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 사 평] ============================
[창작시 부문]
2013년 9월의 우수작 심사평 김예강 (시인)
제게 보내온 22편의 작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좋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깊이 생각한 사유의 시편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시는 시를 많이 읽고 써 온 사람만이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단지 참신한 비유와 적절한 시어의 선택이 이루어지지않아 소통이 어렵고 산만해진 시편들이 있어 아쉬울 뿐입니다. 문장의 세련미보다 체험에서 나오는 울림이 있는 시가 좋은 시입니다.
주변의 사람과 사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더 잘 알게 되고 말을 많이 하지않아도 소통되는 것처럼 관찰과 사유 또한 일기를 쓰듯 담담하게 적어가다 보면 좋은 시를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사물을 새롭게 보는 일도 좋은 시를 쓰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최우수작으로 <목수수업>을 선합니다. <목수수업>은 무엇보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구성이 단단한 시입니다. 대팻날을 가는 행위를 통해 화자의 삶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희망이 엿보이는 건강한 시입니다. 제목에서와 같이 대팻날을 갈며 화자의 마음도 닦고 있습니다. 물결이 숫돌을 씻고 흐르는 장면이 오십천 물에 흔들리는 숫돌은 화자의 지난 삶을 벗고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가 전해지는 인상적 이미지로 특히 돋보입니다. 깊은 사유의 힘이 어렵지 않고 쉽게 그려진 단단한 시를 최우수작으로 선합니다. 주제를 차분히 이끌어간 점 군더더기가 없는 점이 울림을 주고 쉽게 다가오는 시입니다.
다음은 우수작입니다 <항구의 밤>은 화려하고 밝은 쪽보다 낮고 어두운 쪽에 귀를 대고 있는 시입니다. 젓가락 장단과 뱃고동, 출력 낮은 통발 어선 엔진, 육자배기 같은 청각적 이미지에서 시적화자도 역시 상류로 거슬러 오르지 못한 삶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버린 귀들이 모여든다’라는 첫 행의 시작 역시 심상치 않습니다. 그러나 사유의 깊이가 드러나는 첫 행을 계속 밀고 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묘사는 주제를 흐려놓고 산만하게 합니다. 이미지들이 마음으로 그려지지 않고 생각에서 그려진다면 진정성이 떨어지고 감동이 줄게 됩니다. 그림으로 그리는 시. 깊은 사유의 시, 어떠하든 울림이 있는 시가 되는 것이 좋은 시 일 것입니다.
<유목의 건축학개론 >은 버드나무군락에 지은 새집에서 펼쳐나간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직선의 공식으로 가지를 뻗은’ 같은 문장에서 모호한 이미지보다 참신한 비유가 필요합니다. ‘푸른 하늘을 기와로 지붕 올린’ 같은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문장을 덧붙이고 덧붙인다면 흔한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식상한 음식처럼 식상한 시편이 된다면 감동이 줄어듭니다. 아깝다고 생각하는 행과 연을 과감하게 줄여가는 연습도 좋은 시를 쓰기 위한 필수 노력일 것입니다. 갑작스런 상상의 비약도 위험한 일입니다. 시에서도 시적논리가 필요합니다.
<개기월식>은 발상이 예사롭지 않은 시입니다. 서울역 노숙인의 늦은 오후 끼니를 떼우는 시간을 개기월식으로 가져가 시를 전개해 나간 점이 인상 깊습니다. 아쉬운 점은 의미가 같은 시어가 한 행에 중복하여 들어가 있는 점, 적합하지 않은 시어로 건조해지고 딱딱해져서 시의 맛을 덜어낸 점으로 그려진 시세계가 더 열리지 않고 끊어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상상력이 더 전개해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머문다면 좋은 시가 되지 못합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말과 머리에서 생각으로 나온 말은 전달력이 다릅니다. 마음의 노래라고 생각하시면 좋은 시가 될 것입니다.
<대나무 숲의 검술劍術 >은 대나무 숲을 통해 결국 자족의 고결함을 그리는 전체적으로 간결한 시입니다. 관념어가 시어가 될 때 신선함이 줄어 젊지 않은 시가 됩니다. 젊은 시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고 살아있는 시라는 것입니다. 젊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관념의 시가 아닌 체험에서 우려 나온 시가 되어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비유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엄하다 고결하다 여유롭다 화려하다.’ ‘그 시간에 속세의 근로자들은 전철에서/남쪽나라 대나무밭을 생각한다/몇몇은 각박한 여유로움으로 골목에서 막걸리를 마신다’가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면 좋은 시로 발전할 것입니다.
[약력] 1961년 경남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대학원 졸업 200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현재 《시와 사상》편집장
[청소년 부문]
2013년 8~9월의 우수작 심사평
최정신 (시인)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너무도 많은 놀 거리 홍수 속에 아이러니하게도 혼자라는 벽에 갇혀있습니다. 따라서 단절에 익숙해져 사람과 사람 간의 연계성이 결여되어 있지만, 문학이라는 공감대를 통하여 언어와 노는 시마을 청소년은 일급수 청청 지역에서 선택받은 내일의 희망입니다. 언어와 논다는 말에 우문을 보일 수도 있지만 노는 것처럼 즐기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을 겁니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작품을 가능한 보편적 독자의 눈으로 세심하게 살피고 숙독하며 시문학의 밝고 건강한 미래가 펼쳐지리란 확신이 왔습니다. 자취를 감춘 청소년 문학지의 결여된 목마름을 축여주는 한 축울 담당하는 큰 대들보로 청소년방이 자리매김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또한 미래 시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음을 통감합니다.
「달동네」는 이미 많은 시의 재료로 쓰여 진부한 선입견이 앞섰으나 예의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필치와 사유가 돋보였습니다. 시제에서 암시하는 우울을 벗고 파격적 첫행부터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이미지 형상화를 사족이나 곁가지 없이 정돈된 언어로 그린 그림이 선명하여 식상한 내용을 식상하지 않게, /어쩌다 토끼가 동아줄타고 내려오면/ /깊은 바다라고 착각해서/ /간을 움켜쥐고 올라간 적이 있다고 한다/ 우화 속 한 장면까지 곁드린 문장이 슬픔을 해학으로 유도하는 감칠 맛 도는 작품입니다. 영자 시어를 적절한 우리말로 대치할 고민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별」은 사소한 일상, 화초 한 줄기 가지 치는 과정을 어떤 인연과의 이별을 연계한 아픔이 감추어진 내면이 읽히는 작품입니다. 메스란 도구는 단호함을 상징하는 표현입니다.그게 사랑이었든 병인이었던 독자의 상상은 여러 갈래겠지만 시란 발표 후 나머지 의미는 독자의 몫이 될 테니,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으로 꾸준한 습작 후 작품이 기대됩니다.
「아름다운 로즈마린」은 슬픈 멜로디를 듣다가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통통 튀는 모습을 만나며 우울한 기분이 맑고 환해지는 상상을 하게 하는 장치를 읽습니다. 남과 다른 발상의 글꼴, 습작기에는 다양한 실험적 시적 은유도 바람직한 시도입니다. 실제가 시가 되는 과정은 딱딱한 전달이 되기 쉬운데 예쁜 구성의 작품입니다.
「시간의 강」은 좋은시에 대한 갈구가 간절한 소망으로 진솔하게 와 닿는 자신에게 질문과 답을 주는 대화체 형식으로 서술한 독특함이 담긴 작품입니다. 화자의 단호한 다짐이 시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합니다. 꾸준한 습작 후 작품이 기대됩니다.
「밤거리」시를 쓰려면 우선 사물에게 말을 걸어야겠습니다. 베란다에서 실제 개미가 보일 리는 없지만 시적 상상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귀가하는 우리 모두를 개미로 묘사한 유연한 상상에 아버지 고단함까지 연관시킨 사랑이 읽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산문이나 소설이 아닌 시에서 마침표를 쓴다는 것은 행 갈이가 종결이 아닌 의미의 갈이가 되기에, 연과 연의 긴밀한 연결에서 생략하는 마침표는 용서됩니다.
「Blue sky」는 /요즘은 드문 밤/ 이란 평이한 서술을 주목하게 합니다. 그만큼 공해에 찌든 도시의 하늘이 아닌 신선하고 선명한 하늘을 원하는 심경이 간절하게 담긴, 시를 읽으며 탁 트인 시야에 푸른 하늘을 숨 쉬고 싶은 공감대를 느꼈습니다. 군데군데 관념적 서술이 습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밤 거리, 작품에서 언급한 마춤표에 대해 참고하신다면 합니다.
「별똥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소년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으로 목마른 갈증에 청량음료 한 잔이 목을 타고 넘는 듯 신선한 충격의 작품입니다. 흔하지 않은 소재를 남과 다른 시선으로 보라 했습니다. 이어지는 화자의 시안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무한대로 펼쳐지리라 기대합니다.
이달의 최우수작으로 「달동네」를 우수작으로 「이별」「아름다운 로즈마린」「시간의 강」「밤거리」「Blue sky」「별똥별」을 선하며 곧 다가올 수능의 좋은 결실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약력] 경기도 파주 출생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시마을> 동인 시집 『구상나무에게 듣다』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