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8 달날 날씨: 바람이 차고 춥다.
아침열기-노인복지관 가기-점심-청소-몸놀이(자치기)-글쓰기-마침회-교사회의-입학위원회
[첫 눈 오는 날 나누는 기쁨-노인복지관]
승민이 새활동조교사와 승민어머니, 겪어보기 하는 현아와 현아어머니까지 푸른샘 식구가 많은 날입니다. 날이 추워 저절로 겉옷을 잠그게 됩니다. 바깥 날이 추워도 마당에서 뛰는 아이들은 추운 줄 모릅니다. 모두 모여 아침열기를 한 뒤 과천노인복지관에 가서 김장김치와 우리가 농사지은 쌀로 한 떡을 함께 나눌 준비를 합니다. 가기 앞서 푸른샘 교실에 모여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 공연 할 리코더를 불어봅니다. 아이들에게 노인복지관에 가는 뜻과 까닭을 다시 말하는데 장난기 많은 우리 정우와 강산이가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 노인복지관에 왜 가요?"
" 방금 말하고 지난주에도 말했는데. 진짜 모르겠어?"
" 네"
" 우리가 농사 지은 쌀과 김치를 사람들과 나눠먹는 게 좋다는 건 알잖아?"
" 왜요? "
" 음...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둘만 모르니 다른 동무들이 모두 노는 동안 따로 남아서 이야기를 해야겠는걸."
" 아 장난이예요."
" 선생님도 장난인 줄 알고 있는데 자꾸 그러니까 다시 이야기해야되는 줄 알고 그러지."
장난꾸러기 두 아이 덕분에 한 번 또 웃고 노인복지관 차가 올 때까지 쉬면서 놉니다. 노인복지관에서 보낸 차 두 대와 학교차에 나눠타고 복지관을 가는데 정말 날이 춥습니다. 노인복지관에 닿으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해마다 두차례 오니 얼굴이 낮익은 분도 있고 새로 온 분들도 보입니다. 여름에는 감자 캐서 감자 음식을 들고 왔었지요. 동그랗게 둘러서서 인사를 한 뒤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햇어요. 3학년 피리, 1, 2학년 민요, 1학년 피리, 4학년 설장고, 4학년 핸드벨, 5,6학년 사물놀이, 모두 민요 부르기, 어깨 200번씩 주물러 드리기 차례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냅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아이들은 참 고맙고 대견해요. 우리 아이들이 음식을 나누고 가진 재능과 배움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할 수 있어 또 고맙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땀흘려 일해 얻은 귀한 음식을 나누는 경험을 어릴 때부터 쌓는 것은 큰 기쁨이지요. 부모와 세상 어른들이 봉사의 삶과 나누는 즐거움을 일찍부터 가르쳐야 사람이 살만한 사회가 되겠다 싶습니다. 둘레를 조금만 둘러봐도 남몰래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이들과 줄곧 놓지 않고 실천할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며 노인복지관을 나왔어요. 봉사와 나눔은 받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실천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준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그렇게 살고 있나 생각하니 참 부끄럽습니다.
낮 공부는 모두가 함께 하는 몸놀이입니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추워 줄곧 찬 바람을 맞아서는 안될 것 같아 학교 마당과 교실에서 활동을 찾습니다. 물론 추운 것과 관계없이 넓은 대운동장에서 뛰고 달리기를 바라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끝내 마당에서 편을 나눠 자치기 대회를 열었어요. 1학년과 6학년이 한 편, 2학년과 5학년이 한 편, 3학년과 4학년이 한 편입니다. 그런데 3학년이 뜨개질 할 실을 사러 동대문 시장에 가는 바람에 4학년만 따로 하게 됐습니다. 크게 앞서 가던 1, 6학년 편이 한주와 채원이 활약에 2, 5학년 편에게 뒤집기를 당했어요. 좋아하는 2학년과 5학년 환호성이 학교를 울립니다. 역시 아랫집 아저씨가 항의 전화를 합니다. 아이들끼리 점심 때 조금 시끄럽게 놀면 버럭 소리를 지르던데 선생들이 모두 나와 있으니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용히 조용히 소리를 줄곧 하며 자치기를 했어요. 둘레와 같이 살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아이들 노는 거 갖고 심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오롯이 우리 사정이지요. 그래서 늘 미안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소리질러도 되는 터전과 놀이터가 아쉬울 뿐입니다.
한참 자치기를 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날립니다.
"애들아 눈이 와."
"와 눈이다 눈."
올해 들어 첫눈이라 아이들이 신이 났어요. 순돌이도 짖고 아이들도 눈을 잡으로 뛰어 다니고 한바탕 즐겁게 놀아 좋습니다. 금세 그치더니 한참 뒤에 또 많이 내립니다. 자치기를 마치고 교실에서 입으로 공불기를 하는데 눈발이 더 많이 날려요. 다시 밖으로 뛰어나가 눈을 맞습니다. 눈이 올 때는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왜 마음이 들뜨는지 모르겠어요.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지나치게 쏟아져 차들이 막히면 달라지는 감정이지만 세상을 하얗게 바꾸어버리는 눈을 보면 마음이 착해지는 걸 보면 철마다 자연이 주는 선물답습니다. 문득 겨울에는 춥고 여름은 덥고 봄가을은 선선하고 따듯한 자연의 흐름이 차츰 깨지고 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철을 아는 것은 굶어죽지 않는 슬기라는 게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학교 지을 터전에 첫 삽을 뜨는 날이라 애가 탑니다. 이렇게 추워지면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해서지요. 식구들의 꿈이 가득한 터전이니 날씨가 잘 도와줄 거란 믿음이 있지만 한낱 인간이 하늘과 자연의 흐름을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그래도 맑은샘이 가는 길은 늘 하늘이 도왔다는 과거 경험으로 잘 되기를 바랄 뿐이지요.
첫눈을 맞고, 맛보고 모은 느낌을 모아 아이들은 글을 씁니다. 강산이가 쓴 시를 따라서 비슷하게 쓰는데 혼자 재미있습니다.
눈
유강산
눈이 왔는데
의자에 눈을 모았다.
눈이 녹아서
웃음이 났다.
첫 눈
첫눈이 왔는데
눈에 눈이 담긴다.
강아지와 아이들이 뛰고 지르는 소리에
자꾸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