때 정자(程子, 程伊川)는 자신의 사욕을 이겨내고 예(禮)의 이치에 따라 행하라는 공자의 교훈을 풀이하여 사물잠(四勿箴 : 視箴, 聽箴, 言箴, 動箴)을 지었다. 사물잠의 요체는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함에 있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내용이다.
명심보감 성심편 상에 “自信者 人亦信之 吳越皆兄弟 自疑者 人亦疑之 身外皆敵國(자신자 인역신지 오월개형제 자의자 인역의지 신외개적국) -스스로 믿는 자는 남도 또한 그를 믿으니 오월 같은 적국 사이라도 모두 형제 같이 될 수 있고, 스스로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그를 의심하니 자기 이외에는 모두 원수의 나라처럼 된다.”하였다. 정기편에는 “定心應物 雖不讀書 可以爲有德君子(정심응물 수불독서 가이위유덕군자) -마음을 안정하여 사물에 응대하면 비록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덕이 있는 군자가 될 수 있다.”하였다.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남 또한 믿음을 주지 않는다. 마음을 지켜 간직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믿음이 출발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자신을 한번 돌이켜 보는 기회를 갖도록 촉구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어리석음에 빠져 들지 않게 한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한 주관과 뜻을 세워 그 테두리 안에서 벗어남을 극히 경계한다.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탐심과 시기심도 버려야 한다. 버리고 버려 비워야 한다. 모든 죄악의 씨앗은 자신의 부질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잘못된 행동과 말에서 비롯된다. 예에 벗어나는 모든 일들이 자신을 망치고 남까지 망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행하지도 말라고 하였다.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남과의 약속은 어찌 잘 지킬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가식과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행하거나 말을 한 것이기에 진실이 결여되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모든 것을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니 늘 자신에게 진실되고 참되도록 닦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바로 예로 돌아가 자신을 제어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더 많은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지혜로운 한 사람으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지혜로워질 수 있습니다. 비웠다고 허망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에 마음은 부자라 하지요. 버릴 것은 버리고 담을 것은 담는 지혜롭고 예에 어긋나지 않는 마음 다스리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