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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태자의 한
천년의 세월을 내이어오던 신라의 국세가 날로 쇠약 해지자 서 남방 에서는 후백제의 견훤이 처들어 오고 북방 에서는 고려의 왕건이 대군 으로서 영토를 잠식해 들어와 마침내 신라 왕실은 56대 경순왕에 이르러 싸움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히고 고려 왕실로 넘어가고 말았다 경순왕 9년 10월에 군신 회의를 열어 고려로의 귀속을 선언했다 이때 신라의 국토가 거의 고려의 손으로 들어간 뒤였고 대신들은 찬성과 반대가 서로 엇갈리는 상태였다 이때 태자가 나서며 극구 반대 하였다 " 국가의 흥망은 天命 인데 어찌 충신, 의사들과 힘을 합하여 최후 까지 싸우지 않고 천년의 종묘사직을 남에게 그저 내 주려 하십니까 ? " 그러나 경순왕은 이제 당할 힘도 없으니 공연히 무고한 백성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며 항복하는 글을 썼다 그러자 태자는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 울며 하직하고 개골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망국의 태자는 여기서 배옷을 입고 나물을 캐 먹으며 살다가 죽었다 그는 배옷을 입은 태자라 하여 마의태자라 불리었다 그러나 신라 때에는 우리나라에 아직 목화가 들어오지 않은 때 였음으로 누구나 삼배옷을 입었다 다만 왕족 이나 귀족들 만이 당 나라에서 들여온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던 것이다
정도전을 흠모한 이태조의 왕후 강씨
이태조의 왕비 강씨는 타고난 아름 다움에 요염함, 그리고 발랄함을 갖춘 여인 이었다 그녀는 늙어 시들어 가는 남편 태조 에게 적잖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왕후는 태조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앞날을 생각하여 어떤 믿음직한 신하에게 의지 하려는 감회가 생겼다 그 대상이 바로 풍채 좋고 호탕한 개국 일등공신 정도전 이었다 ' 그 잘생긴 정도전이 나를 받들어 주고 어린 두 왕자를 보호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 ' 이러한 생각이 왕후 강씨의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일고 잇었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매일밤 침전에서 태조의 애무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사싷 나이 차이란 어쩔수 없는 것인지 아직 한창인 강씨의 젊음에 비해 젊은 사람의 몇 배의 정력을 가졌던 태조 이성계가 환갑이 지나자 젊은 왕후의 애정의 대상이 될수 없게 되었다 ' 상감의 10여년전 정력이 지금의 정도전과 같았으려나 ' 강씨는 풍만하게 물결치는 자기의 육체를 어루 만지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잠이 들었다 그때 침전 문 밖에서 나인이 조용히 아뢰는 소리가 들려왔다 " 정 대감 께서 입재하신줄로 아뢰옵니다 " " 뭣이, 정도전 대감 말이냐 ? " " 내이, 그러하옵니다 " 강씨는 가슴이 설래였다 " 들어 오시라 여쭈어라 " 강씨는 재빨리 옷을 주워 입고 앉아 정도전을 침전으로 맞아 들였다 문을 열어 멈칫 거리던 정도전이 어서 들어 오라며 맞아 주는 강씨의 말에 얼버무리듯 말했다 " 상감 마마의 환후를 묻자 옵고자 들어 왔사온데 마마 께서는 얼마나 근심이 되시 옵니까 이렇게 밤중에 들러 황송 하옵 나이다 " 사실 정조전은 방금 태조의 병실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은근히 자기를 아껴주는 왕후임을 그도 알고 있었고 또 잠깐 만나보고 싶던 참이라 외람 되게도 젊은 왕비가 혼자서 자고 있는 침전을 방문하게 된것이다
" 경은 마침 잘 오셨소, 어서 편히 앉으십시요 " 그래도 멈칫 하고 서있는 정도전을 굳이 앉으라고 권했다 " 어서, 이리 앉으시오 " 순간 정도전은 아름다운 왕후의 두 눈에 요염한 기색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야릇한 충동을 느꼈으나 그래도 왕후의 진의를 알수가 없고 어려운 마음이 앞서서 물러 서려고 했다 그러자 왕후가 잠시라도 이야기를 하다 가라고 간곡히 말했다 이에 정도전은 왕후의 심중을 헤아릴수 있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하고 왕후가 권하는 대로 그녀 앞으로 가까히 앉았다 이때 왕후가 숨결이 가빠지는 듯한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 오 !오, 경은 나와 왕자의 뒤를 - - - " 하며 그의 손을 붙잡고 덧붙엿다 " 경은 아직도 힘이 장사 시구려 " 왕후가 정염에 찬 눈초리로 말하자 정도전은 거듭 황송 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 경의 힘이 이처럼 놀라우니 경의 머리도 그와같이 명석 하시지 난 경만 믿겠어요 왕 세자의 앞날을 - - - " " 사력을 다해 보답 하리이다 " 이런 댜화를 하다가 문득 잠이 깨었다 왕후는 꿈을 꾸었으면서도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 내 이 무슨 요망한 몽조일꼬 " 왕후는 스스로를 질책 했다 그러나 애정생활에 대한 공허감과 장차 태조가 승하한뒤의 일을 생각하면 정도전에게 은근히 의지 하려는 마음이 간절 해짐을 어찌 할수가 없었다 이 환상이 장차 있을 태자 책립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과거에 합격 하려면 먹물을 많이 먹어야
옛날 어느 시골 선비가 몇번이나 과거를 봤으나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선바가 친구들 끼리하는 말을 들었다 " 과거에 합격 하려면 머물을 한 말은 먹어야 해, 먹물을 먹어야 몸에 지식을 지니게 되니까 말이야 " 친구들 끼리 하는 말을 들은 이 선비가 먹물 먹는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다 ' 자, 오는 밤샘 해서 먹을 갈아야 하겠다 한말을 마시려면 꼬박 날을 세도 어렵겠는걸 ' 산비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밤새도록 먹을 갈아 마셨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등 에게 말했다 " 요즘 글 좀 한다는 이들이 먹물이나 제대로 먹어본 자들인가 ! 먹물 맛도 모르는 자들이 말야 " 그러자 친구들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 둥절해 했다 " 사실 책 깨나 읽었다는 자들이 뱃속에 먹물 한점 들어 있지 않는 자들이 부지 기수야 그러고도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기가 찰 일이지 " 친구들은 이사람의 실력을 아는 터라 그에게 도 물었다 " 그럼 이 부채 에다 시나 한수 읊어 보게나 " 그러자 이친구가 으스대며 말했다 " 그래, 내가 먹은 먹물의 양이 적지 않은데 부채 에다 다 받을수 있을까 ? " 하고는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고 웩 하고, 토하니 검은 먹물이 쫙 쏫아져 나왔다 이를 지켜 보던 친구들이 말했다 " 허허 그러다가 창자까지 꺼내겠네, 됬네 됬어 아, 이사람이 지금 피가 섞여 나오고 있네 그만 하게나 " 그러자 선비가 허우적 거리며 집으로 돌어 가면서 말했다 " 거봐, 그 부채로는 어림도 없다 니까 ! "
억울 하게 죽은 최영
고려 말에 윤소종은 최영을 일컬어 ' 공은 일국을 덮을만 하고 죄는 천하애 가득 하다 ' 고 독설을 했다 최영이 열 다섯살 되던 해에 그의 아버지가 최영에게 ' 황금 보기를 돌 같이 여기라 ' 는 유언을 남가고 세상을 떠났다 최영은 이말을 명심하여 일생을 청렴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는 고려를 위한 유일한 충신 이었기 때문에 이성계 에게 잡혀 죽고 말았다 남의 것을 조금도 거저 먹은 일이 없고 또 남의 원한을 산 일도 없었는데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된것이다 그 원한이 사무친 때문인지 고양군 대자리에 있는 그의 묘소는 지금도 풀이 안나고 적분(赤墳) 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화랑 관창의 죽음
백제의 운명을 짊어진 장수 계백은 오천 결사대를 이끌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로 전쟁에 임했다 이미 형세가 기우러 지자 아끼고 사랑하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단검으로 저승길로 보냈다 그리고 죽은 처자들의 시신을 노복과 이웃 사람들 에게 부탁하고 전장으로 떠나는 계백의 마음은 결연하고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신라군은 오만 이나 되는데 오천 결사대를 거느리고 황산벌로 향하는 계백은 참으로 답답 하기만 했다 계백은 군사들을 세 부대로 나누어 대전 하기로 하고 마상 에서 병사 들에게 말햇다 " 옛날 중국의 월왕 구천은 오천 군사로 오왕 부차의 칠만 대군을 격파한 전례가 있다 죽기를 두려워 하지 않고 싸운다면 반듯이 이길 것이니 용맹을 다해 싸우기 바란다 나 자신도 살아 돌아 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며 처자를 먼저 저승에 보내고 온 몸이니 나와 더불어 죽을 결심으로 싸워 승리를 거둬 국은에 보답 하도록 하라 " 이때 신라의 김유신도 오만 대군을 셋으로 나누어 접전 했으나 신라군이 네번이나 패전하여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 져 전의 마저 상실 하고 말았다 이무렵 신라 장수 흠춘이 아들 반굴 에게 말했다 " 신하 노릇을 하자면 충 보다 더한 것이 없고 자식 노릇을 하자면 효 만한 것이 없다 나라가 위태로운 것을 보고 목슴을 다 바치면 충, 효 둘다 행할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 반굴은 아버지의 뜻을 알아 차리고 앞장서 전쟁터로 나가 싸우다가 전사 하였다 이를 본 품일의 아들 관창이 반굴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며 적진에 뛰어 들어 용감하게 싸우다가 계백 에게 사로 잡히고 말았다 계백 장군 앞으로 끌려가 투구를 벗겨 보니 뜻밖에도 열 여섯살 밖에 안되는 어린 소년 이었다 계백은 비록 적장 이었지만 너무 어린 소년 이어서 차마 죽이지 못하고 관창을 신라 진영 으로 되돌려 보냈다 신라 진영으로 돌아온 관창은 아버지 에게 아뢰었다 " 소자가 적진으로 들어가 적장의 목을 베지도 못하고 적기도 빼앗아 오지 못한 것은 죽음을 두려워 해서가 아닙니다 " 그리고 우물가에 가서 냉수를 마신뒤 또 다시 적진으로 쏜살같이달려 나갔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싸워 보았지만 원체 어린 몸이라 또 다시 포로가 되었다 계백은 다시 잡힌 관창을 하는수 없이 목을 베어 그의 말 안장에 매달아 신라 진영으로 돌려 보냈다 선봉장 품일은 선혈이 낭자한 아들 관창의 모습을 보자 끌어 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내 아들의 면목이 살아 있을 때와 하나도 틀리지가 않구나 장하다 나라를 위해 죽었으니 무엇이 한이 되겠느냐 " 이 광경을 목격한 신라군은 복수심에 불타 계백의 진영으로 출진 하였다 이렇게 죽기를 다해 싸운 신라군은 계백의 오천 결사대를 무찌르고 결국은 승리 하였다 그토록 용감하던 계백도 마침내 신라군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다 백마강을 끼고 있는 백제의 수도 부여는 옛 백제의 영화를 말해 주고 있다 역사가 들은 백제의 패망은 신라군에 의해서가 아니라 백마강을 타고 안개 속으로 처들어온 당나라 수군에 의해서 점령 당했다고 말한다 그 비보를 듣고 계백은 전의를 잃고 패하였다 한다 때문에 왕실의 사람들과 귀물이 당나라로 실려 갔으며 다시 돌아 오기를 기다리며 옛 영화를 꿈꾸는 행사가 문화재로 복원되어 백망제가 시행되고 있다
만암 스님의 깨달음
만암 스님이 젊었을때 꿈속에서 겪은 일이었다 그는 고창 출신 으로서 열 여섯살에 구암사 전문 강원에 입학하여 운문암 강원에 들어가 수학을 한 , 참으로 부지런 하고 열정적인 스님 이었다 그 스님이 백양사 에서 한일 합방의 정변을 통한 스럽게 여기고 괴로워 할때 꿈속에서 갑자기 죽어서 강제로 지옥에 떨어졌다 그런데 자기가 왜 지옥에 떨어 졌는지 그 사실을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기를 끌고온 사신에게 따지듯 외첬다 " 나는 일생동안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내가 지옥에 있어야 하는가 ? " 그러자 사신이 만암 스님에게 대답했다 " 그래, 당신은 일생동안 이렇다할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 그것은 참으로 잘한 일일수도 잇다 그러나 당신은 어떤 좋은 일을 한적도 없다 그러니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고 절에서도 밥만 축내는 밥중에 불과 했다 " 그리고는 책을 펴 들고 이것 저것 하는 말이 '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반복하여 되풀이 된 삶을 산 사람이군, 그러니까 자잘못을 따져 보지도 않고 그저 하루를 체우는 그런 껍질을 쓰고 살앗구만 ' 하면서 ' 남을 도와 주지도 않고 도움을 받지도 않은 못된 사람 이구려 ' 하고 눈을 뜨고 물었다 " 당신은 병들고, 나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대승을 펼칠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신은 기계처럼 같은 행위만 되풀이 했을뿐 가슴 속에 정변의 구름을 드리우고 움직일줄도 모르고 있엇다 그러고도 밥중을 면할수 있단 말인가 ? " 만암 스님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그 꿈을 곰곰히 생각 헸다 " 그렇다, 나는 밥 중 이다, 그래, 암 그렇고 말고 "
소년 성일흠
어느 집에 성일흠 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길 가던 노인이 일흠에게 성을 물었다 " 얘, 너 성이 무엇 이냐 ? " 소년이 노인 에게 건들 거리며 대답 했다 " 性이 成 이 옵니다 " 그러자 노인이 또 물었다 " 이름(흠)은 무엇이냐 ? " 지방 사투리로 이름을 일흠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노인이 발음이 정확치 못하게 물었다 그러자 소년이 너스레를 떨며 대답 했다 " 일흠은 일흠( 一欽} 이옵니다 " 노인이 또 물었다 " 무슨 생 이냐 ? " 당시 에는 나이가 몇살 이냐를 묻는 대신에 무슨 생 이냐고 묻는것이 대부분 이었다 " 무신생(武申生) 이옵니다 " 이렇게 말끝마다 괴상 스럽게 말을 흉내 내는 것처럼 대답하느것이었다 그러자 노인이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 애끼 호로 자식, 어른 보고 그게 무슨 농담이야 ! "
감사 부인을 먹은 중
홍서방은 발 소리를 죽여가며 내실을 지나 후원 별당으로 갔다 우선 방안 동정을 살피니 별당을 지키는 촛불 만이 깜빡 거릴뿐 방안엔 숨 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 내가 잘 못본건 아니겠지 ? " 홍서방은 중얼 거리며 어제 저녁 일을 생각햇다 분명히 후원 담장을 넘어 저쪽 으로 달아나는 검은 장삼의 중놈을 보았기 때문 이었다 홍서방은 가만히 별당 마루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일각 이각 시간이 흐르며 밤이 깊어져 갔다 그러나 중놈은 어이된 일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홍서방은 헛 다리를 짚었다 싶어서 입맛을 쩍쩍 다시며 객실로 나서랴고 했다 그때 쿵 하고 담징을 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홍서방은 신경이 날카로워 지면서 등골이 오싹 해지는걸 느꼈다 ' 옳지, 드디어 나타 났구나 '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댓돌 앞에 나타난 중의 몸집은 건장해 보였다 이윽고 중이 나이든 목소리로 댓돌 앞에 버티고 서서 불렀다 " 여보 " ' 요놈 봐라, 어디다 대고 여보 라고 하는 거야 ! ' 라고 생각 하는데 방안 에서 여인의 목 소리가 들리고 연이어 문이 열렸다 " 찬 서리를 맞으며 오신 낭군을 모시지 않고 그대로 누워 방문만 열어 ? " 놈은 흉칙한 말을 섞어가며 여인에게 말했다 " 뭐, 늦게온 사람이 오히려 큰 소리야 " " 안아 들이기 싫으면 되돌아 갈까 ? " 하며 중놈이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러자 여인이 얼른 불러 세우며 맨발로 뛰어 내려와 한 아름이 넘는 중을 끌어 안았다 그리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자 간사스런 여인의 웃음 소리와 중의 굵고 음흉한 웃음 소리가 어우러 지더니 이윽고 조용해 졌다 홍서방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고 팔 다리가 떨리며 주먹을 힘껏 쥐어져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섣불리 덤빌수도 없고 해서 그냥 망서리고 있는데 " 참, 어제 약속 한 일은 어찌 됐어요 ? " 주인 마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모래 저녁에는 틀림 없대, 그래서 무악재로 약속 했지 " " 그럼 내일 은 가겠구려 ? " " 내일은 볼 일이 있어 못가고 모래 저녁으로 간다나봐 " 홍서방은 그들의 대화를 엿듣다가 영겁결에 몸을 떨었다 빅성기로 말하면 무서운 자객 이었다 중의 말 처럼 의주서 동래를 하루밤 사이에 왕래 하고도 남을 힘을 가진자다 그런 그가 평양에 가서 목을 베어 온다니 그건 틀림 없이 이 감사의 목 임에 틀림 없었다 홍 서방은 분노하는 마음 보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음부 음녀가 이러한 흉계를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이 감사가 모래 저녁이면 귀신도 모르게 목이 베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홍서방은 몸서리가 처졋다 " 아이, 어쩌면 좋단 말인가 ! " 방 안에서는 여전히 음부 음녀가 희롱을 하고 있었다 홍서방은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 들어가 당장 년놈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을 죽이는 것보다 주인인, 이 감사의 신변 보호가 더 시급 했다 홍서방은 계책을 생각 하다가 다음날 아침을 먹은후 고향에 볼 일이 있어 간다는 구실로 주인댁을 나섰다 홍서방은 황해도 신천 사람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귀공자로 자랐으나 가운이 기울어 부모님이 작고하고 가산이 탕진 되면서 의지 할곳 조차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할수 없이 한양으로 올라와 이감사 댁에서 살면서 어린 성장기를 보냈다 그리고 장가 까지 보내준 이감사 에게는 생명을 받처서라도 섬겨야 할 은인 이었다 이러한 이 감사가 펑양 감사로 부임 하면서 집안의 대소사를 홍서방 에게 일임 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홍서방은 책임감을 잊지 않고 생활 하였다 홍서방이 봉산 땅에 도착 했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성문이 닫히고 행인의 발길은 끊켰다 그 다음날 홍서방은 말을 채찍질 하여 평양 감영에 도착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즉시 사령에게 한양에서 홍서방이 왔다고 연통하자 곧 들어 오라는 전갈이 왔다 " 자네, 왔는가 ? " 동헌이 쩌렁 울리는 낯익은 목소리가 홍서방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 문안차 왔습니다 , 대감 기체 안녕 하십니까 ? " " 그래, 나야 잘 있지 자네도 잘 있었나 ? 집에도 별일 없겟지 ? " 홍서방은 이 감사의 뒤를 따라 어느 조그만 방으로 인도 되었다 그리고 시장한 참이라 차려준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 이욱고 밤이 깊어 감사와 홍서방이 조용히 마주 앉게 되었다 " 대감님, 저, 다름이 아니라 청이 있습니다 " " 무슨 청 인가 ? " " 매우 쉽고 간단한 청 이오니 대감 께서 들어 주실는지요 ? " " 내 힘으로 될 일 이라면 당연히 들어 줘야지 " 이렇게 말한 대감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저녁을 이곳에서 자게 되니까 문득 한가지 소원이 생각 납니다 허나 대감님 께서 들어 주실지 걱정 이옵니다 " " 글쌔. 이 시림아 말을 해야 알게 아닌가 ? "
" 황공 하오나 오늘 저녁만 제가 이곳에서 혼자만 잤으면 합니다 " " 그건, 왜 ? " " 그것이 제 청 입니다 비장 이나 하인들을 물리치고 사또님이 주무시는 침실에서 혼자 자 보는게 소원 입니다 " " 허, 참 그거 - - - " 이감사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말은 하지 않아도 동헌에서 자보겟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구나 싶었다 " 허락 할수 없는지요 ? 그러면 소인은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 홍서방은 몸을 떨치며 일어섰다 " 아,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리 급한가 " 이 감사는 어이없는 일이 었지만 딴 사람도 아닌 홍서방의 소청 인지라 그대로 저버릴수가 없어 허락 하고 말았다 동헌 감사의 방애 혼자 드러누운 홍서방은 초조와 긴장에 애태우며 자객 박성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되면 이감사의 생명과 아울러 이감사의 댁을 살리는 일이 되겠지만 만약 잘 못되면 누구 보다도 자기 목이 떨어져 나갈 판이라 가슴에서 방망이 질이 시작 되고 있었다 밤이 점점 깊어져 갔다 그때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 오더니 방문 앞에서 뚝 멈추었다 홍서방은 자객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숨 소리를 크게 하여 코를 고는 시늉 까지 냈다 드디어 방문이 스르르 열리고 어스름 달 빛에 반사되며 시퍼런 칼날이 먼저 방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 순간 이었다 " 오, 박성기 왔는가 ? " 홍서방이 말했다 스스로 생각 해도 놀랄 정도로 태연하고 자연스런 목소리 였다 그 소리에 박성기는 그 자리에 못 박히고 말았다 " 나 하나를 위해 육백리 길이나 걸어 왔구나 , 더욱이 국선도사의 애쓰는 것을 것을 생각하면 죄송 스럽기 까지 하구나 허, 허, 허 " 한동안 침묵이 흐른뒤 홍서방이 말을 꺼냈다 " 그래, 내 마누라도 편안하고 ? 좌우간 나 하나만 죽이면 너는 돈이 생기고 국선과 내 마누라는 맘 놓고 잘 살게 아니냐 ? 그러기에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 홍서방의 우렁찬 목소리가 동헌에 쩌렁 쩌렁 울려 퍼졌다 " 왜 , 내 목을 못 베느냐 , 액끼 이 어리석은 놈아 ! " 천하의 자객 박성기 라면 모두들 다 떠는데 이감사(홍서방)의 서슬 퍼런 호령엔 그도 혼이 빠지고 말았다 자객 박성기는 어디 에다 호위병 이라도 숨겨 놓았나 싶어 방안을 둘러 보았다 그때 홍서방, 아니 거짓 감사가 몸을 일으켜 성큼 성큼 자객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순간 자객이 칼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감사를 노려 보았다 그러나 너무도 의연하게 빛나는 감사의 예리한 안광에 눌려 칼을 떨어 트리고 그 자리에 엎드리고 말았다 " 허 허 허 너도 겁쟁이 로구나 " 그러자 자객은 " 죽여 주십시오 " " 이 못난 놈아 네가 나를 죽이려 해 놓고서 되려 날더러 너를 죽여 달라는 말이냐 , 좌우간 저 아랫목으로 내려가자 " " 그저 용서해 주십시요 " " 이놈 ! 이리와 앉으라면 앉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느냐 ? " 자객을 아랫목 까지 데리고 온 감사는 자객의 귀에 대고 무엇인가 분부를 내렸다 그러자 자객은 " 녜, 녜 알겠습니다 , 걱정 마십시요 " 드디어 홍서방이 빙그레 웃으면서 흥분한 자객을 바라 보았다 자객은 칼을 집어 들고 바람 같이 사라져 갔다 긴장이 풀리자 홍서방은 땅이 꺼지도록 숨을 내 쉬었다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홍서방이 기다리는 자객은 삼경이 되어서야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말했다 " 베어 왔습니다 " " 오, 수고 했다 " 자객이 내미는 보따리 에서 중, 국선의 머리가 나왔다 자객을 바라보니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 이리 가까이 와서 앉아라 술이라도 한잔 나누고 싶다만 지금은 시간이 없구나 또 내가 너의 목을 베고 싶으나 은인을 어찌 죽일수 있겠느냐 ? 그,래서 그냥 돌려 보내기는 하나 너에게 마지막 으로 부탁 할게 있다 너를 산수 갑산으로 귀양을 보내니 그곳에 가서는 진심으로 지금 까지 쌓아온 죄악을 씻고 나머지 여생을 뜻 있게 살도록 하여라 " 자객은 꿀어 엎드려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자객 이지만 위대하고 담대한 홍서방의 호령과 지혜로운 훈계에 감화된 것이다 홍서방은 국선의 머리를 동헌 뜰에 흔적 없이 묻고 아침을 맞았다 이때 이 감사가 빙그래 웃으며 나타나 말했다 " 하룻밤 평양 감사로 잠을 잔 기분이 어떠한가 ? " " 소인 소원 성취 했으니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 하룻밤의 감사가 그다지도 소원 이엇드냐 ? 하하하 - - -" " 소인 에게야 분에 넘치지 않갰습니까 ! " " 헌데 하루밤 새 자네의 얼굴이 왜 그리 상했나 ? " " 어젯밤 일이 너무 기쁘고 뜻있는 일이 된것 같아 그러 겠지요 " 밤의 일을 알 도리가 없는 이 감사는 홍서방의 말을 믿을수 밖에 없었다 " 소인은 이제 가 봐야 하겟습니다 한양의 집을 떠나와 보니 또 한양이 궁금 해집니다 " 그렇게 하여 한양의 이감사 댁으로 돌아온 홍서방은 그간의 일을 일절 내색하지 않고 태연자약 하게 주인 마님 에게 고향을 잘 다녀 왔다며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건냈다 이리하여 이 감사 부인의 추행을 아는 사람은 홍서방과 자객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객은 무인 산천으로 귀양을 갔으니 이 감사 부인의 비밀은 영원한 비밀이 될것것이다
세 부인과 이별한 문종
동궁인 문종은 휘빈 김씨를 빈 으로 데려 왔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쫓아 내고 두번째로 봉려의 딸 봉빈을 정실 빈으로 삼아 순빈 이라 하여 같이 지냈는데 그녀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궁중에 있기가 적적 하였는지 궁녀 들과 동성 연애를 하면서 남자와 같은 행동을 하다가 말성이 나자 쫓겨 나고 말았다 그래서 세번째 로 권씨를 승격 시켜 빈 으로 맞이 했으나 권씨도 스물 네살때 단종을 낳고 이틀 만에 승하 하고 말았다 처복이 없었는지 아니면 문종 임금이 성격이 까다로웠는지 세 부인과 이별을 하였다
봉려의 딸 봉빈은 문종이 동궁 내에 있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