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꽃 / 박예분
할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사람은 낯꽃이 좋아야한다고
누구나 기분이 좋으면 저절로 낯꽃이 핀대요
할머니는 낯꽃이 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대요
요즘 할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병실에 힘없이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면
아빠 엄마 나까지 기운이 쑥 빠져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낯꽃을 피워요
할머니 앞에서
나, 꽃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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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달리는 기차 / 박예분
아빠랑 열차를 타고 가요
열차가 달리는 방향을 등지고
나란히 앉아 가요
내가 가는 길을 미리 볼 수 없어 답답해요
지금까지 한 번도
거꾸로 걸어본 적 없고
거꾸로 달려본 적 없어요
거꾸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아빠와 나란히 달려온 길을 바라보는 것
처음이에요
점점 멀어지는 나의 어린 시절은
일곱 살 내가 아빠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들길을 가르며 달려요
거꾸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오늘도 나는 아빠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요
나는 더 더 더 자라고
오늘을 앨범처럼 뒤적일 거예요.
출처 : 격월간 『아동문예』 2023년 11.12월 (아침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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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낯꽃.
언제 어느때나 피울 수 있는 꽃이네요.
낯꽃이 활짝 활짝 피는 세상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