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재혼, 가슴아팠던 '엄마' 고현정의 눈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재혼했다.
상대는 익히 알려진바대로 플루티스트 한지희 씨다.
신세계 측의 삼엄한 경계 속에 비공개로 치뤄진 정용진-한지희의 결혼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으며 메인 뉴스를 장식했다.
정용진의 결혼이 이토록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그가 톱스타 고현정의 전남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화려한 재혼을 보며 문득 고현정의 '눈물'이 떠올랐다.
정용진과 고현정의 결혼은 한 마디로 '세기의 결혼'이었다. 당시 고현정은 [모래시계]로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당대 최고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대한민국 최고 재벌그룹인 '삼성 신세계'의 며느리로 들어간다고 발표했을 때,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재벌과 인기 여배우의 만남 자체로도 놀라운데 그 대상이 정용진과 고현정이란 것은 그야말로 파격과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신데렐라'가 된 고현정은 그렇게 결혼과 함께 홀연히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고현정 스스로 "너무 매몰차게 떠났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당시 그들의 결혼에 대해 무수한 소문과 루머들이 많았지만 고현정에게 정용진과의 결혼은 여배우로서 쌓아놓은 인기와 명예를 모두 포기할 정도로 일생일대의 중요한 선택이었다.
고현정과 정용진의 결혼생활은 '10년'동안 지속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년이란 시간동안 고현정은 한 집안의 맏며느리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러나 행복은 영원토록 지속되지 못했다. 고현정과 정용진이 2003년, 성격차이와 여러가지 복합적 문제로 인해 결혼 10년만에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세기의 결혼'에 이은 '세기의 이혼'이었다.
고현정은 신세계를 나오면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두 아이를 모두 남편에게 맡기고 나왔다. 당시 큰 아이는 5살, 작은 아이는 3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혼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릴 수 밖엔 없었지만 '엄마' 고현정에게 인간적 고뇌가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전적으로 수용하며 두 아이를 떠났다. 그녀 말대로라면 "그 쪽에서 키우는게 훨씬 잘 클 것 같아서"가 그 이유였다.
이혼 이 후, 고현정은 배우로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0년 간의 은퇴생활, 2년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고현정의 연예계 복귀작 [봄날]은 방송 첫 회부터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봄날]로 시작한 '제 2의 연기인생'은 [여우야 뭐하니]-[히트]로 이어져 [선덕여왕]과 [대물]로 절정에 달했다. 컴백 6년만에 방송 3사 중 두 개의 연기대상을 연이어 수상할 정도로 전례없는 인기 행진을 구가하며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컴백 후, 고현정은 연기 뿐 아니라 대중 노출도와 친밀도에서도 여타 톱 여배우와는 그 궤도를 달리했다. 라디오 방송, 토크쇼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간의 신비주의를 완전히 타파했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시원스럽게 했고 행동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즉각 실천에 옮겼다. 그 속에서 지탄도 받고,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특유의 당당함과 시원시원한 성격은 여배우 고현정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 했다.
그녀는 정용진과의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도 특유의 '쿨'함을 잃지 않았다. [무릎팍 도사]에서 그녀는 농반 진반으로 "난 결혼하고 이혼으로 뜬 케이스"라며 덤덤하게 이야기해 강호동을 당황시켰고, 정용진과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열렬히 사랑했지만, 사랑만으론 안 되는게 있더라."라며 비교적 솔직하게 대답했다. 심지어 최근 정용진의 재혼에 대해서조차 "어쨌든 함께 살았던 사람이니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언제나 쿨하고 강해보이는 그녀도 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만큼은 어쩔 수 없는 모정과 여린 감성을 드러내고 만다.
핏덩이 같은 자식들을 두고 나오면서 느꼈던 미안함과 죄스러움 때문일까. [무릎팍 도사]에서 그녀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결국 눈물을 쏟아냈고, [선덕여왕]으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할 때에는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뭇 사람들의 가슴을 짠하게 했다. 최근 '고현정의 결' 출간 기념회 때에도 포토그래퍼와의 아이들의 인연을 말하는 대목에서 울음을 삼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대물]을 시작할 당시 고현정은 "절절한 모성애를 가진 엄마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번 드라마에선 대통령이긴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로도 나오게 된다. 엄마 역할을 한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용진이 재혼한다고 했을 때, '엄마' 고현정이 흘린 눈물이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은 바로 그들 사이에 낳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정용진의 재혼소식을 들려올 때즈음 고현정이 가장 먼저 했던 말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하죠" 였다. 당대 가장 화려한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두 글자에서 그녀는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이었다.
여배우 고현정. 그리고 엄마 고현정.
고현정은 김제동과의 신문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항상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그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인생이다. 그 아이들은 나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걸 누리고 있지 않나. 다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TV 속에서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뿐이다.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해 줬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했다.
고현정은 지금 배우로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고 있다. 아이들이 성년이 되서 그녀를 만나러 올지 안올지 확신할 수 없지만 고현정에게 있어 아이들이란 연기를 하는 원동력, 연기를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아이들 역시 흔들림 없이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일터다.
이번 정용진의 재혼이 부디 정용진에게도, 고현정에게도, 두 아이들에게도 모두 '해피엔딩'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길 바란다. 더 이상 '엄마' 고현정이 미안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