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서울대 재학 당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경찰 고문으로 숨진 고(故) 박종철씨를 기리는 기념조형물과 ‘박종철 쉼터’ 제막식이 18일 오전 박씨의 모교인 부산 중구 보수동 혜광고등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혜광고 총동창회(회장 조영협) 주관으로 열린 이날 제막식에는 박씨의 아버지 박정기(75)씨와 동문, 재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가로·세로·높이 각각 60㎝×60㎝×190㎝에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펜 모양의 기념조형물에는 ‘당신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나는 아직도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라는 시인 이산하씨의 비문이 새겨졌다.
아버지 박정기씨는 “동문, 친구들이 종철이의 죽음을 기억해 줘 고맙다”며 “기념비가 세워진 만큼 아들의 모교에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 조형물 왼쪽에는 재학생들을 위해 ‘박종철 쉼터’라고 명명된 야외 휴게소가 마련됐다.
동창회측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군사독재 정권을 퇴장시키는 역사적 시발점이 된 일이었는데 17년이 지나도 박종철씨를 추모하는 기념물 하나 제대로 없는 게 안타까워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박씨의 동기인 혜광고 28회 졸업생들이 지난해 졸업 20주년 행사를 가지면서 제안해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마련했다고 동창회측은 밝혔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민관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미군의 안내를 받아 고엽제 매몰 장소로 추정되는 헬기장 인근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사염화에틸렌)이 수질 기준을 약 49배 초과해서 검출됐다. 특히 이 지하수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수백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지 바깥의 지하수 관정에서도 PCE가 검출돼 주민들이 그동안 오염된 지하수를 마셨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 성분은 지하수와 토양·하천퇴적토 등 모두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캠프 캐럴 기지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해온 한·미 공동 조사단은 5일 “기지 내부의 지하수 관정 22개소와 기지 바깥의 토양(22개 지점)과 하천퇴적토(5개 지점)의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고엽제에 불순물로 포함돼 있는 다이옥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대상 지하수 관정 22곳 가운데 14곳(64%)에서 발암 및 신경·생식계 독성 등을 일으키는 PCE가 기준치의 최고 49.7배 검출됐고, PCE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도 22곳 중 12곳(55%)에서 수질 기준의 최고 24.8배 농도로 검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