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한화 이글스
01시즌 한화는 막판 10게임에서 7승3패의 호(好)성적을 남겼다. 팀이 잔치에 초대받은 후 버린 2게임을 고려하면, 그들의 시즌 '매조지'는 더없이 깔끔했다.(매조지=마무리)
2002 시즌의 그들은 어떤가? 시즌 전 전문가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팀이자 변수가 가장 많은 팀이다. 그들이 자랑하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올해가 그 절정일 것이며, 마운드에선 과거 한국에서 가장 잘 던졌던 2명을 맨 앞에 세우고, 현재 가장 전도유망한 청년 중 한명이 그 뒤를 받친다. 투타에서 연일 신세기를 열 두 노장의 성실함은 라커룸에 좋은 귀감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에 팀을 결속시킬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면, 그들은 분명 업그레이드 된 시즌을 보낼 수 있다. 단지 그 전제가 '하나'가 아닌 '모든 것'이라는 점이 좀 걸릴 뿐이다.
정민철.
90년대 중반 '포스트' 선동열시대의 선두주자였다. 그의 역수입으로 한화는 99우승당시 평균 15승을 찍었던 3인의 선발을 다시금 부릴 수 있게 됐다. 물론 이상목이 마무리로 가는 약간의 타입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민철은 올 시즌 분명 이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못해도, 아니 잘해도 시즌내내 좋지않은 논쟁에 휘둘릴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올해 KBO에 등록된 227명의 투수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선수임에는 이견이 없다. 올 시즌 정민철의 예상승수는? 설문에 참여한 팬들의 65%이상이 17승이상을 낙관하고 있다. 물론 써베이를 실시하는 곳이 한화의 홈인지라, 덜 객관적이지만 말이다.
시즌 전 선수의 성적을 예상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이 존재할 수 있다. 정밀철을 표본으로 삼은 이러한 시도는 이미 웹의 어딘가에서 한번쯤은 논의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가공된 통계는 정말 신비롭다. 그러나 수에 무지한 필자는 논리적이지 못하고, 지극히 단순하며, 아무 근거도 없는 위의 표 하나를 만들었다. 순전히 재미삼아 보자. 지난 8년간 정민철의 기록을 토대로, A는 각부분별 '커리어 하이'만 모아놓은 것이다. B는 그가 보낸 '최악의 시즌'의 조합이며, C는 그의 '통산 커리어 평균'이다.
여기서 이닝과 방어율, 승수와 패수는 각기 다른 시즌의 조합이다. 당연히 이닝수와 방어율은 어떤 상관관계도 없는 별개의 수가 된다. 다만 뒤의 두 가지 지수는(9이닝당 삼진과 볼넷) 해당 시즌의 이닝과 삼진수를 고려한 커리어 하이(로우)로 뽑았다. 전혀 연립할 수 없는 가장 좋았던 수치들로만 채워서(혹은 가장 나뻤던 것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와 최저치의 한계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이 같은 필자의 억지주장에 의하면, 정민철은 18승이 최대치이며, 10승이 최저치가 된다. A,B.C 세가지 경우의 수 중, 실제 어디에 근사값을 두느냐는 것이 관심사임은 자명하다. 만일 그가 필자가 정한 한계의 최대치와 최소치에 초과, 혹은 미달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한화의 올 시즌 행보는 딱2가지다. 시리즈직행과 포스트시즌 진출실패. 필자가 이런 엉터리 표를 만든 이유는 그가 그만큼 절대적일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철이 무너지면, 팀원 전체가 일대 환란에 빠질 공산도 있다.
마운드는 미정인 한 자리가 변수이긴 하지만, 5선발로 리그 우승을 장담하는 팀은 없는 터라, 비교적 양호한 선발진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허나, 전체적으로 결코 두터운 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해와 비교해 무게감은 늘어났지만, 낙오자가 있다면 유지보수가 쉽지 않은 마운드이기 때문. 제1선발로 내정된 송진우, 조규수는 정민철을 충분히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팀에서 가장 낮은 방어율의 한용덕과 가장 좋은 피안타율을 기록한 송진우, 꾸준한 성장세의 조규수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다만 더블 스토퍼로 가는 마무리의 신뢰수준이 걸림돌인데, 참고하자면 작년 한화의 Save, SP는 8개구단 최악이었다.
아! 최악인 게 하나 더 있다. 실점-자책점을 뺀 수치(95). 리그를 압도한다.(투수의 잘못이외의 것으로 준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야구팬이라면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수비력? 신문을 보시라. 시즌 전 '한화 흔들기'에 가장 좋은 소스다. 얼만큼 덜 주목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며, 나아가 전체 팀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열쇠다. 자칫 흔들리기 시작하면, 완전한 새 판을 짜야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가르시아의 공격력이 별 것 아니고, 김태균의 롤러코스터가 지속된다면, 퍼즐 한 두개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송지만, 데이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에 확실한 말뚝이 없는 것도, 이쯤되면 더 이상 강점이 될 수 없다. 얼굴이 하나만 바뀌어도 일희일비할 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에 얽혀있는데, 안마당 바깥마당 할 것 없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경우, 시즌내내 '실험실' 야구만 할 가능성도 있다.
4할대 초반의 상대적으로 낮은 홈경기 승률도 풀어야 할 숙제. 같은 1승이라면, 홈에서 승리하는 게 예의고, 당연하다.
데이비스는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문 (타율, 홈런, 안타,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경기수, 타수, 루타, 희비, 심지어는 병살까지)에서 '팀 내 수위'를 차지했다. 지난시즌 게임당 0.86개에 달하던 삼진은 올해 0.57개로 양호해졌으며, 0.23개에 불과하던 4구 역시 0.46개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3년간 커리어 평균, 타율 .332, 87득점, 159안타, 27홈런, 94타점을 적용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팀에서야 더 없는 보석이지만, 김태균, 송지만, 김종석, 김수연등, 한국인들이 이 '만능 용병'의 다관왕에 넋을 뺄 이유는 없다. '1대1'이 어렵다면, '1대다'로라도 잡아야 한다. 다행이 이들의 주특기 번호는 서로 조금씩 다르다. 적어도 자기 섹션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그들이 눌러야 할 대상은 예년과 다름없는 데이비스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 하나. 이 팀이 팀 득점 상위 4개팀안에 포함된 시절의 추억은 올해로 딱 10년이 된다.(92, 전신 빙그레) 99시즌 가공할 장타율(0.484)을 선보이며 세운 시즌 최다루타(2,170) 이정표 역시 득점 4위 이상은 아니었다. 요즘세상에 팀 득점 700은 넘어야 강팀소리 듣는 분위기에서, 이글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득점 700+ 기록한 시즌의 리그 평균 득점은 710점. 다이너마이트? 명성과는 많이 다른 부문이다.
01시즌 신인왕은 '12타수에 한 번꼴'로 홈런을 생산해냈다.(ab/hr12.25, 호세10.19 이승엽11.87) 그의 장타력은 호세와 '맞장' 뜰 레벨이고, ops는 이승엽의 그것을 넘어선다. 물론 123타석이 빈다해도, %를 다루는 수치로는 '역대 최고루키'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고작(?) 88게임을 뛰었을 뿐. 나머지 45게임 동안 팀은 그의 경이적인 ops에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지켜보자. 풀 시즌의 김태균이 '제대로'라면, 한화의 클린업은 삼성, 두산의 그것보다 조금 더 훌륭해질 수 있다.
우승을 노려볼만한 전력. 모 그룹창사 몇 년이란다. 우승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역대로 방망이만으로 우승한 팀은 없다. 더구나 타고투저의 시대엔 '한 방망이' 못하는 팀이 없다. 무턱대고 작년 두산을 벤치마킹 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01시즌 챔프의 완투와 완봉기록을 보라. 능력도 없지만, 사실 필요도 없는 팀이다. 선발-중간-마무리 중 2개는 건실해야 한다. 지연규, 한용덕, 최영필이 변수. 기동력은 괜찮지만, 수비에서 센터라인과 코너포지션 어느 한 곳도 강점이 없다. 걱정스럽지만, 02시즌의 한화는 의외로 힘을 못쓸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분명 화려한 팀 라인업을 짠 것은 틀림없다. 화려함에 안정감이 조화를 이룬다면, 이 팀의 V2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안정은 화려보다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우승해도 시비 걸게 별로 없는 전력이다. 적어도 작년의 두산보다는 잡음 없는 시리즈를 펼칠 능력은 있다.
6.현대 유니콘스
일전에 금주의 후추인으로 선정되신 어느 님께서 작성하신 "짜장면과 우동"이란 글이 웹에서 큰 이슈가 된 걸로 기억한다. 필자역시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 자정능력이 부족한 일부 야구 게시판은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설전에 참여하길 원하는 현대 팬들은 종종 억울한 일을 겪고는한다. 그들이 한마디 할라하면, 바로 이런식의 리플이 딸려온다. "어라~현대두 팬이 있네." 하지만, 안티세상에서도 현대를 약(악이 아니다.)으로 분류하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그들은 삼성보다 반감이 적은 팀이다. 누구나 인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최악의 한해=72승. 01시즌 커리어 로우 사례를 한 손에 꼽으라면, 이팀의 팀원들이 족히 과반수는 넘을 것이다. 용병은 시즌내내 어수선한 팀을 만드는데 일조했고, 한 해전의 다승왕은 자신이 올린 승수에 딱 1/3만큼만 팀에 공헌했다. 새 천년의 배팅챔프는 무려 1할의 급락을 만났고, 중심타선은 자신들의 명성에 한참 못 미치는 시즌을 보낸걸 우리는 누구나 알고있다. 그러면서 72승을 했다. 놀랍고 어이없지만, 사실이다.
2002. 미디어에서 자꾸 '짝수해 짝수해' 노래를 부르는데, 도대체 얼마나 강했길래 이 난리인가? 짝수해의 유니콘들은 해마다 리그역사를 새로이 썼다.
98년 팀 페넌트레이스 최소경기 1위 확정(111경기) 및 한국시리즈 직행 진출(종전 115경기), 역대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81승)을 앞세워 김빠진(?) 레이스를 주도했고, 2000년에는 자신들의 종전승수에 10을 더한 페넌트레이스 91승으로 역대 최다승의 '무적전설'이 됐다.
팀원들이 한 일?
96시즌 박재홍 최단경기 20-20 수립, 프로야구 사상 최초 30-30, 정명원 포스트시즌 첫 노히트노런 기록 달성 (10월20일), 98시즌 김수경 신인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경신(168개)및 시리즈 최연소 승리투수 기록 (만19세 2개월 10일, 종전 94년 염종석 : 19세 6개월 19일), 5인선발 전원 10승(정민태, 정명원, 위재영, 김수경, 최만호; 도합 860이닝, 66승), 00시즌 박재홍 30-30(도루) 개인 3차례 달성, 이명수 1경기 최다타점 8타점, 박종호 프로 최초 59경기 연속 출루 달성, 박경완 프로 최초 4연타석 홈런기록, 팀 시즌최다타점(736), 시즌최다득점(777)…그리고 2002년. 올해는 년도표기 4자리수중 홀수가 없는 해이다.
"우린 모두가 15승 할 수 있다." 임선동, 김수경, 토레스, 위재영, 마일영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98, 5인 선발 전원10승의 기적에 다시금 도전한다. 15승 에이스가 없다는 감독의 엄살은 충분히 유의미하다.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이 이긴 투수들의 승수가 '열 다섯' 이다. 이 팀의 감독은 00시즌, 18 그리고 3을 가공해낸 사람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들로 우린 그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있다.
12승6패의(ERA 5.09) 준수한 시즌을 보내고도 계투조로 강등(?)당한 전준호는 이팀의 마운드 높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생애 첫 10승투수 반열에 오르면서 챙긴 12승은 기아 에이스의 그것과 같은 숫자이며, 두산과 한화에는 12와 같거나 12보다 큰 수가 없었다.(물론 구위를 도마 위에 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숫자이야기다)
여기에 또 한명의 중간에이스 신철인(6승6패13세이브5홀드 ERA 2.80)과 송신영, 마무리 다리오 베라스는 꽤나 위력이 있어 보인다. 고장이나 누수에 따른 AS가 확실한 것도 현대마운드의 강점. 김수경과 위재영의 부활이 요원하다면, 전준호의 선발진입으로 실타래를 풀 수 있고, 외국인 클로저가 '영~아니다' 싶으면, 신철인 카드도 있다.
영건트리오(마일영-신철인-전준호(?))의 지난 시즌이 fluke였다면, 올해는 조용준, 이상열, 송신영의 몬스터를 구경하면 된다. 결국 '상-중-하' 어느 한 부분이 제 구실을 못해도 큰 걱정이 아니다. 이러한 '상부상조' 마운드는 조웅천, 김수경, 정민태가 없는 지난해 이미 그 검증을 끝냈터라 믿음은 더해진다. 현대마운드가 붕괴되기 위한 조건은 그저 '동시다발 테러'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임선동의 방어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올라가고, 김수경은 더 이상 특별한 투수가 아니며, 작년의 영건들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고, 위재영이 계속 허리가 아프면서, 외국인 투수2명은 일찌감치 짐을싸는 일들…물론 이러면 야구 못한다. 하지만 이런 불상사가 있다손 쳐도 창단이후, 현대가 팀 방어율 2위권 밖으로 밀려난 시즌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97)
Mr. 20-20. 개인통산 4차례의 20-20과 3번의 30-30 커리어를 격년제로 찍어냈다. 99년과 01년이 그가 20-20이상을 해내지 못한 유이한 해이다. 박재홍은 데뷔이후 짝수시즌에는 꼬박 30-30을 해댔고, 그 중 팀은 3시즌 중 2시즌을 우승했다. 그가 올해 다시 한번 '삼삼(?)'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 외 박종호와 최강9번 박진만이 펼쳐내는 키스톤은 올해도 견고 그리고 화려 할 것이며, 심정수, 박재홍, 전준호로 이어지는 바깥마당 역시 공수에서 훌륭하다. 라인업에 표기된 좌-우의 조화 역시 만족스럽다. 퀸란을 포기한 감독의 용단은 박수 받을만하다. 새로운 3루수는 그의 첫 직장에서 '박진만'만 보면서 야구하면 된다. 새로 구한 팀의 4번만 똘똘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애석하지만, 그것은 이 팀에 결코 쉽지않다. 아~cool bar!
good / better / best.
01 케리테일러(sp), 엔리케스(cp), J R 필립스(4번) 02 토레스(sp), 베라스(cp), 코리 폴(4번)
01시즌 현대에게 절실했고, 또 올시즌 현대에게 절실한 보직에 배치된(되었던) 선수들이다.
이 팀의 새 친구들이 리그에서 best일 필요는 사실 없다. 단지 '~better than 01' 이면 팀은 성공한다. 그러나, 용병장사가 투수쪽에 마진이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중 상식이다. 팀의 가장 중요한 보직을 이방인으로 채운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진 않다. 근자에 들어 이 팀의 용병들이 '대물'이라는 보도가 심심찮다. 하지만 한국의 스포츠 신문은 별로 믿을게 못 된다. 더구나 지금은 누구나 슈퍼맨이 되는 시기다.
이변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아래 현대의 1차 '목표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실 그 이변이라는 것도 현대만은 피해갈 것처럼 보인다. 힘의 근간이 마운드에 있는 팀 성적을 예상하는 일은 그다지 부담스러울 게 없다. '못 믿을게 타력이다' 는 금언에는 익숙하지만, 그 반대말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재박 감독이 장고끝에 고른 자원이 옥석이라면, 이 팀은 '제대로다'. 온갖 악재가 겹쳐도 빠른 시간 안에 회복이 가능한 처방전까지 준비되어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 팀의 유일한 약점은 수원구장에서 야구하는 것 밖에 없다. (프런트가 이점이 유감이라면 www 문패부터 바꿔달자. "정상 2001 막강 현대유니콘스"…지금은 2002년이다) 앵무새 같지만, 올해가 짝수해란 점도 힘을 실어준다. 그들 스스로가 짝수해마다 해온 엄청난 일들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올해 역시 '유니콘 대박'을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다른 구단의 야구팬들은 02시즌 KBO에 삼성이라는 팀이 있다는 사실이 퍽 다행스런 일이다.
7.삼성 라이온즈
강함이라는 찬사에 어디까지 미사여구가 붙을 수 있을까? 만들자면 끝이 없다.
앞서 소개한 현대는 다소간에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는 팀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팀의 써포터들이 내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덕분에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들의 장점들을 나열할 수 있었다.(사실 단점도 별로 없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팀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 팀이 강한 건 세상이 다 안다. 또 한번의 장황한 설명은 여러분들을 지치게 만들뿐이다.
소사를 만나고 왔다. 분명 한단계 성장했으리라 기대해본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홈런킹은 계속해서 대구와 기자들에게만 국민타자로 남을 뿐이다. 그가 세운 54란 숫자에 새로운 수가 더해질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더구나 한국인이 깰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다.(김태균?) New Challenge. 빅리거에 좀 더 쉽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남은 두 시즌 중 한 시즌은 리그 수위타자 수준 언저리의 타율을 찍을 필요가 있다. 홈런? 설마 이승엽이 홈런 못치겠나? 이제는 신문사가 아닌 자신을 위해 야구할 때다.
해마다 삼성의 화력은 최강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결정판을 보는 느낌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는가? 최고중의 최고들로만 포진된 라인업은 7개구단 연합이 두렵지 않고, 선두타자가 출루하면, Ops .950이상을 기록한 최고들이 네차례에 걸쳐 줄지어 나온다. 리그에서 세번째와 여섯번째로 많은 출루를 기록했던 선수2명과 slg .550이상의 장타자 2명이 조합된 클린업. 작전수행에 가능하고, 리그 정상급 출루율을 보여준 타자의 어울리지(?) 않는 장타력이 팀 타선의 부조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 팀의 타선은 담장위로 공을 보내면서도, 충분히 '아기자기' 할 수 있다. 이외 팀의 아킬레스건이던, 좌완 미들맨을 확보했고, 브리또를 데려와 내야를 더욱 촘촘히 했으며, 다운사이징까지 했다. 강점들은 길게 쓰지 않는다. 그냥 강동우가 안되어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 팀도 생각외로 약한구석이 꽤 있다.
임창용을 제외한 선발진은 커리어하이를 보면서 투구해야 한다. 배영수는 풀타임으로 고작 1시즌을 보냈을 뿐이며, 노장진의 통산방어율은 4.73으로 그다지 빼어나지 않다. 오상민과, 김현욱이 지킬 허리는 튼실해 보이지만, 김진웅이 그동안 그를 괴롭혀 왔던 수근거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정호가 훌륭한 재능을 가진 것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지만, 그의 첫 단추는 아직 마수걸이에 있다. 외국인투수? 데이타가 가장 필요없는 것이 이 분야다. 불안한 바깥마당 역시 이 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양준혁이 이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일전에 게시판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작년에 양준혁이 없어 두산에 발목을 잡힌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효용극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팀엔 진필중과 신윤호급이 어울린다. 김진웅을 믿어본다. 그게 어렵다면, 의외로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강하다. 혹자는 이들의 라인업을 '꿈'이라 하더라. 죄송하지만,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딴지들은 여백을 채우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현대와의 힘겨루기가 몇월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살아 남는다면, 시리즈 첫 챔프가 될 가능성은 그 어느 해보다 높다. 물론 해마다 그래왔다는 것도 극복해야 한다.
8.두산 베어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웹에서 다른 어느 팀보다 이 팀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머리속에 있는 가치관들을 전부 진공상태로 돌리기는 어렵다. 썩 내키진 않지만, 이 팀만 안쓸 수는 없다. 죄송하다.
Surprise victory! (뜻밖의 승리?) 현재 최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맴버들로 짜여진 21세기형 성공집단이자, 연구대상.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지난 2시즌은 그 다지 모범적이지 못했다.
'정규리그 역대 최저 승률 챔프, 선발투수 없이 한 시즌 꾸리기, 단기전에서 방망이가 더 소중한 이유, 활발한 덕아웃과 승리의 함수관계, 객관적 숫자조합의 무용성, 10번타자, 수준론시비…'
이들의 업적(?) 대다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교본과 상충된다. Team chemistry? 한국 야구판에서, 이런 말 언제부터 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네 정서에 크게 부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산은 규율과 자율이 가장 잘 녹아든 조직이다." 우승 코멘트에 나온 말이었다. 보다 확실한 한가지. 깡총깡총 뛰면서 야구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장악했다. 그리고 그들은 리그 지존이 됐다. 분명한 사실이다. 굳이 수준론을 들먹이자면, 결국 우리자신만 초라해진다. 시드니에서 진필중을 두들긴 선수들이 누군지 아는가? 커트실링과 랜디존슨이 없다고,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국의 야구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을 수 있다. 그들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팀 라인업은 이미 지난 몇 시즌동안의 검증을 끝냈다. 낙오자가 없다면, 8개구단에서 가장 오더짜기 편한 팀이다. (좋은 의미일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팀원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잘 알고있다. 감독 역시 김민호에게 타격을 바라지는 않는다. 정수근이 홈런치고, 우즈가 도루하면 확실한 팬서비스가 되는 것이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단점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뒤에서 다루자. (따로 소제목 하나를 준비했다) 수비에서 리그정상급의 외야와 B급 내야는 격이 맞지 않는다. 김민호가 절실할 수 있다. 그리고 김동주와 진필중은 불편한 시즌을 보내게 됐다. 부디 원만한 시즌을 보내길 바란다. 마음을 잡는 일이 어렵다면 도리없다. 구단 vs 진+김. 서로 '독한 마음(?)' 먹는다면, 팀이 위에서 떨어지기는 아주 쉽어 보인다.
지난 2시즌동안 이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반전은 약간의 환각을 가져왔다. 큰 경기에서 '한명이 아닌 집단.'으로 미치는 덕분에, 그들은 실력이상의 것들을 성취할 수 있었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어느정도 과대포장된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심재학은 걱정이 덜하다. 허리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생애 두 번째로 좋은 시즌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어보인다. 설사 배팅 에버리지 6푼이상의 쇠락을 맞으면서 (96.97시즌.285) LG 현대 시절에 '舊(구)버전'이 부활한다해도, 최악의 한해가 내년일 가능성은 작년시즌 재판보다 100배는 어렵다. 99 시즌의 그는 단 1경기에 출장(?)했다. 타석이하 모든 레코드는 '0'이다. 2002시즌에도 심재학의 팀은 두산이며, 이 팀의 감독은 무작정 믿기로 유명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올가미' 심정수와의 2라운드도 볼만하다.
AB reader 장원진은 그의 라이벌(?) 이병규와 함께 또 다시 500타수를 넘겼다. 그의 4구 커리어 하이는 고작 43개에 불과하다. 좀더 안전하게 살아나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해야 할 것이다. 게임당 3.1 타석 (규정타석)을 보장하고, 거기에 인위적 조작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개입되지 않는다면 타수가 적을수록 팀이나 자신에게 유리한 적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다. 정수근이 프로에서 붙박이 리드오프였던 첫해 그의 타수는 490으로 리그 최고수치 였지만, avg .253, 출루율은 3할대 초반에 불과했다. 물론 이는 아주 극단적 사례로, 반대의 경우도 상존한다. 하지만, 많은 타수가 반드시 팀에 유용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당연하지만 PA(plate appearance/타석)에서 AB(at bats/타수)를 뺀 결과값이 클수록 출루율을 높이는데는 분명 유리하다.(참고로 실제 01시즌 가장 많은 4구를 골라낸 상위 10타자 중, 출루율 .400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8명이다. 반면 가장 많은 타수를 기록한 10명의 타자 중, 가장 뛰어난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의 해당순위는 7위였다. 누구? 장성호.)
주) * 타수와 출루율 (타수가 적을수록 출루율에 유리하다?)
출루율은 안타+4구+사구를 타석으로 나눈 것으로, 당연히 높은 타율과 많은 볼넷을 고를수록 높아진다. 또 가능하다면, 적은 타석이 수치를 올리는데 유리하다. 그럼 타석이 아닌 타수 역시 수치가 적을수록 높은 출루율을 보장할까? 타수(ab=pa-bb-hbp-sf)는 보다 많은 게임에 나올수록 그 수치가 올라가는데, 따라서 스타급 선수일수록, 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타자일수록 큰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외 팀 내에서 순번도 고려해야 하며, 팀의 득점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01시즌 비교적 많은 타수를 기록하고, 4할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데이비스, 마해영, 장성호, 이승엽이다. 앞에 두명은 많은 타수를 고타율로 벌충했고, 장성호의 경우 90개의 볼포에도 타수가 늘어난 것은 전경기출장의 여파로 해석된다. 이승엽은 127경기 463타수에서 그답지 않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4할이상의 출루는 했다. 이는 4구와 사구의 합이 108이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여지는데 그럼에도 그의 타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작년 그는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이벤트가 무려 111차례 였다) 팀 득점 1위의 팀타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벽(The wall). '박명환-구자운-이경필-레스-콜.' 뒤에 2명은 논외로 하고, 누가 꾸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생각만으로 '벌써 몇 년'을 보냈다. 세 남자가 작년에 던진공은 138 1/3 이닝이 고작이다. IF문에 3가지 변수를 넣어보자. 트리오? 듀오? 솔로?…어떤 형으로 야구할 것인가? 지난해 이들은 4,5월 듀오(박명환, 구자운), 6,7월 솔로(박명환)로 활동하다, 8월에 '드디어' 해체됐다. 다행스럽게도 9,10월 트리오로 재결성됐기에 잔치에서 어느정도 비등한 승부가 가능했다. 2002년3월. 엄살부리는 선수가 아직은 없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두산에서 마지막으로 1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이광우와 파머(00시즌). 한명은 옆집에 있고, 나머지 한명은? 나도 모르겠다.
허리와 클로저는 어느덧 이팀의 자랑이 됐다. 팀의 좌완 스윙맨은 국민의례 투수들에게는 메시아와 같은 동급이고, 야수들은 7회 이후가 진정한 '우리야구'라 여긴다. 상대의 리드에 좀처럼 동요하는 법이 없으며, 추격의 끈을 놓지도 않는다. 9회에 일이 벌어질걸 아는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는다.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마냥 좋은 것인가?
단 한명이 '규정이닝의 벽'을 돌파했다. 그나마 그 한 사람도 처음부터 나오던 규칙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팀원 중 한 사람이 혼자서 10번이상을 이겨본 적이 있는 챔프. 01년에 승률 .508로 반지를 훔쳤다면, 리그 승률 1위의 99년에는 선발진의 절대열세로 보기좋게 셧아웃 당했다. 20년만에 단 한번 발생한 이벤트를 '특화'시키려는 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 고육지책이 정석에 우선할 수는 없다. 기형적으로 생기면 늘 불안하다. 고르게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