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는 대체로 필독 고전 도서로 뽑히는 데 비해서, 청소년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된 경우는 많지 않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이고, 고전을 다시 음미해 보고 싶은 성인 독자들까지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고, 원문의 감동이 잘 전달될 수 있게 했다.
'집안의 천사'로 남아 가부장적인 사회 질서에 순응해야 하는 여성의 운명을 거부하며, 자아 독립과 사랑을 추구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소설이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 찬물을 끼얹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자 고귀한 영혼의 이야기.
"페어팩스 부인이 일어난 것 같아요."
"아, 그럼 가시오."
로체스터 씨가 손을 놓아 주자, 나는 방을 나섰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잘 생각은 없었다. 나는 동이 틀 때까지, 고뇌의 파도가 기쁨의 파도 아래서 넘실거린 채 자꾸만 들썩이는 바다 위에서 끝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때때로 그 거친 바다 너머로 ?라처럼 아름다운 땅이 보였고, 이따금 희망 때문에 깨어난 신선한 바람이 내 영혼을 품고 의기양양하게 그 땅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나는 상상 속에서조차도 그 땅에 이를 수 없었다. 육지 쪽에서 바람이 불어서 끊임없이 나를 밀어 냈다. 이성적인 판단력은 맹렬한 흥분 상태에 저항했고, 분별력은 열정에 경고했다. 나는 열에 들뜬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날이 밝자마자 일어났다. -본문 282쪽에서
샬럿 브론테 (Charlotte Bronte) - 1816년 목사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그 후 이모의 손에서 자랐으며, 열여섯 살에 학업을 마치고 교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1846년에 첫 소설 <교수>를 발표했으며, 곧이어 두번째 소설 <제인 에어>를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848년과 1849년 두 해에 걸쳐 샬롯은 3명의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는 비극을 겪었으며, 1854년 목사 아서 니콜스와 결혼하였으나, 1855년 임신 뒤 찾아온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혼 9개월 만에 숨을 거두었다. 지은 책으로 <교수>, <제인에어>, <셜리>, <빌레트> 등이 있다.
햇살과나무꾼 - 어린이책 전문 기획실이다. 옮긴 책으로는 <느릅나무 거리의 개구쟁이들>, <학교에 간 사자>, <우리 선생님 최고>, <에밀은 사고뭉치>, <바다의 노래>, <다람쥐와 마법의 반지>, <여우 씨 이야기>, <사자와 마녀와 옷장>,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책.어린이.어른>, <화요일의 두꺼비>, <우리 집 가출쟁이>,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등이 있고, 직접 쓴 책으로는 <거꾸로 살아가는 동식물 이야기>, <위대한 발명품이 나를 울려요>, <탐험가 허영호>, <아낌없이 주는 친구들>, <흉내쟁이 친구들>, <섬마을 소년의 꿈> 등이 있다.
<제인 에어>는 여러 각도로 바라보며 해석할 여지가 많은 풍성한 내용을 가진 작품이다.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건져 내는지, 오래 전 영국 어느 지방에서 살았던 제인 에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몫이자 특권이다. 여러분이 제인 에어를 만나는 과정에서 이 책이 부족하나마 소통의 가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 햇살과나무꾼
아주 어렸을때 그야말로 밤을 새워 읽고 눈물을 흘리면서 또 읽고 했던 책입니다. 다시 읽어볼려고 하던차에 zipge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새로 감동이 밀려오네요... 제인의 사랑을 부러워하고 갈망하고 그랬던 사춘기 시절에( 아직도 그런 사랑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이런 사랑을 원하는 것 아닐까요... 참으로 단순한 저로서는 다시한번 제인 에어에 빠지고 싶습니다.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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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인 에어》가 좋다. (평점:, 추천:15)
zipge 2006-05-11 21:41
‘사랑’을 다룬 소설로 《제인 에어》를 처음 만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소위 동화의 세계에서 소설의 세계로 어설프게 넘어가려던 그때 그 시절,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또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려는 나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마른침을 삼켜가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잠재우고, 어떤 감정을 다 큰 연인의 ‘사랑’이라 이름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제인 에어》를 ‘고품격 연애소설’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제인 에어》에 대한 평가는 영문학자들 사이에서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러나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오래도록 ‘고전’으로 손꼽히는 단골손님이다. 《제인 에어》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견주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성조차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결코 맞바꾸지 않겠다”고 거만하게 말한 영국인의 자만심이 빚어낸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적어도 내게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감수성 짙은 시절에 낭만과 꿈, 그리움을 심어주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느 정도였는지 조금만 말해 보면, 그 시절 나는 단번에 글자만 빼곡히 들어찬 《제인 에어》를 다섯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었다. (‘사랑’이라는 설레는 감정이 전면에 드러난 책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제인 에어가 로우드 학교 시절 그렸다던 세 점의 그림을 나도 샬럿 브론테의 묘사에 의지해서 그려보았다. (물론 내 그림은 로체스터의 인색한 칭찬조차 듣지 못했을 정도로 볼품없었다.)
제인 에어는 내가 감정 이입을 하기에 알맞은 인물이었다. 우선 예쁘지 않고 깡마른 체형인 데다가 책을 좋아했으며, 무엇보다 천사같이 착한 여자가 아니라 고집스러운 여자였다. 제인은 시비를 가리는 자신의 잣대를 세워두고 고집스럽게 세상을 재단했다. 결코 화려한 주인공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어느 그늘진 구석에 외로이 서 있어도 제인은 자신이 재단한 세상 안에서는 ‘올바른’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사랑 받으면 사랑하고, 사랑 받지 못하면 굳이 사랑하려 하지 않았다. 미움 받으면 같이 미워해 주었다.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수많은 ‘나’ 중에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그다지 멋지지 않은(그러나 너무나 멋진) 에드워드 로체스터와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사이가 되었다. 조금씩 조심스럽게 농익어 가는 사랑이 그토록 어여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만 가슴 벌렁이는 설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자꾸만 눈길이 서로를 좇고 서로의 말에 귀와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서로의 마음길을 더듬어보고……, 무뚝뚝하지만 살뜰한 로체스터 앞에서 제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끝까지 억누를 수 없었고, 왜소하지만 솔직하고 강인한 제인 앞에서 로체스터는 떨리는 가슴을 끝까지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 앞에 엄청난 나이 차이, 로체스터의 미치광이 아내, 가정교사와 영주라는 진부한 신분 설정은 잠시 덮어두자. 여기에는 그저 한 명의 여자 인간과 또 한 명의 남자 인간이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저 그들이 사랑할 뿐이니까. 그들의 사랑으로 부당하게 희생된 이도 없으니까. 먼 곳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애틋하게 부르고 애타게 대답한 사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감을 나눈 두 사람이니까. 나는 《제인 에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