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거북이 | 6분전 2
- 2024.02.23. 금
- 적석님,나
- 종일 안갯속
산행일 아침 출발하려는데 약한 비가 내린다
취소햇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적석행님은 산행의 의지가 굳건한 느낌이다
중산리로 들어서니 비는 눈으로 바뀌고 온통 설국이다
산으로 들어 오기를 잘햇다 싶다
공단에서 주차장 공사중인 탓으로 오늘도 거북이식당 뒷편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서두른다
거북이식당은 겨울시즌이라 문을 닫은 모양이다
셔틀버스도 개점휴업 상태....
복수초가 그새 꽃을 피웟나 싶어 찾아가보니
아무리 둘러보아도 하얀 눈 뿐이다
칼바위를 지나고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데
평일인데도 산을 찾는 이들이
더러 보인다
망바위에 도착해서 쉬고 있으니
칠부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의 그분을 또 만난다
배낭도 물도 없이 양손에 스틱만 들고 뛰어 내려오는
하루에 지리산 두번 왕복한다는 그분.....
똑같은 장소에서 두번이나 조우를 한다
법계사에 오를때까지
오늘 같은 날에 하늘이 파랗게 열려 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
하얗게 눈이 내린 절집을 보고 가기로 하고 법계사 경내로 올라선다
염불소리도 없는
말 그대로 고요한 산사의 모습이다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석탑은 무너질 위기에 있는지
밧줄로 얼기설기 고정을 해 봏은 모습이
썩 보기가 좋지는 않았다
다른 방법도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샘터에서 시원한 석간수로 목을 축인다
오래전 법계사 범종을 옮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헬기를 이용하여 무거운 범종을 옮기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지...
안갯속 설경을 감상하면서
선바위와 개선문을 지나 깔딱고개에 이르는데
앞서 가던분이 분명 혼자로 보이는데 무슨대화를 하듯 떠들썩하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유투브인 모양이다
봉으로 된 카메라를 돌려가면서 영상을 촬영 중이다
요즈음엔 유튜버가 대세인 모양이다
앞으로는 산행기도 영상으로 편집 된 산행기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느낌이다
천왕샘에서 상봉까지 약 3백여미터의 구간은 언제나 마의 구간이다
마지막 남은 온 몸의 체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상봉에 올라서니
해가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행여나 복이 있어서 파아란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상봉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포기하고 내려선다
설경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오늘 산행의 목적을
달성한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상봉에서 제석봉구간의 설경은 가히 아름 답다
어느 이름난 화가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둣한 기분이 든다
통천문 방향으로 내려서다가 반가운 엉겅퀴 형님을 만난다
지난해 배래봉설국에서도
반갑게 만나서 오찬을 함깨한 적이 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상봉을 다녀 오시라 햇는데 제석봉에 도착할 때 쯤 다시 만나서
장터목대피소로 이동하여 오찬을 함께 햇다
향긋한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 엉겅퀴형님은 백무동방향으로 내려가시고
우리는 유암폭포를 향해 내려선다
유암폭포에서 쉬면서
아이젠을 벗고
상의 자켓도 탈의하여 배낭커버속에 넣었다
배낭 열기 귀찮아서...
곳곳에 데크를 설치하고 최근에 반듯하게 정비가 된 등로를 따라 내려선다
홈바위 근처 수많은 돌탑들이 보이지 않는다
홈바위를 지나고 거의 한시간 여를 내려선 지점에서
뭔지 모를 싸한 기분이 들어 배낭을 벗어 보니
배낭커버와 상의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가던 적석형님께 잠시 기다리라 하고
오던 길을 다시 돌아 올라간다
그렇게 홈바위 가까이 까지 올라 가는데 한분이 내려온다
그분의 배낭에 나의 배낭커버와 상의가 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분도 진주에서 거주하신다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지겹지 않게 하산을 하고
법계교 부근에서 헤어진다
아침에 복수초를 보지 못한 미련이 있어
다시 가보니
눈은 녹아 있었고 복수초의 노란 꽃이 보인다
참으로
오랜만에 눈속의 너를 보는구나....
설경과 함께 복수초를 만난 건 오늘의 행운이었다....(끝)