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K 교육생들과 멘토가 뛰어다니고 있는, 영화 <고양이 장례식> 촬영 현장
때 이르게 찾아왔던 한파가 조금은 누그러든 어느 초겨울 날의 아침,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이용원이 인천 덕적도의 이발소로 변신했습니다. 좁은 이발소 문을 에워싸고 안에서는 영화 촬영이 한창입니다. 짧지만 현실적이고 여운이 긴 이야기로 수많은 팬을 양산했던 웹툰 <고양이 장례식>(홍작가)의 영화판, 이곳은 영화 <고양이 장례식>(연출 이종훈)의 촬영 현장입니다.
<고양이 장례식>은 헤어진 연인이 같이 키우던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만난 하루 동안의 동행을 그린 ‘로맨스 힐링 로드 무비’입니다. 영화에서는 연인의 과거 데이트 장면 같은 에피소드를 추가해, 서울의 곳곳을 배경으로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이날 촬영한 이발소 씬은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 동훈(강인 분)의 고향이자, 다시 만난 두 사람(여자주인공 재희, 박세영 분)이 고양이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찾는 서해안의 덕적도로 표현될 장면입니다. 동훈의 아버지(김병춘 분)가 이발사라고 하네요.
사진: <고양이 장례식>의 동명 원작 웹툰의 한 장면 (홍작가)
사진: 오늘의 두 주인공이자 현장의 조감독님들! 왼쪽부터 PGK 이동훈 1기 교육생, 방진혁 2기 교육생
촬영장을 종횡무진 하는 스태프들 중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의 방진혁 교육생과 지난해 교육생인 이동훈 씨가 주인공입니다. 성균관대 영상학과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각각 세컨드 조감독, 퍼스트 조감독으로, 역시 학교 선배인 이종훈 감독님의 오른팔을 자처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또한 역시 이들과 대학 동문인 윤경돈 피디님은 지난해 PGK 멘토로 창의인재사업에 참여하셨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날 촬영에는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 현재 방진혁 교육생의 멘토이신 김영덕 피디님이 단역으로 깜짝 출연하는 씬도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 장면을 모니터링 하는 <고양이 장례식>의 이종훈 감독님과 스태프들
이발소 옆집, 낡은 에어컨들로 가려진 에어컨 수리점 안에는 마치 비밀 위장 기지처럼 모니터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덕적도의 이발소와 연희동 길가의 모니터실을 오가는 방진혁, 이동훈 조감독님들과 윤 피디님. 촬영 틈틈이 친구이자, 동료이자, 또 교육생과 멘토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총 20회로 계획된 촬영 중, 벌써 중반을 넘긴 13회 차 촬영입니다. 11월 13일에 크랭크인 해 초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꾸준히 촬영해 오고 있다는데요. 안 그래도 방진혁 교육생은 11월에 내렸던 예기치 않은 첫눈 때문에 촬영장이 패닉에 빠졌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저희가 영화 촬영 시작할 때도 고사를 안 지냈다가, 눈 온다는 예보를 듣고 그 전날 눈 오지 말라고 제사까지 지냈거든요. 그런데 폭설이 내렸어요, 완전 폭설.”
폭설 현장 사진 by 방진혁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의 자부심은 큽니다. 윤경돈 피디님은 “어느 순간 멜로라는 장르가 국내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오히려 적은 예산으로 잘 만들 수 있는 장르가 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종훈 감독님은 윤경돈 피디님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 입학한 후배이긴 하지만, 15년 동안 인연을 맺어오며 이 작품을 함께 준비했답니다.
사진: <고양이 장례식>의 두 주인공 동훈(강인 분)과 재희(박세영 분)의 스틸컷
영화에서는 배창호, 허진호 감독 초기 스타일의 잔잔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멜로 분위기가 연출될 예정인데요. 유명 피아니스트 작곡가 이루마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데다, 기술적으로도 우리나라 제1호 UHD(Ultra High Definition) 콘텐츠라는 타이틀도 갖게 될 영화입니다.제작진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산 규모에 비해 높은 퀄리티의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요.
“슛 들어갈게요~~~ 액션!”이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정신없이 현장을 누비는 이동훈 조감독과 슬레이트를 쳐야 하는 방진혁 교육생은 조금 틈이 날라치면 그를 찾는 무전을 듣고 바로 이발소 안으로 달려 들어가곤 했습니다. 윤경돈 피디님은 방진혁 교육생에게 “슬레이트 치고 이렇게 늦게 빠지는 조감독은 처음 봤다”며 “석사 출신의 고학력 조감독님을 저희가 모시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지십니다. 방진혁 교육생도 크게 부정하지 않으시는데요?
사진: 배우와 조감독으로 촬영장에서 만난 김영덕 멘토님(왼쪽)과 방진혁 교육생(오른쪽)
하지만 세컨드 조감독으로서 방진혁 교육생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발소 밖에서 대기 중이던 강인 씨의 매니저는 “진혁 씨가 촬영장 상황부터 전반적인 안과 밖의 모든 상황을 꿰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제일 고생이 많다. 배우 스케줄 관리로 항상 연락을 하는데 이해해줘서 늘 고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반면 강인 씨는 “여자 배우만 챙겨줘서 서운하다”며 진혁 씨에게 ‘쌓여있던 감정’을 토로하네요. 짓궂은 말과 칭찬이 오가는 아주 훈훈한 촬영 현장이었습니다.
덕적도 이발소 씬에 깜짝 출연하신 김영덕 피디님은 아침 8시 콜 시간부터 오후 2시까지 오랫동안 촬영 순서를 기다리셨는데요. 김 피디님은 “단역은 서러워요, 하하”하며 웃어 보이셨습니다. 출연료는 없지만, 오히려 스태프들을 위해 빵까지 쏘신 통 큰 단역이십니다. 이 감독님, 윤 피디님과의 오랜 인연에 교육생인 방진혁 교육생까지 스태프로 있으니 흔쾌히 출연하신 건데요. 영화에는 이렇게 알고 보면 반갑고 빵 터지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하네요. (남자 주인공의 이름 '동훈'도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사진: 촬영장 한 켠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영상학과 동문들, 왼쪽부터 방진혁, 문경법, 이동훈 씨
현장에서 제작부장이자, 방진혁 · 이동훈 조감독님들의 대학 2년 후배인 문경법 씨는 현장 분위기에 대해 “선배들과 학교에서 같이 단편영화 작업을 해본 적이 있고, 말하기도 편하고 좋다”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다들 장편 경험이 부족해서 조금씩 삐그덕거릴 때도 있지만전체적인 현장 분위기가 좋다”고 전해주셨습니다.
<고양이 장례식>의 크랭크업은 12월 중순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정말 바빴던 이동훈 조감독은 “촬영이 잘 마무리되기만 바라고 있다”며 “앞으로 계획은 끝나고 생각해 봐야죠”라고 말했습니다. 바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영화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 스태프들, 그리고 PGK 식구들! 게다가 분명 날은 조금 풀렸는데, 몇 시간 동안 현장에 있다보니 절로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더군요. 짧은 시간 함께 있었지만 추위와 피로와 싸우는 스태프들의 고생이 조금이나마 느껴집니다.
후반 작업을 마치고 내년 봄에 개봉할 예정인 <고양이 장례식>, 화기애애했던 촬영장의 분위기처럼, 또 힘든 현장에서 고생한 만큼 멋진 영화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 사진 이윤주
첫댓글 멘토, 멘티 ~~~~~~~~ 고양이 장례식 ............멋진 영화 기대 할께요 !!!!!!!!!!!!!!!!
보란듯이 성공 하길 ~~~~~~~~진혁이 화이팅 !!!!!!!!!!!!!!!!!
고양이 장례식.....
좋은 거ㅕㄹ과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